2021. 3. 16 화요일 흐림
하늘도 흐리고 삶도 복잡하고 마음도 잿빛.
점심 식사하고 매화꽃 보러 가니 시들어 가고 빛이 흐려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며칠 매일 매화꽃 보러 갔는데 다른 꽃에 비해 더 일찍 시든 거 같다. 지난주 토요일 석양이 질 무렵 찍은 사진이 최고 절정이었나 보다. 그날 맨해튼에 다녀와서 피곤함에도 매화꽃 보러 갔는데 화사한 빛이라 좋았다.
꽃 사진 한 장 찍기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날이 최고 절정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코로나가 찾아와 코로나 전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던지를 알게 되는 거처럼. 메트에서 오페라 보고 카네기 홀에서 대가들의 공연 보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메트 오페라 경영이 어렵다는 소식이 오래전부터 들려왔는데 무사히 위기를 넘겼는데 코로나로 혹시 영영 문을 닫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들과 함께 음악 캠프에서 만난 음악가도 메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적 레슨을 해주던 교수님 생신 파티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도 메트에서 활동하는데...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어려운 시기다. 1929년 대공황이 찾아왔을 때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요즘 생각해본다.
흐린 날 매화꽃 눈으로만 보고 호수로 발길을 돌렸다. 두 곳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호수 근처에서 살구꽃과 홍매화꽃을 보고 호수에 가니 호수도 내 마음처럼 흐렸다. 호수 빛도 매일매일 다르다. 산책하고 아들과 조깅하고 책 읽고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