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자 사망에 '백신 공포' 확산… "인과성 입증 못해

by 김지수

접종자 사망에 '백신 공포' 확산… "인과성 입증 못해 보상받기도 어려워



선비즈

심민관 기자


입력 2021.03.05 06:00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김모(47)씨는 이번 달 맞기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백신을 맞은 직후에 사망한 사람이 속출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일터에서 눈치는 좀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맞은 후에 안전성이 좀 검증되면 접종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접종 시작 며칠 만에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솔직히 겁이 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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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접종자 두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총 2명의 백신 접종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50대 A씨가 심장 발작 증세를 보이다 3일 숨졌고, 지난달 27일 동일 백신을 접종한 60대 B씨 역시 고열과 전신 통증, 폐렴 등의 증상을 보이다 3일 결국 사망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자, 접종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경우,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월 집단면역 완료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방역당국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들처럼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우선 접종을 통해 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을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을 내일(4일)이라도 접종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이러한 여론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는 4일 오후 "대통령은 기꺼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백신 불안감 확산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구체적인 접종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원 최모(43)씨는 "아무래도 다른 나라들처럼 대통령이 백신을 가장 먼저 맞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빠른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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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에 대한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사람들이 접종을 미루도록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 접종 후 건강상 문제가 생겨도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몇 달 먼저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도 백신 접종 후 402명의 사망 사례가 보고됐고 독일에서도 1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신고됐다. 그러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확인된 것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

인과성 입증의 어려움은 기존에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사망한 경우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가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보건당국이 독감백신 접종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한 사례는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독감백신을 맞은 뒤 숨진 60대 여성이 독감백신 접종에 의해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이후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해 접수된 사망 신고 사례 역시 110건에 달했지만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최종 판명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인과성에 대한 입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우리 정부와 달리, 백신 접종후 사망하거나 건강상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인과성 입증 없이도 국가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코로나 예방 1차 백신 접종자는 15만442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자는 15만1679명,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2742명이다. 전체 국민(5183만명) 중 약 0.3%가 1차 접종을 끝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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