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7 토요일
아름다운 봄햇살이 유혹하는 주말 토요일 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중 맞은편에 앉은 사람 상의에 적힌 글을 보았다.
희망이 있어. 항상 희망이 있어.
참 긍정적인 말.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살아야지 하는데도 절망 속에 풍덩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든 때가 자주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뉴욕으로 떠나 오기 전에도 긍정적인 마인드에 대한 책을 읽고 읽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광고 카피.
걱정하지 마. 만약 네가 뉴욕을 떠나도 항상 넌 뉴요커야.
코로나로 힘드니까 렌트비 저렴한 곳으로 이사한 사람들도 꽤 많은 듯 짐작한다.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이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공연 예술과 축제가 열리지 않으니 코로나 전과 너무너무 다르고 렌트비는 하늘 같으니 버티기 힘든 사람들은 떠난다고. 지금뿐만이 아니다. 대공황 시절에도 뉴욕에서 버티기 힘들어 멀리 다른 주도 떠났다는 것을 카네기 홀에서 만난 여의사로부터 들었다. 원래 발레 레슨을 오래오래 받다 나중 의사 과정을 밟고 전문의가 되었다는 여의사는 영화배우 같은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할아버지 댁은 맨해튼에 있다고.
사람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뉴욕에 살게 될 거라 미처 몰랐다. 20대 뉴욕에 대해서 관심 조차 없었다. 어디로 미래가 흐른지도 모른다. 가다 보면 묘지에 멈출 텐데 항상 폭풍이 쉬지 않고 분다. 그래서 맨해튼 가는 길 뉴욕 남교회 뒤편 공동묘지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곤 한다. 내 마음이 복잡할 때 생각난 곳이 바로 묘지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늘의 뜻이 따로 있단 생각이 든다.
7호선 5번가 지하철역에 내려 브라이언트 파크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오래오래 기다렸다. 뉴욕은 공중화장실이 드물고 브라이언트 파크는 인기 많은 곳이라 항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운이 좋은 날이다. 황금빛 수선화 꽃물결이 춤추는 브라이언트 파크도 사람들이 붐볐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왔는가 싶더니 갑자기 여름날처럼 무더워 얇은 옷을 입은 아가씨도 눈에 띄었다.
잠시 후 딸과 난 Le Pain Quotidien(르 팽 쿼티디엔)에 갔다. 실내 인테리어가 힙한 분위기. 카페에 도착해 체온을 재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빈 테이블에 앉아 라테 커피와 블루베리, 딸기, 로즈베리와 크림 등이 듬뿍 발라진 와플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달 전 딸과 자주 갔던 카페.
잠시 후 카페에서 나와 타임 스퀘어를 지나 록펠러 센터 채널 가든에 앉아 잠시 휴식하다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5번가를 거닐다 브라이언트 파크 옆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타임스퀘어 분위기도 코로나 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무척 많고 거리 음악가가 노래도 불러 뉴욕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 분위기였다.
코로나는 그냥 사라질지 아니면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 괴롭힐지 의문이 드는데 전문인도 모른 일을 내가 어찌 알겠어. 마법사가 되어 세상의 고통을 사라지게 하면 좋겠는데 마법사 되는 학교에 가서 수련을 받을까. 병들어 아파 고통받는 사람들, 가난에 고통받는 사람들, 실직자가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정말 힘들고 아픈 이야기는 말하기도 어려워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 짐작한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야기보다는 행복하게 잘 사는 이야기를 더 자주 블로그에서 접한다.
플러싱에서 돌아와 시내버스를 타고 한인 마트에 가서 두 자녀가 좋아하는 보쌈과 오뎅과 만두를 구입해 편한 저녁 식사를 했다. 라테 커피도 근사한 저녁 식사도 모두 딸이 낸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이 되면 그리운 연분홍빛 진달래 꽃을 보아 반가웠다. 학생 시절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를 자주 읽었지만 그때는 진달래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20대 중반이 지나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봄이 되면 그리운 브루클린 식물원. 내가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과 벚꽃이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코로나로 무료입장 시간이 사라져 머나먼 님이 되었다. 브루클린은 플러싱에서 꽤 먼 곳인데도 가끔씩 찾아가 꿀벌의 비행 소리를 들으며 장미꽃 향기도 맡았는데... 코로나 전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뉴욕은 비싼 도시다. 입장료가 대개 20-25불 하는 곳이 많다. 서민들은 가는 곳마다 입장료 내기 어렵다. 그래서 무료입장이나 기부금 주는 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코로나로 정책이 변한 곳이 많다. 모마 일반인 무료입장 시간도 사라졌다. 금요일 오후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무척 많았는데...
그리운 브루클린 식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