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재즈 음악과 꽃들 속에서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이스트 빌리지, 유니온 스퀘어

by 김지수

2021. 3. 29 월요일


IMG_5368.JPG?type=w966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재즈 음악을 들었다.


화사한 봄날 아침 아파트 지하에서 세탁을 무사히 마쳤다. 아파트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낡은 세탁기 나이는 35살이라고 했던가. 항상 고장난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고 공동으로 사용하니 내가 편리한 시간에 이용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세탁을 마치면 늘 감사하다.


삶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모르지만 어쩌다 뉴욕에 와서 눈물 흘리는 삶을 사는지 모르겠다. 한국보다 백만 배 불편한 것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지. 그럼에도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게 나의 숙제가 아닐까.


사랑하는 동네 호수는 공사 중! 몇 년 전 공원에서 만난 은퇴한 할머니 교사가 곧 호수 공사할 거라 말했다. 할머니는 애꾸눈 하얀색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에서 산책하곤 한다. 언제 시작할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는데 코로나가 찾아와 별일 없어 잊고 지냈는데 드디어 공사가 시작. 언제 끝날지 모른다.


사랑하는 호수 빛도 새들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항상 기회가 오지 않는다. 지난겨울 매일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던 호수. 봄이 되니 여명의 빛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거북이, 청둥오리, 기러기, 갈매기는 날 기다리고 있을까.


부산한 월요일 아침을 보내고 간단히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맨해튼을 향해 달리는 7호선은 승객이 많아 무척 복잡했고 겨우 빈자리 구해 앉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라 안 쓴 승객은 없었다.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환승해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역에 내렸다. 요즘 지하철역에는 경찰들이 더 많이 보인다. 월요일 그린 마켓이 열리는 유니온 스퀘어. 자목련꽃이 이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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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매그놀리아 꽃과 수선하 꽃이 핀 워싱턴 스퀘어 파크



대공황 시절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락이 거리에 그림을 내다 팔았던 거리를 걸으며 라테 커피 마시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향해 걸었다. 비둘기 떼와 청설모들이 재롱을 피우며 노란 수선화 꽃과 크로커스 꽃과 스타 매그놀리아 꽃이 핀 공원에서 재즈 음악이 들려왔다. 꽤 많은 뉴요커들이 공원에서 봄을 즐기고 있었다. 벤치에 홀로 앉아 뉴욕 타임스를 읽는 할머니,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연인들,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잠시 봄을 즐기며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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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430.jpg?type=w966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에서 가까운 야마 일식 레스토랑


노벨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 추운 겨울 뉴욕에 처음으로 와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Cafe Wha? 클럽도 지났다. 바로 옆에 극장이 있다. 아주 오래전 미녀와 야수를 보러 갔는데 어린 소녀들이 엄마랑 공연 보러 와서 웃음 지었던 극장. 그곳이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그리니치 빌리지였다는 것도 늦게 알았다. 계속 걷다 소호 거리를 걷다 이스트 빌리지를 걷다 유니온 스퀘어까지 걸었다. 늦은 오후 스시를 먹으러 일식 레스토랑에 가서 신선한 스시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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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거리 화단에 핀 라넌큘러스 꽃들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거리 화단에 핀 화사하고 우아하고 고운 라넌큘러스 꽃이 날 위로했다. 참 예쁜 꽃들이 아니라면 이 슬픈 봄을 어찌 견디었을까. 장미꽃과 비슷한 느낌의 꽃들 정말 예쁘다. 날 보고 방긋방긋 웃으며 행복하게 사라고 말하더라. 그래. 삶이 슬프지만 행복하게 살아야지. 희망의 빛을 끄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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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빌리지 커피 전문점



오랜만에 라이브 재즈 음악 듣고 내가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과 라넌큘러스 꽃도 보고 라테 커피 마시고 스시도 먹고 아침엔 찬란한 여명의 빛을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뉴욕의 찬란한 여명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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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362.jpg?type=w966 뉴욕 플러싱 여명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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