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사월의 향기
2021. 4. 2 금요일 흐림
봄인가 싶더니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브루클린 식물원으로 달려갔다.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을 주문했다. 작년 코로나로 문을 닫아 2년 만에 방문했다. 매년 봄이면 내가 사랑하는 별목련꽃이 필 무렵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 매일매일 그리운 곳. 보고 싶은 마음이 날 그곳으로 안내했다. 플러싱에서 브루클린까지는 꽤 멀다. 차가 있다면 30분 정도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맨해튼을 경유해서 가니 더 멀다.
아침 10시경 예약했다. 출근 시간 지하철과 시내버스에는 승객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타임스퀘어 역에 내려 브루클린 뮤지엄에 가는 다운타운 익스프레스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2/3호선 플랫폼에 가서 기다렸다. 코로나로 인종차별 혐오 사건이 벌어지니 무섭긴 하다. 온갖 꽃 피는 사월인데 겨울처럼 추우니 겨울 외투를 입고 갔다.
입구에 도착해 직원에게 휴대폰으로 티켓을 보여주고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 산책을 했다. 입구에는 노란 수선화 꽃물결이 봄바람에 출렁이고 있었다. 딸과 난 화장실부터 찾았다. 일을 보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라테 커피와 핫 초콜릿 사 먹고 추운 바람맞으며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4월 초 뉴욕은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하고 4월 말이 되어야 만개한다. 일본 연못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화사한 동백꽃과 벚꽃 보며 걷다 내가 사랑하는 별목련꽃을 보러 가는 길 셰익스피어 가든을 경유했다. 아름다운 식물원은 꽃의 요정들이 많이 산다. 이름을 몰라 미안한 꽃들의 요정이 날 이해할까. 매일매일 산책하고픈 아름다운 식물원에는 온갖 꽃 향기가 가득했다. 별목련꽃이 피는 곳에 도착하자 탄성이 나왔다. 무릉도원에 도착했다. 어린아이 데리고 온 가족도 보였다. 연인도 혼자서도 가족끼리 산책해도 좋은 아름다운 곳.
목련꽃 피는 순서도 있다. 별목련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으로 자목련꽃이 그다음으로 백목련꽃이 핀다. 만개한 별목련꽃이 곧 질 거 같다는 느낌이었다. 꽃 향기 맡으며 천천히 걷다 노란 수선화 꽃 피는 언덕을 바라보며 윌리엄 워즈워스 시도 생각하며 거닐었다.
매년 4월 말 벚꽃 축제가 열리는 벚꽃 나무 즐비한 곳에 도착하니 딱 한그루의 벚꽃 나무에서 꽃망울이 열리기 시작했지만 예년에 비해 탐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봄이라서 화사한 분홍빛 벚꽃이 눈부시다. 잠깐 피고 지는 벚꽃들. 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식물원은 나의 방문을 환영했을까. 난 매일 그곳에 가고 싶었다.
식물원을 나와 어디로 갈지 잠시 망설이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딸이 맨해튼 머레이 힐로 안내했다.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팔로 알토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년 전 뉴욕대 공동 프로젝트로 뉴욕에 와서 잠시 호텔에 머물 때 머레이 힐 근처를 거닐었다. 처음 가는 피자집은 뉴요커 취향이 느껴졌다. 딸이 주문한 샌드위치와 버펄로 피자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길 머레이 힐 주택가에 핀 별목련꽃과 꽃들을 보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7호선에 환승. 플러싱 종점역에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수 차례 환승하니 상당히 불편하지만 늘 감사함으로 산다. 추운 봄바람맞으며 기다리니 손과 얼굴이 꽁꽁 얼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가 다시 동네로 산책을 갔다. 매일 보는 꽃들이 보고 싶어서. 사월에 백만 송이 동백꽃이 핀다는 것을 올해 처음 알았다. 어릴 적 한국 트로트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주자주 동백꽃 보니 이미자 노래가 생각나 들어보았다. 가슴 울리는 구슬픈 목소리. 왜 사람들이 트로트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오후 내내 사진 작업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피자로 간단히 먹었다. 꽃을 좋아하지만 사진 작업은 힘들지만 꾹 참고 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래
겨울날처럼 추운 날
체감 온도 영하 3도
뉴욕 플러싱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