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활절 사랑하는 님을 보러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다

by 김지수

2021. 4. 4 일요일 /부활절


부활절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고 외출을 하려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고 차가운 물만 쏟아져 설거지하기도 어려웠다. 차가운 물로 샤워할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이 없는데 꽃을 사랑하는 내 영혼이 너무 맑고 깨끗해 샤워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다. 슬프니까 웃어야지. 농담이야. 샤워 안 하고 외출한 것은 딱 한 번인가. 작년인가 퀸즈 식물원 무료입장 시간에 방문하려고 너무 급해 샤워도 안 하고 세수만 하고 시내버스 타고 갔는데 수많은 신호등에 시내버스는 자주 멈추고 멈춰 가까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하필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날 줄이야. 오랜만에 보는데 왜 샤워도 안 하는 날 봐야 하는지. 함께 커피 마시고 수다 떨다 집으로 돌아왔다.


뉴욕 상류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활절 퍼레이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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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 같으면 부활절 일요일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 근처에서 모자 퍼레이드가 열려 화려한 뉴욕을 느낄 수 있는데 2021 NYC Easter Parade, Bonnet Festival Go Virtual로 진행하니 보지도 않았다. 눈으로 실제 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뉴욕 축제는 뉴욕의 향기를 느껴서 좋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작년에도 올해도 볼 수 없는 축제가 시작된지는 백 년도 더 지났다. 이민족이 모여사는 뉴욕은 축제의 도시다. 지금은 축제도 잠들어버렸지만.


부활절 아침 모자 퍼레이드 대신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려다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동네에서 산책하며 동백꽃과 수선화 꽃과 목련꽃을 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식물원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온수가 나와 급히 샤워를 하고 출발했다. 편도 최소 1시간 반 내지 2시간이 걸려 꽤 멀다. 차로 달리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낡고 오래된 소형차를 판지도 오래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요즘 자주 맨해튼 나들이를 하지 않으니 장시간 이용하는 게 상당히 피곤하다. 코로나로 인종 차별 사건도 생겨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데 꽃은 1년 내내 피지 않으니까 서둘렀다. 시기를 놓치면 보기 힘든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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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식물원에 핀 벚꽃



타임스퀘어 역에서 브루클린 뮤지엄에 가는 익스프레스 2/3호선을 타고 식물원 앞에 도착 미리 예약한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가 산책을 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방문객들이 무척 많았다. 아직 벚꽃은 만개하지 않았지만 화사한 봄빛을 느끼게 해 주니 좋았다. 흐린 날이라 빛이 부족하지만 나름 봄의 정취를 느껴 좋았다.


TTlI77QrcsdWoZ3N8CyZlywdtSI 브루클린 벚꽃 산책로에서 휴식하는 뉴요커. 사진처럼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



매년 4월 말 벚꽃 축제를 여는 벚꽃 산책로 초록 잔디밭에 누워 휴식하는 뉴요커는 행복해 보였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식물원. 벚꽃 나무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 촬영하는 가족을 보고 내 마음이 기뻤다. 얼굴에 미소 짓고 살아야 하는데 삶이 무거우면 미소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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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별목련꽃을 보러 갔다. 꽃 향기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봄이 되면 가장 그리운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브루클린 식물원 목련꽃 피는 정원. 꽃이 열흘 정도 피는데 목련꽃은 더 일찍 진다고 하니 시기를 맞추기 무척 어려워 절정 시기를 놓친 경우가 흔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찾아온 방문객 틈에 끼여 산책하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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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우면 두 자녀와 함께 자주 방문해도 될 텐데... 아들도 가까우면 보고 싶다고 하는데 왕복 3-4시간 걸리니 피곤하니 쉽지 않다. 꽃을 사랑하는 난 멀어도 달려간다. 딱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봄의 분위기라 더 특별하다. 별목련꽃과 사랑에 빠진 곳도 바로 브루클린 식물원. 딸과 함께 방문하면 커피와 빵도 먹으며 천천히 산책하는데 일본 정원, 셰익스피어 가든, 향기 정원, 목련꽃 정원에서 사진만 찍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모카 빵을 먹고 휴식을 했다.



오후 아들과 운동도 하고 저녁 무렵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몸이 피곤하니 세탁을 미룰지 고민했지만 그냥 했다. 세탁하는데도 정신력이 필요했다. 약 2시간 걸리는데 혼자 무거운 세탁 가방 들고 지하에 내려갔는데 다행히 다른 손님이 없었지만 건조기에 넣은 빨래가 마르지 않았다. 부활절 아침 온수가 안 나오고 저녁에는 건조기가 말썽을 피웠다. 꽃들을 보지 않았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슬픈 일들이 많다. 꽃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이른 아침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도 보았다. 매일 뜨는 태양처럼 나도 매일 찬란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뉴욕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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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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