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5 월요일 맑음
화창한 봄날 눈부신 파란 하늘이 미소를 지어 행복했다. 파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도 날 바라보고 있을까. 봄이라서 새들의 합창도 자주 들려온다. 창가에서 빨간 새 노래 듣고 글쓰기를 하고 산책을 하러 나갔다. 요즘 뉴욕에 자목련꽃이 한창이다. 며칠 전 늦은 오후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한인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길 날 장미정원에 초대했던 하얀색 집 정원에 핀 자목련꽃이 그림처럼 예뻐 찾아갔다. 그날은 할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계셨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뮤지엄 마일에 있는 메트 뮤지엄 아메리칸 윙 전시실 벽에 걸린 메리 카사트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마음 따뜻한 그녀 그림이 좋다. 어릴 적 한국에서 뜨개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는데 뉴욕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가끔씩 지하철에서도 뜨개질하는 모습을 보곤 하고 맨해튼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보곤 했다. 우리 어릴 적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 뜨개질 한 옷을 입은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들었다.
할아버지 집 정원에는 노란 수선화 꽃과 보랏빛 빈카 꽃도 한창이다. 봄이 무르익어가면 작약꽃도 핀다. 뉴욕은 정원 문화가 발달되었다. 손수 가꾸기도 하고 전문 업체를 불러 도움을 받기도 한 듯 짐작이 된다. 왜냐면 산책할 때 주인이 아닌 전문업체에서 출장 나와 일하는 것을 보았다.
사진은 빛이 중요하다. 며칠 전 오후 4시경 봤던 바로 그 빛은 아니어 자목련꽃이 내 마음처럼 담아지지 않았지만 기록하려고 작업을 했다. 만약 뉴욕을 떠나게 되면 얼마나 그리울까. 코로나 전에는 맨해튼 나들이하느라 바빠 플러싱 이웃집 정원이 천국이란 것도 몰랐다. 센트럴 파크, 브루클린 식물원, 뉴욕 식물원 등은 내가 무척 사랑하는 곳이라서 가끔 찾아가곤 했지만 소박한 주민들이 사는 플러싱 주택가 뜰에 보물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코로나로 맨해튼 나들이 대신 자주 산책하며 이웃집 정원을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뭐든 애정만큼 세상이 넓어지나. 내가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보려고 애를 써야 조금씩 보인다.
꽃향기 맡으며 산책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새들이 노래를 부르니 더 즐겁다. 아주 어릴 적 한국에서 꽃과 새를 그린 동양화 작품을 벽에 걸어둔 것을 자주 보곤 했는데 그때는 감명 깊지 않았는데 뉴욕에 와서 자주 산책하면서 새들이 정원에서 노래 부른 것을 보고 왜 화가들이 꽃과 새를 그렸는지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무척 바쁜 사람들은 정원에서 산책할 시간이 없으면 자연이 아름다운 줄도 모를 수도 있겠지. 자연이 좋다. 날 그대로 품어주는 자연. 아무 말 안 하고 꽃과 나무만 바라봐도 행복이 밀려온다.
봄이 되면 별목련꽃이 피기를 기다리는데 지금 한창이다. 어쩌면 곧 질 거 같아서 아쉬운 계절. 별목련꽃을 보러 가는데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가 새들의 노래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바라보았다. 아주 큰 고목나무 꼭대기에서 노래를 부르는 빨간 새를 우리 가족만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비브라토 노랫소리가 좋다. 빨간 새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할아버지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뉴욕은 4월 중순이 되어야 벚꽃이 한창이고 겹벚꽃은 대개 4월 말경에 핀다. 이웃집 뜰에 하얀색 벚꽃이 피기 시작해 내 마음도 화사해졌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 꿀벌과 나의 동선이 같은 봄 봄 봄. 꽃피는 계절이라 나비도 훨훨 날아다닌다.
평소 자주 걷지 않은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매화나무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매화꽃 향기가 너무 좋아 신선이 되었다. 그토록 예쁜 매화꽃을 나 혼자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하지. 오후 두 자녀에게도 보여주니 꽃 향기 좋다고 말하며 딸은 나중 집을 사면 꼭 매화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황진이가 매화를 사랑한 것도 딸에게 들었다. 딸이 소개해 꽤 오래전 뉴욕에 와서 황진이 드라마도 봤는데 기억이 없다.
꽃피는 아름다운 4월. 황금빛 수선화 꽃과 별목련꽃은 곧 질 거 같고 자목련꽃은 아직 한창이고 벚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하고 동백꽃도 한창이다. 산책하다 하얀색 동백꽃 보니 기뻤다. 꽃을 보면 맑고 순수한 영혼이 느껴져 좋다.
요즘 아침 6시 반에 해가 뜬다. 미국은 서머타임이라서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5시 반경. 여명의 빛을 보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새벽에 피는 노란색 꽃도 참 예쁜데 이름을 모른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아직도 찾지 못했다. 버드나무에서도 연둣빛 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계절. 매일 꽃을 찾아 순례를 떠난다. 꽤 많은 거리를 걸으며 휴대폰 렌즈에 담고 작업하니 하루 종일 바쁘기만 하다. 커피 몇 잔 먹고 집안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책 읽을 시간도 없이 꽃과 논다.
대학 시절 좋아한 이문세 노래도 떠오른다. 곧 뉴욕에도 라일락 꽃이 피겠지.
뉴욕 플러싱의 봄(사월의 향기)
하루 약 1만 8천5 백보를 거닐며 꽃 사진을 담았다.
꽃은 한 곳에 피지 않는다. 여기저기 움직이며 담은 꽃 사진들이다.
오후에는 아들과 운동도 하고 저녁에는 딸과 산책하고.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