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치자꽃을 보아 기쁜 날
뉴욕은 가든 문화가 발달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어서 좋은데
치자꽃은 아주 흔하지 않다.
지난 4월 21일 비바람이 불던 날
딸이 연어회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한인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길 비바람이 불어 포기하고
집에 돌아갈까 생각할 정도로
날씨가 짓궂었는데 꾹 참고 걷는데 우산이 바람에 날아가
이웃집 현관문 앞에 멈췄다.
바로 앞에 치자꽃 화분이 있어서 웃었다.
그날 올해 처음으로 치자꽃을 보았다.
치자꽃 향기가 정말 좋다.
친정아버지가 키우던 식물인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실까
안부가 그립다.
2021. 4. 25 일요일 오후
뉴욕 플러싱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 중에서
2021. 4. 21 수요일 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