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기원 재조사” vs “미국발 정치 바이러스”…

by 김지수


게재 일자 : 2021년 06월 02일(水)


“중국발 기원 재조사” vs “미국발 정치 바이러스”…美·中 코로나 전쟁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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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우한기원설 재확산

바이든 “동물매개 감염인지 실험실 사고인지 추가 조사”… 中 “美 세계 200곳에 생물실험실, 얼마나 많은 비밀 숨겼나”
과학계 “기원 모르면 코로나26·코로나32 발생할 것”… 中 정보 제공 비협조적 재조사 쉽지 않을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의견이 엇갈린다. 90일 이내 추가 조사한 뒤 알려 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지난 3월 정보당국에 코로나19가 ‘감염된 동물과 사람의 접촉’에서 유래했는지, ‘실험실 사고’로 발생했는지 등 기원을 명확히 분석한 최신 보고서를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국제조사 참여와 자료 제공 등 협조를 촉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추출된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해온 중국 우한(武漢)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우한 기원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워 온 미·중 간 패권 다툼이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또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美 트럼프의 ‘우한 기원설’ 제기에 WHO “근거 없다”로 끝난 제1라운드 =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던 지난해 1월, 전 세계는 ‘박쥐탕이 바이러스 숙주’ ‘코로나19는 기획된 국제범죄’와 같은 루머로 가득 찼다. 그중 가장 유력했던 건 ‘중국 정부가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다가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이었다.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기원했다는 주장은 지난해 1월 30일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 의회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우한에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4급 슈퍼 실험실이 있다”고 언급하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3월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의 안전불감증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워싱턴포스트도 “위험한 생물학 실험을 통해 연구되는 박쥐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우한연구소에 미국 측 조사관들이 수차례 파견돼 우한연구소의 안전 미흡 문제를 지적하며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우한 기원설’로 들썩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5월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유래됐다는 증거를 본 적 있다”며 중국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에서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로 비판받는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되레 “우한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전 미국·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에서 이미 코로나19가 출현했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당 국가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코로나19는 동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한 기원설에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의견을 내자 미국 내 여론도 갈리기 시작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WHO는 올해 1월 전문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2월과 7월 우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중국의 방해로 뒤늦게 현장조사를 한 것. 그러나 중국은 WHO 조사팀에 미가공 데이터와 안전성 기록 제공을 거부하는 등 조사과정에 협조하지 않았다.

중국 측이 제공한 제한적 자료를 토대로 확인 작업을 벌인 WHO 조사팀은 지난 3월 “우한연구소 사고로 인류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WHO 조사 결과 발표 뒤 ‘우한 기원설’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남는 듯했으나, 코로나19 기원은 그 후로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美 정보기관 미공개 보고서가 쏘아 올린 제2라운드, 미·중 패권 경쟁의 ‘핫스폿’ 되나 = 하지만 2019년 12월 중국 당국에 최초 발병자가 공식 보고되기 전 이미 우한연구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됐다는 미 정보당국의 미공개 보고서가 지난 5월 말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보도되며 ‘우한 기원설’은 재점화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1월 우한연구소 직원 3명이 비슷한 증세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핵심. 그동안 우한 기원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가 동물에서 기원한 게 아닐 수 있다.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뒤늦게 주장한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우한 기원설이 최대 논쟁거리가 됐다. 미·중은 WHA에서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미국은 “코로나19 기원이 감염된 동물인지 실험실 사고인지 재조사해야 한다”고 맹공격했고, 중국은 “WHO 조사 결과 중국 부분은 완성됐다. 다른 국가나 조사하라”고 맞받아쳤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의 2개 정보기관은 ‘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을 주장하고, 1개 기관은 ‘실험실 사고’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중국이 완전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한 국제조사에 참여하고 모든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중국이 즉각 반발하면서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과학적 문제인 기원 추적을 정치화하는 건 기원 확인을 더 어렵게 만들고 (중국을 향한) ‘정치적 바이러스’를 풀어놔 국제공조를 방해한다”며 맹비난했다. 또 “세계의 일부 비밀 기지 및 생물학연구소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지한다”며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데트릭의 미 육군 전염병연구소 조사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미 정보당국은 전 세계 200여 곳에 생물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냐”고 거들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론이 우한연구소 재조사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코로나19 기원을 제대로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이 관련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계 권위자인 피터 호테즈 베일러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장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기원을 이해하지 못하면 코로나26, 코로나32가 발생할 것”이라며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경제 제재를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이 우한 기원설로 중국을 공격하면서 중국의 협조는 더 멀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의 데일 피셔 교수는 “추가 조사에는 중국 측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비난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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