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친절한 한인 택시 기사 평생 후회되는 일

by 김지수

2021. 12. 6 월요일 흐림,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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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산책하고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김치와 쌀이 떨어졌고 어제 가려다 갑자기 마음이 변해 퀸즈 식물원에 다녀왔는데 자꾸 미루면 계속 미룰 거 같았다. 하지만 점점 날씨는 추워질 테고 미룬 게 안 좋을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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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사랑하니 김치와 쌀이 없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쌀과 김치와 연어와 소파와 감자와 양파와 굴 소스와 단감 등을 구입하고 한인 택시를 불렀다. 짐이 무거워 택시를 이용하지만 도로에서 아파트 현관까지 좀 걸어야 하니 장보기가 간단하지 않고 무거운 짐을 운반하려면 좀 힘들다. 한국과 달리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상당히 불편하다. 그런데 기사분이 아파트 현관문 앞까지 짐을 옮겨주셨다. 처음이었다.


사람 마음이 다 다르다. 트렁크 문도 열기 전 택시비를 주라고 하는 분도 있고, 허리가 아프다는 등 꼼짝도 안 하면서 돈부터 달라고 하거나 짐이 무거우니 기름값이 많이 든다고 택시비를 더 많이 달라고 등등 별별 기사분들이 있다.


그런데 오늘 뵌 분은 뉴욕에 살면서 만난 기사 가운데 가장 친절했다. 형편이 넉넉하다면 두둑한 팁을 드리고 싶었지만 평소보다 약간 더 주고 말았다. 집에 오는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경기 어때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그러게요. 물가가 너무나 많이 올라 갈수록 힘들지요. 경기는 그저 그래요.

-그런가요? 연말이라 더 좋은 줄 알았어요. 언제 뉴욕에 오셨어요?

-꽤 오래되었지요. 1986년. 그때는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아니었지요. 뉴욕에서 한 달 급여받으면 한국 1년 수입과 같았어요.

-어머나... 그랬군요. 어떻게 오셨어요? 뉴욕에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니요. 브로커 통해 왔어요. 당시 서울 40평대 아파트 파니 1200만 원이었지요. 브로커 비용으로 전부를 주었는데 지금은 그 아파트 시세가 10억이 넘는다고 해요.

-그럼 영주권을 받고 오셨어요?

-아니요. 그냥 브로커 비용이 그리 많았어요.

-당시 뉴욕 급여가 많았네요.

-한국과 비교해 많았지만 뉴욕 렌트비와 생활비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지요. 뉴욕에 온 게 평생 가장 후회가 된 일입니다. 뭐하러 뉴욕에 오셨어요? 뉴욕에서 살기 힘든데

-자녀 교육 때문에 왔지요. 자녀분은 있으세요?

-딸 한 명 있는데 소통이 어려워요. 세대차이가 커요.



IMG_6115.jpg?type=w966 새벽에 겨울비 내렸다.



이민을 와서 잘 사는 소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루아침에 낯선 언어가 모국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언어 소통도 어려운데 좋은 직장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더 더 어렵고, 가장 큰 문제는 신분 문제. 최소 영주권만 있으면 도전해 볼만한데 영주권 없는 이민자의 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이민 생활에 대해 잘 모른 사람과 대화가 참 어렵다.



IMG_6085.jpg?type=w966 뉴욕 플러싱 주택가 단풍/ 12월 겨울 풍경



뉴욕에서 만난 가장 친절한 분이었는데 이민 온 게 평생 후회되는 일이라고 말씀하니 가슴이 아팠다. 오래오래 기억될 분 같다.


매년 12월이 되면 한아름 마트에서 탁상용 달력을 준다. 잊지 않고 달력을 받아왔다.



IMG_6090.jpg?type=w966 설악산 떠오르게 하는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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