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뉴욕 크리스마스이브

by 김지수


2021. 12. 24 금요일


뉴욕 맨해튼 크리스마스이브 분위기가 궁금해 지하철을 타고 달렸다.


혹시 언제 뉴욕을 떠날지 모르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뉴욕에서 마음껏 누리며 살자고 생각한다. 삶은 아무도 몰라. 뜻밖의 일이 찾아와 우릴 얼마나 당황하게 하는가. 뜻대로 안 되면, 내가 최선을 다해도 안되면 내버려 두고 기도하는 수밖에.


카네기 홀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센트럴 파크 야경도 구경하고 천천히 화려한 맨해튼 5번가를 거닐려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이 오지 않아서 다시 할 수 없이 7호선에 탑승했다. 동시 내 계획은 변경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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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서 내릴까 고민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내렸다. 지하 화장실도 다녀오고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커피 한 잔 사 먹고 빨강 초록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기차역을 바라보았지. 밤 기차를 타고 여행 떠나면 좋겠단 상상도 해 보고.


그랜드 센트럴 역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는 딸이 9학년 여름 방학 시(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방학) 예일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때 무거운 트렁크 들고 아들과 나도 함께 기차를 타고 뉴헤이븐으로 달렸고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아이비리그 예일대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하필 한인 여학생. 그 학생 엄마가 깜짝 놀라셨다. 뉴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예일대 캠프에 왔냐고. 혼자의 힘으로 가슴에 피눈물 흘리려 공부했던 딸. 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했다.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남아 있는 기차역.


IieXNJv6pgmSZfcdPT_DBYb-r9w.jpg 사진 왼쪽 그랜드 센트럴 역 빌딩, 중앙 크라이슬러 빌딩



기차역 근처에 뉴욕의 상징 크라이슬러 빌딩이 있다. 뉴욕의 밤에 은빛으로 빛나는 크라이슬러 빌딩도 바라보며 브라이언트 파크를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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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AdPyLpgI_xSgOe0M8KOZcqhIk.jpg 브라이언트 파크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크리스마스이브 뉴욕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하얀 아이스링크 위에서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행복한 사람들 표정도 바라보았다.



뉴욕의 상징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다음 행선지는 록펠러 센터. 연보랏빛 조명이 아름답게 비추는 록펠러 센터 빌딩 근처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걷기도 힘들었다. 매년 그렇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사진 촬영한 사람들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추억은 항상 좋은가. 겨울나무도 화려한 황금빛 옷을 입으니 휘황찬란했다.




BzVN7QmBr5cjWslkpkzEmWpT7KQ.jpg 타임 스퀘어에 가면 나도 여행객이 된 느낌, 복잡하지만 나름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다음 코스는 타임 스퀘어. 연말이라 더 복잡한 뉴욕의 한 복판 타임 스퀘어. 브로드웨이 극장이 즐비하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도 볼 수 있고, 여행객들이 기념사진 촬영하는 것도 보고...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에 가끔은 고독해지기까지 하는 타임 스퀘어. 군중 속의 고독일까. 그 복잡한 곳에서 고독을 느끼다니.


매년 12월 소망의 벽에서 새해 소망을 작은 색종이에 적었다. 내가 욕심이 많은가. 올해 꽤 자주 방문해 소망을 적었다. 새해 이브 내 소망이 뉴욕의 밤하늘에 떨어지겠다. 다 이뤄지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이브 선물인가. 아침에 눈 뜨니 아파트 뜰에 하얀 눈이 쌓여 있어 얼른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산타할아버지도 하얀 눈을 맞았더군. 산타 할아버지도 눈을 좋아하세요? 물으니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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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동지죽을 먹었다. 사진 중앙 겨울에 핀 진달래꽃



크리스마스이브 뜬금없이 동지죽이 먹고 싶어 점심 무렵 걸어서 한식당에 찾아갔다. 미리 전화를 해서 동지죽 파냐고 확인했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동지 새알을 빚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특별한 날이면 엄마를 도와드렸지만 평소 내 일에 바빠 엄마에게 도움이 안 되어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먹었지만 어릴 적 먹은 맛과 너무 달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대가 너무 높았을까.


오후 세탁도 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세탁이 최고야. 내 복잡한 마음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깨끗해질까. 삶이 어렵나. 매일 비우고 비워도 마음속에 번뇌가 쌓인다. 계속 비워내야지. 기도해야지. 희망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다 보면 더 좋은 날 오겠지.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무에서 시작해 뉴욕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나. 뉴욕의 삶도 실험실. 우리 가족은 실험실 속에 살고 있다.


색다른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연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사랑을 주고받았겠지.




꿈과 열정으로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고독한 뉴요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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