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3 목요일
세상에 태어나 날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 것은 아마도 처음인 거 같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는데 왜 한 번도 사지 않았을까. 난 언제나 뒷전이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셈 치고 구입하자고 마음먹었다.
며칠 집에서 사진 정리하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날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는 게 1순위. 조금 미루면 그냥 지나갈 거 같아서 당장 달려갔다. 꼭 필요하지 않았다면 북 카페에서 책과 놀다 허드슨 강 석양도 보다 이것저것 하다 집에 돌아왔을 텐데.
무얼 샀을까.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 선물 단편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 머리빗을 사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시곗줄을 샀는데 난 속옷을 구입했다. 속옷만큼은 필수품이니 구입해도 좋을 텐데 나는 항상 뒷전이니까 그냥 지나곤 했다. 언제 구입했나 기억도 못한다. 헌것과 새것을 비교하니 헌 것은 걸레 같았다.
그럼 난 지금껏...
참 슬프다. 이게 인생인가.
자주 맨해튼에 가지만 커피 한 잔이면 천국에서 논다. 그게 뉴욕 문화다. 뉴욕은 귀족과 아닌 경우로 나뉘고 귀족이 아닌 경우 지갑 열기가 두렵다. 하늘 같은 물가라서. 평생 아끼고 아끼고 절약하고 살아왔다. 혼자의 힘으로 두 자녀 교육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나. 내가 1순위였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자녀 대학 졸업 때까지 커피 한 잔 사 먹지 않았다.
그럼 나라고 욕망이 없단 말인가. 그냥 절제하고 살았다. 내 한계를 벗어나면 눈감고 그냥 살았다. 내 분수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고 살았다. 평생 배우며 살았지만 하고 싶은 거 쓰고 싶은 거 다 누리고 산 적은 없다. 왜냐면 내게는 하늘 같은 의무가 우선순위였으니까. 의무는 왜 그리 많았는지. 하늘이 준 운명인가.
코로나로 한동안 맨해튼 5번가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도 문을 닫았는데 다시 열었다. 속옷도 얼마나 비싼지. 내가 원하는 검은색 브래지어는 사이즈가 없어서 직원에게 말하니 다른 사이즈를 시도해 보란다. 서랍장에는 팔고 남은 것만 있었다. 할 수 없이 평소 사용한 사이즈가 아닌 것을 골랐다.
그리고 두 자녀를 위해 선물을 고르려고 할인 매장에 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눈이 저절로 감겼다. 명품은 할인해도 하늘 같은 가격. 그냥 속옷과 양말을 구입해 집에 돌아왔다.
세상에 두 자녀 속옷과 양말과 내 브래지어 가격이 100불이 넘는다. 얼마나 비싼 물가인가. 100불이 마치 1불 같아. 돈이 돈이 아니다. 쓸게 없다. 어찌 살아야 할까. 갈수록 돈 가치가 물 같아. 외출복도 아닌 기본적인 속옷과 양말 구입비가 이리 비싸도 되나.
맨해튼 미드타운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황금빛으로 반짝반짝거린다. 칠흑처럼 어두컴컴한 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찍으면 더 멋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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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럭셔리 호텔에서 머무는 여행객도 있을 텐데 누가 왔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먼 훗날 꿈꾸는 세상에서 마음껏 꿈의 날개를 펼칠 날이 있을 거라. 비록 삶이 복잡하고 슬프지만 최선을 다하면 어디선가 길이 열릴 거라 믿음을 가져본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곤 했다. 고개를 넘으면 산맥이 나오고 산맥을 넘으면 더 높은 히말라야 산맥이 나오더라. 그게 삶인가. 세라비.
한 번도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슬픔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할 수 없지. 미리 포기하지 않는다.
Friday, December 24, 2021 7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카네기 홀에서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곤 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되었다. 연주가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런다고. 이걸 어쩌나. 알 수 없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