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는 제 시각에 오지 않았다
2022. 1. 3 월요일
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 책 읽고 아들과 함께 운동하러 갔는데 칼바람이 불어 죽는 줄 알았다. 기온도 뚝 떨어졌는데 바람까지 부니 꽁꽁 얼어버릴 거 같으나 400미터 트랙 몇 바퀴 돌고 집에 돌아왔다.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 지하철 타고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카페로 올라갔다. 1층에도 손님들이 많아 내 마음이 즐거웠다. 북카페 사라지면 엉엉 울 거 같아. 뮤지엄 보다 북카페가 더 좋은 나.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사나. 책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커피 한 잔이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가. 사람들 만나면 다 돈이다. 비싼 도시 뉴욕은 더더욱 돈 돈 돈이다.
그런데 마음이 무거운지 나도 모르게 여행 잡지를 꺼내 핫 커피 마시며 읽었다. 마음속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낯선 곳으로 여행 떠나면 얼마나 좋은가. 삶이 조금만 덜 복잡하다면 자주자주 여행 가고 싶은데 현실은 날 꼭 붙잡는다.
하얀 설원에서 스키 타는 상상도 해 보고 기차 타고 프랑스 여행하는 꿈도 꾸었다. 대학 시절 해외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말하면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북카페 벽에 그려진 카프카 사진 보며 프라하를 떠올린다. 시계탑이 무척이나 예쁜 프라하에서 프라하 생가도 방문했는데 기억이 흐리다. 카프카도 고독했을까. 낮에 일하고 매일 밤에 글을 쓰며 지냈을 거라 상상해본다. 사후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
꽤 오래전 아름다운 동유럽 프라하 야경 보러 산책을 갔는데 여행팀 가운데 한 분이 미국 여권을 분실해 소동이 일어났다. 그때는 여행 정보도 부족하니 자유 여행 대신 여행사를 이용했다. 미국 보잉사에 근무하는 분과 결혼한 한국 여자분 혼자 미국 여권을 갖고 있는데 어찌 알고 훔쳐갔는지. 당시 프라하에서 희곡 공부하던 유학생이 가이드를 했는데 무척 바빠 얼굴에 인상 썼던 씁쓸한 추억이 생각난다. 당시 미국 여권이 1천만 원 내지 1500만 원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올 거라 상상도 못 하던 때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프라하는 정말 우주만큼 먼 나라였는데 수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프라하로 여행을 떠나니 얼마나 좋던지.
프라하 하면 밀란 쿤데라 작가가 생각나고 동시 <프라하의 봄> 영화가 생각난다.
월요일 오후 하얀 눈이 내린다는 일기 예보. 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내리지 않았다. 분명 어디선가 눈이 내릴 텐데 왜 유니온 스퀘어는 내리지 않았을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여행 잡지를 읽은 후 몇몇 책을 펴고 읽다 서점 밖으로 나왔다. 유니온 스퀘어 파크 간디 동상 옆에는 붉은 장미가 피어 있었다.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타음 스퀘어에 도착했는데 로컬만 운행한다고 방송이 울리고. 로컬을 타고 플러싱에 도착했는데 너무너무 추워 마트에 장 보러 가야 하는데 마음이 변했다.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가득했다. 그리 추운 날 버스는 오지 않고... 아... 어쩌만 말인지. 사람들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겨울에 시내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고통이다.
맨해튼에서 산다면 이런 고통을 받지 않을 텐데... 지난여름 한인 유학생이 내게 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지만 내 힘으로 불가능했다. 남에게 도움을 줄 정도가 되면 좋을 텐데 뉴욕 삶이 험악하다. 우리 집 역시 지난여름 맨해튼으로 이사하려고 몇 달 여기저기 움직이며 알아봤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무너무 비싼 렌트비와 너무너무 좁은 공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롱아일랜드에 살 때가 가장 좋았나. 맨해튼 럭셔리 아파트는 수 백억 할 테니 생각조차도 불가능하고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구경하러 움직였지만 플러싱 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렌트비는 비싸고, 조건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지. 뉴욕 서민들은 눈물과 고통을 먹고 산다. 한국 아파트가 얼마나 좋았는가 가끔 생각나곤 한다. 아, 옛날이여..
제 시각보다 늦게 늦게 늦게 도착한 시내버스에 탑승하니 순간 내 마음이 변했다. 사람이 정말 간사한가. 장을 보러 가야 하는데 너무 추워 죽을 거 같으니 포기하다 시내버스에 탑승하니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이번 주 계속 춥다고 하니 그냥 장을 보는 게 맞을 거 같아서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좋아하는 단감, 새우, 달걀, 생선과 두부와 상추 등. 물가는 얼마나 올랐는지 눈물이 글썽글썽...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집에 오는데 17년 전에 뉴욕에 오셨단 분 역시 요즘 100불이 쓸게 없다고 하셨다. 100불 벌기는 힘들지만 쓸게 없는 세상. 서민들 삶은 갈수록 팍팍하고 힘든 세상.
그래도 맨해튼 북카페에서 책과 놀고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1월 2일 일요일
변함없이 운동하고 북 카페에 가서 책과 놀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 1월 3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