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의 결혼
2022. 1. 8 토요일
새해 처음으로 메트 오페라를 보았다. 토요일 오후 1시 공연이라서 아침 9시 러시 티켓을 예매했다.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하면 뉴욕에서 정말 저렴한 러시 티켓은(온라인으로 구매) 대개 1-2분 이내 매진되는데 상당히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었다.
뉴욕은 할 게 무진장 많고 볼 게 많으니 즐거운 도시이지만 추운 날이라 오페라 한 편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춥지만 않다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칸딘스키 전시회를 보면 좋겠는데. 보러 가야지 하면서 그냥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토요일 오후 기부 입장 시간이라 토요일마다 망설이고 있다. 맨해튼에 산다면 진즉 봤겠지. 플러싱과 맨해튼의 차이다.
수 십 년 전 해외여행 다닐 때 오페라를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빈 여행 가서도 미술관도 가고 오페라도 보고 빈필 공연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여행객이 다니는 코스만 봤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런던에서도 오페라 보고 싶은데 가이드가 표를 구입하기 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페라 팬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미리 표를 구매한다고.
플러싱에서 지하철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1호선에 환승했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중년 부부가 나보다 더 먼저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해 나도 모르게 웃었다. 1호선 승객 가운데 링컨 센터 공연 보는 분들도 많은 듯. 일본어 구사하니 일본 출신이거나 일본 여행객이나 보다 짐작했다. 일본은 클래식 음악 공연이 너무 비싸단 이야기를 뉴욕에서 가끔 듣곤 했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일본인들로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를 봤는데 오후 1시 시작 오후 4시 반경 막이 내리니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뉴욕에 와서 가끔씩 오페라를 보지만 공연 보기 전 미리 오페라 공부하고 가는 타입은 아니다. 지휘자가 무대에 올라 공연이 시작했는데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맨해튼 음대에서 자주 들은 곡이었다. 맨해튼 음대 보컬 공연이 정말 환상적이다. 요즘 코로나로 공연 본지 꽤 오래되어가니 아쉽다.
맨해튼 음대 공연이 정말 그립다. 그래서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 주말에 찾아가 공부했던 음악 학교가 아니었다면 난 뉴욕 문화도 잘 몰랐을 것이다. 사실 뉴욕 문화 모르는 분들도 무척 많다. 지옥과 천국의 색채를 갖는 뉴욕이지만 지옥만 보고 산 이민자들도 무척 많다. 물론 공연과 전시회 등 뉴욕 문화에 관심도 없는 분도 있을 테고 먹고사는 일이 힘드니 문화생활할 여유가 없기도 하겠다. 아들이 활동했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얼마나 좋던지! 뉴욕 문화를 처음으로 느꼈던 공연이었다. 일반인에게 오픈하니 음악 좋아하는 팬들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중지 상태다.
메트 오페라 비싼 좌석은 수 백 불 하지만 러시 티켓은 25불. 3시간 반 동안 뉴욕에서 25불 쓰며 세계 최고 오페라 보면 결코 비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페라 공연 보면 좋다. 아리아 들으면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린다.
2월 메트 오페라 공연이 없다고 한다. 뉴욕은 공연 문화가 특별하다. 매일 세계적인 공연을 볼 수 있다. 2월 오페라 공연이 없으니 '뉴욕이 아니다'라고 말한 팬도 있다. 귀족층도 아닌 평범한 클래스인데 오페라를 무척 사랑한다. 80년대 파바로티 공연도 봤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페라 공연을 보는 분이다. 지금은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산다고. 아들에게 그분이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산다고 하니 아마 바다를 좋아하는 분이나 봐요, 했는데 정말 그렇다고 해서 웃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도 나온 아리아도 흐른다. 참 재밌게 봤던 영화.
마음이 복잡해 우울증이라도 걸리면 얼마나 힘들까.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난 마음이 어지러우면 복잡한 내용의 글은 읽지도 않는다(읽히지 않는다). 내 일도 복잡한데 다른 사람 복잡한 일을 머릿속에 담을 능력이 없기에. 산책하면서 책을 읽으며 음악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의 우울을 걷어낸다.
누가 삶이 쉽다고 하겠는가. 모두 가슴속에 말 못 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더라도 매일 기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날씨가 춥지만 않다면 더 오래 맨해튼에서 머물다 전시회도 보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전날 센트럴 파크에서 사진 찍으며 거닐었던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