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카네기 홀 조성진. 센트럴 파크 얼음꽃

일본계 이민자 70대 할머니 만나 프랑스 여행 이야기 듣다

by 김지수

2022. 2. 25 금요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날 카네기 홀 공연 스케줄이 변경되고 메트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는 야닉 네제 세갱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은 목요일 오후 접했지만 피아니스트가 미정이라 난 굉장히 기대를 했다. 이런 경우 신예 피아니스트 공연을 볼 수 있기에.


난 조성진이 무대에 오를 줄 몰랐는데 음악 마니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뉴욕보다 유럽에 먼저 조성진 빈필 데뷔 소식이 떴다고. 명성 높은 빈필에서 데뷔하기 무척이나 어려운데.


카네기 홀 같은 무대에서 공연하려면 오래 준비할 텐데 갑작스럽게 올라 준비도 없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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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에서 두 번 그의 연주를 봤지만 첫 번째 공연은 정말 좋았고 두 번째 공연은 흡족하지 않아서 그가 3월 초 뉴저지에서 공연한다고 하는데 교통비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안 봐도 되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그가 베를린에서 머물다 카네기 홀 연락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왔다고 하는데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현재 뉴저지 3월 초 공연 일정으로 뉴욕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는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언론이 항상 백 프로 맞는 것도 아니니까.


빈필 카네기 홀 티켓은 다른 공연에 비해 인기도 많고 티켓도 엄청 비싸다. 음악 마니아로부터 듣은 바로는 카네기홀 재단에서 빈필이 뉴욕에서 3일 일정으로 공연을 하면 1백만 불(어마어마하네)을 주고 데리고 온다고. 비행기 값과 호텔 숙박비등을 포함하나 보다. 그래서 티켓이 비싼가. 올해 2022년 2월 25일, 26일, 27일 공연 예정.






암튼 내 형편으로서는 시야가 좋은 티켓은 꿈에서나 가능한 뉴욕 현실이라서 가장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서 보곤 한다. 그러니까 무대 시야는 밤하늘처럼 캄캄하니 상상하면서 봐야 한다. 눈 감고 음악 들으며 상상하는 것도 좋다.


IMG_3120.jpg 사진 중앙 조성진 피아니스트




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 하늘 높은 발코니 석에서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듣다 교향곡 마지막 부분까지 듣지도 않고 미리 홀을 떠났다. 왜냐면 너무 늦어져서.


평소 저녁 8시 공연은 대개 10분 내지 11분 늦게 시작한다. 그런데 8시 24분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맨해튼에 산다면 늦어져도 괜찮은데 플러싱에 사는 나로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밤늦게 플러싱에 도착하면 시내버스도 자주 없고 가끔은 시내버스를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니까.


아들에게 공연이 어땠냐고 물으니 피아노 협주곡 1악장 부분이 참 좋았다고.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가 고독하게 살았을 거 같다는 느낌을 곡에서 받았다고. 빈필 악단 연주도 마음에 든 멜로디는 아마도 즐겁게 하고 아닌 경우는 그저 그렇게 연주한 거 같다고. 내 귀에도 흡족하지 않았던 빈필 연주였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이라 당연 기대치가 높고 기대치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꽤 오래전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때 들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뉴욕에서 들은 곡 가운데 가장 훌륭했던 연주였다. 예비학교 학생들 연주가 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명성이 전부가 아니다.


아래 간단히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다시 적어본다.

뉴욕에 와서 무척 고독하게 지냈단다.






뉴욕에 와서 고독하게 지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에서 탄생한 그는 러시아 혁명으로 러시아를 떠났다. 그에게도 슬픈 우화가 있다.


1873 년 4 월 1 일 러시아 북서부 Semyonovo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교사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재능이 많았고 18 살 때 첫 피아노 협주곡으로 폭풍을 일으켰지만 그의 첫 번째 교향악은 완전한 재앙이었다.


1897년 3월 술에 취한 글라주노프가 지휘한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고 비평가들은 혹평을 아끼지 않았고 라흐마니노프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 연주되지 않았다. 심포니의 실패로 그는 우울증에 빠져들어갔고 몇 년 동안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정신과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은 후 1901년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은 위대한 작품으로 간주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IMG_3567.JPG?type=w1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카네기 홀 우화도 있다. 라흐마니노프 (Rachmaninov)는 한때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 (Fritz Kreisler)와 함께 뉴욕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연주 도중 Kreisler가 악보를 잊어버려 Rachmaninov에게 '우리 어디'라고 속삭였는데 라흐마니노프의 답변이 '우리 카네기홀'이라고 했다. 유머 감각 높은 라흐마니노프 답변에 크라이슬러가 얼마나 당황스러워했을지.


그의 미국 생활이 언어 장벽으로 아주 고독하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 읽은 적이 있다. 라흐마니노프가 1926년부터 1943년 그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 505 웨스트엔드 애비뉴((505 West End Avenue)에 거주했고 그동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 피아노 협주곡 4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심포니 3번> <교향적 무곡(Symponic Dances)> 등을 작곡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뉴욕 인기 드라마 프렌즈에서도 나왔다.

All by Myself (올 바이 마이 셀프).

미국 출신 에릭 카멘(EricCarmen)의 1975 발표된 파워 발라드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 단조, Opus 18에 기초한 곡이란다.





뉴욕 정착 초기 우리 가족도 프렌즈(Friends) 드라마를 자주 시청했다. 특히 딸이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DVD를 구입해서 자주자주 봤는데 지난여름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두막이 너무 좁아서.





뉴욕 맨해튼에 사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여주지만 드라마는 말 그대로 드라마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다만 미국이 워낙 광활한 지역이고 지역별로 천차만별이고 뉴욕 맨해튼에서 살고 싶어 하고 뉴욕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법 같은 일상이 펼쳐진다. 뉴요커 젊은이들이 그렇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준비도 없이 무대에 오른 조성진 공연에 대해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카네기 홀에서 조성진 공연을 봤다는 것 정도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거 같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나왔다. 명성 높은 빈필 공연이 명성만큼 좋지도 않았다. 갑작스럽게 지휘자가 바뀌어서 그랬을까. 자주 카네기 홀에서 빈필 공연을 봤지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보기 드문 공연이라 달려가서 보곤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이 좋다.




코로나 팬데믹 전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만난 70대 일본계 이민자 할머니를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무얼 하며 지냈다고 물으니 프랑스와 스페인에 여행 다녀왔다고. 맨해튼 미드타운에 사는 부잣집 할머니는 무척이나 검소하고 소박하다. 매일 도자기를 구우러 다니고 가끔 트레킹을 혼자 떠난다. 전에는 산에도 갔지만 70대가 되니 이제는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멋진 노후를 보내는 독립적인 할머니 덕분에 프랑스 여행 사진 보며 나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다. 로마에서 교황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내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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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 만나 프랑스와 로마로 여행 떠났다.




아들과 내 옆자리에는 뉴저지주에 사는 한인 교포가 앉아 잠시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 처음 뵈었는데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니 좀 어색하다. 90세 노모를 돌보고 지내니 말할 것도 없이 힘들겠다. 결혼하지 않고 평생 자유롭게 지낸 듯. 이삼십 년 전 런던과 빈 등에 여행 가서 공연도 봤던 분이다. 조카가 의사인데 함께 공연 보러 오려고 했는데 일정이 너무 바빠 혼자 왔다고. 미국의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에 대해 말했다. 응급실에 가서 치료받았는데 10만 불도 나오더라(의료보험 없는 경우)....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 좁은 공간에 5명이 그냥 잠만 자는 식으로 지내더라고. 렌트비가 하늘 같아서 한국 같은 아파트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는 뉴욕. 미국 인기 드라마 프렌즈가 얼마나 허상인가.


그럼에도 뉴욕 맨해튼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고?

문화가 특별하니까.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는 문화 예술의 도시.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빠지고 싶은 유혹이다.




IMG_3108.jpg 아들과 내가 앉은 발코니 석



꽤 오래전 아들과 함께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디렉터 따님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해 맨해튼 아파트에 사는데 친구 5명이 렌트비 나누고 잠만 자는 식으로 지낸다고. 뉴욕 맨해튼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며칠 전 화사하게 핀 연보랏빛 크로커스 꽃을 보아 반가웠는데 다시 겨울이 찾아와 춥다. 금요일 아침 눈비가 내려 센트럴 파크에 찾아가 거닐었다. 겨울나무 숲은 얼음꽃 궁전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겨울 풍경은 미술관에 걸린 그림보다 더 예쁜데 휴대폰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에는 예쁜 센트럴 파크 겨울 풍경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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