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커피 한 잔과 천국 여행
2022. 2. 26 토요일
첼시 페이스 갤러리에 제임스 터렐 전시회를 보려고 다시 찾아갔다. 역시나 줄이 엄청 길어 최소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떠났다. 왜 자꾸 잊다 주말만 되면 생각나는지. 주말 아니면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화사한 꽃만 보고 마음을 달랬다.
토요일 오후에 아지트에 찾아갔다. 가끔씩 만난 크리스를 보긴 했는데 백인 남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방해할까 인사만 하고 커피를 들고 떠났다. 심심할 때는 친구가 필요하지만 남 바쁠 때 안척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없겠지.
아직도 사람들 마음을 잘 몰라 눈치가 부족하지만 사람들 마음이 다 다르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안다.
아무리 설명해도 처지가 다르면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어려운 사정 설명하면 신세 한탄한다고 오해를 받는 것도.
그러니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 마음 모르고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 마음을 모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남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입장 바꾸기가 쉽지 않다.
호주머니에 10억이 있는 사람이 호주머니에 1000원 있는 사람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까 끼리끼리 모인다.
지난번 로마에서 온 두 명의 음악가를 만났던 날 "로마에 가면 엽서를 보내세요."라고 하면서 연락처를 주던 크리스에게 그날 공연을 못 봤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냥 떠났다.
토요일 오후 나의 놀이터는 줄리아드 학교. 오후 1시 공연을 보기엔 약간 지각을 했지만 수위에게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니 오후 2시 반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지금 공연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통과시켜주니 폴 홀에 들어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곡을 들었다. 예비학교 학생 연주가 좋았다. 무대 위 연주는 준비된 자와 아닌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멋진 연주라서 기분이 좋았다.
오후 2시 반 첼로 공연 프로그램에 내가 좋아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이 들어 있었다. 대학 시절 무척 좋아하던 곡을 먼 훗날 내가 켤 수 있으리라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 날 바흐 무반주 곡을 레슨 받게 되었다. 변하지 않은 마음이 내게 가져다준 작은 기적 아닌가.
어릴 적 악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 형편에 무리라 판단이 되어 한 번도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부모 원망해 본 적이 없다) 교직 발령을 받고 악기점에 달려가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해 레슨을 받다 결혼 후 첫아이 출산할 무렵 레슨을 중지했고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레슨을 받게 되니 나도 다시 레슨을 받고 싶은 마음이 꿈틀.
어렵고 복잡한 형편이었지만 백화점 문화 센터에서 레슨을 받게 되었고 바이올린 대신 첼로를 선택했다. 세월이 흘러가니 바흐 무반주 곡을 켜게 되었는데 어느 날 여름 첼로가 바삭바삭 부서지고 말았다.
그게 20년 전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운명의 전주곡이었나. 짙은 안개 걷히고 뉴욕으로 떠나왔다. 첼로가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 가족을 인도했을까.
Saturday, Feb 26, 2022, 2:30 PM
JOHANN SEBASTIAN BACH Cello Suite No. 6 in D Major, BWV 1012
SERGEI PROKOFIEV Sinfonia Concertante in E minor, Op. 125
LUDWIG VAN BEETHOVEN Cello Sonata No. 4, Op. 102: "The Free Sonata"
FRANCISCO TÁRREGA (arr. Noam Ginsparg) Recuerdos de la Alhambra
HENRI DUTILLEUX Trois strophes sur le nom de Sacher
토요일 종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을 볼 수 있고 오후 2시 반 공연 스케줄이 겹쳤다. 하나는 첼로 다른 하나는 바이올린.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매일 들려주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다고 하니 첼로 곡을 듣다 바이올린 공연을 보러 달려갔다. 이러니 연인들이 많은 사람은 얼마나 바쁠까. 모세 홀에서 바이올린 선율을 듣다 지하철을 타고 첼시 갤러리에 갔다.
페이스 갤러리 전시회는 인연이 안 되고 다른 몇몇 전시회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이 라인 파크에서도 잠시 걸으며 뉴욕 전망도 보며 산책을 했다. 아직은 추운 날인데 첼시 갤러리에도 방문객들이 많고 하이 하인 파크도 한적하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는데 열정이 부족한 난 포기하고 대신 집에서 줄리아드 음악 예비학교 공연을 감상했다. 예비학교 공연도 참 좋다. 맨해튼에 살면 아마도 오늘 공연도 봤을 텐데 춥기도 하니 포기했다
토요일 맨해튼 외출 비용은 커피 한 잔! 아지트 커피값은 거리에서 판 커피값 1.5불
그러니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천국 여행을 떠났다.
줄리아드 음악학교 공연 보고
첼시 갤러리와 하이라인에서 산책하고
마음을 즐겁게
행복하게 지냈다.
집에서 한숨 푹푹 쉬고 한탄하며 눈물지으면
얼마나 슬픈가.
천만에!
뭐하러 그렇게 사니?
매일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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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Yannick Nézet-Séguin, Conductor
Program
DEBUSSY 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RAVEL Daphnis et Chloé Suite No. 2
RIMSKY-KORSAKOV Scheherazade
Saturday, Feb 26, 2022, 7:30 PM
Peter Jay Sharp Theater
The Juilliard School, 155 W. 65th St., New York, NY 10023
Juilliard Pre-College Symphony
Daniela Candillari, Conductor
Chengyao Zhou, Piano
Missy MAZZOLI River Rouge Transformation
BEETHOVEN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PRICE Symphony No. 3 in C Mi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