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랑하는 지인들 만나 즐거운 하루
2022. 2. 27 일요일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빈필 공연을 보러 갔다. 인기 많은 특별 공연이라서 음악 사랑하는 팬들이 전부 모였나. 지팡이 들고 공연을 보러 오는 노인들 보면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역시 뉴욕은 음악의 도시.
붉은색 카네기 홀 제복을 입은 직원과도 인사를 나누고 발코니 석에 앉아 오랜만에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들었다. 3일째 빈필 공연은 첫날보다 더 좋았다. 아마도 지휘자가 갑자기 변경되어 연주가 쉽지 않았나 보다. 지휘자마다 음악 해석하는 것도 다르니까.
대학 시절에는 도이치 그라마폰 테이프로 베를린 필 공연을 자주 들었지만 뉴욕에 와서 학생들 졸업 연주와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지만 비창 교향곡을 언제 들었나 기억은 흐리고 특별히 기억나지도 않는다. 삶이 무척 복잡하니 라이브 공연을 봤어도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첫 급여로 도이치 그라마폰 테이프를 구입해 매일 반복해서 듣곤 했는데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러갔나. 당시 한국에서 라이브 공연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먹고살기도 힘든 대학 시절이라 공연은 우주만큼 멀고도 멀었다. 런던과 파리와 빈 등에서 여행할 때도 클래식 공연을 보고 싶다고 가이드에게 말했지만 미리 티켓을 예매해야만 볼 수 있다고. 그렇게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왔는데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 유학 초기는 전공 서적과 전쟁하느라 공연은커녕 뉴욕이 문화 예술의 도시란 것도 모르고 장님처럼 살았다. 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나. 그러니까 하루아침에 새로운 세상은 열리지 않았다.
발레리기예프 지휘로 빈필 공연을 볼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푸틴과 가까운 관계로 지내는 지휘자라서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어디서 무얼 하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떻게 될까. 21세기 믿을 수 없는 사태가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이 전부가 아닐 테고 사실 모르고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 짐작을 한다.
빈필은 역시 인기가 많다.
매년 뉴욕에서 빈필 공연이 3-4일 정도 열리고 올해는 3일(2/25, 2/26. 2/27) 열리는데 3일 연속 봐도 좋을 텐데 날씨는 춥고 마음도 복잡하니 두 번째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는데 카네기 홀에 도착하자마자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이 왜 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일본 출신 모자 디자이너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제 날 기다렸는데 보이지 않았다고. 아들과 날 이스트 빌리지 공연에 초대하셨던 브라운대 출신도 날 보자마자 공연 좋았는데 왜 오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독일 슈튜트가르츠 출신 독일어 강사 할머니도 보고 중국 상하이 출신 벤자민 부부도 보았다.
뉴저지에서 사는 60대 교포분도 만나고 음악 마니아도 보았다.
조성진이 베를린에서 뉴욕에 와서 공연했다고 확인했다는 말을 전했다. 사이먼 래틀 지휘자와 서로 좋은 관계로 지낸 조성진이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언론 보도처럼 베를린에서 비행기 타고 뉴욕에 와서 빈필과 함께 연습을 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갑자기 준비도 없이 카네기 홀 무대에서 빈필과 협연했으니 대단하긴 하다. 유럽은 음악의 기회가 많으니 음악가들이 선호하나 보다.
뉴저지 교포는 넘어져 어깨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는데 7천 불이 들었다나. 아마 보험료가 적용되었나.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보험 없는 경우가 아닐 듯. 그분 말한 거 들으니 지난번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서 넘어진 게 생각났다. 그날 만약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정말 난리가 났을 텐데 얼마나 다행인가. 운이 좋았나 아님 운동을 한 덕분인가.
뉴저지주에 사는 교포분은 90세 엄마와 함께 평생 산다고. 지금은 건강이 무척 안 좋아 집에 찾아와서 엄마를 돌보는 분이 계시지만 역시나 엄마 옆에서 종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만약 카네기 홀 공연을 보려면 오빠가 대신 엄마 옆에서 돌본다고. 평생 결혼 안 하고 독신으로 지낸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하는 걸 보면 비극적인 결혼 생활을 많이 들었나. 지난번 보험 없는 경우 10만 불이 들었다고 했는데 바로 교포분 엄마의 경우였다고. 응급실 방문 비용과 1주일 정도 병원에서 입원한 비용이 그렇게 많다고. 주위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분도 계시단 이야기도 덧붙였다. 미국 의료제도는 한국을 따라갈 수가 없다.
조카와 함께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려고 2장의 티켓을 구입했는데 여전히 바쁜 조카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라고 처음으로 말했다. 처음 조카란 말을 들을 때 난 어린 학생인 줄 알았다. 어릴 적 바이올린과 피아노 레슨을 받았지만 나중 의학 전공을 했다고.
흩어져 살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이 열리면 만나게 되는 지인들. 참 특별한 인연이다. 중국 상하이 출신 벤자민 부부는 바로 내 옆에 앉으셨다. 워싱턴 DC에 사는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가 반드시 명성 높은 지휘자 공연이 좋은 건 아니더라고 하셨다고. 2월 말이 되니 3월 카네기 홀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공연 보러 올 거냐고 물으셨다. 난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를 무척 좋아하니 아마도 올 거라 하니 그분은 내가 공연을 보러 오면 올 거라고 하니 웃었다. 우리 모두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분은 라이브 공연보다 집과 도서관에서 음반을 더 자주 듣는 듯. 3월 아들이 좋아하는 그리스 출신 카바코스 바이올리니스트 공연도 있어서 기대가 된다.
언제 뉴욕을 떠나게 될지 모르니 삶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힘들지만 특별한 공연을 보러 가려고 노력한다. 음악 사랑하는 지인들도 만나면 더 즐겁다.
잠시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에도 다녀왔다. 책을 사랑하는 로버트와 마이클과 인사를 했다. 그분들 곁에 앉으라고 해서 오후 2시 카네기 홀 공연 보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온 스퀘어에서는 한국 강아지 입양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2월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Sunday, February 27, 2022 2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Yannick Nézet-Séguin, Conductor
PROKOFIEV Selections from Romeo and Juliet
TCHAIKOVSKY Symphony No. 6, "Pathét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