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자닌 잔센 바이올리니스트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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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뉴욕에 눈이 내려 하얀 세상으로 변했으나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친다. 이제 눈은 그만 오고 꽃 피는 봄이 빨리 오면 좋겠다. 어제 하얀 눈을 맞으며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저녁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 박스 오피스에 도착해 문을 열기를 기다렸고 추운 날이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기다렸다.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는 타이완에서 뉴욕에 유학 온 학생도 만났다. 하얀 눈이 예쁘게 내리면 카네기 홀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걸리는 센트럴파크에 가서 설경을 담으려 했지만 어제 눈은 내리다 도로에서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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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오피스에서 표 2장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니 자주 만나는 중년 남자는 뉴욕 타임지를 읽고 난 수프를 주문해 먹으면서 잠깐 책과 잡지를 읽다 서점을 나왔다. 어제 날씨가 좋으면 첼시 갤러리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눈비가 내리니 마음이 변했고 추운 날이라 막상 서점을 나와도 갈 곳이 없었다. 물론 맨해튼에 갈 곳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너무 추워 걷기 힘드니 내 마음은 세상의 문을 닫아버렸다. 근처 스트랜드 서점에 오랜만에 찾아가 잠시 중고책을 구경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근처에 갔다. 카네기 홀 근처 거리 모퉁이에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는 날씨가 안 좋으니 얼굴도 비치지 않고 날씨가 장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거 같다. 집에서 머물던 아들은 저녁 공연을 보기 위해 엄마랑 만나 카네기 홀 계단을 올라가 자리에 앉으니 자주 만난 직원은 우릴 보고 웃더니 처음으로 우리에게 "음악 가세요?"라 물으니 아들과 난 웃음을 지었다. 아들은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를 졸업했지만 음대에서 음악 전공을 하지 않았으니 프로 음악가라 말하기 어색하다고 하고. 우리 자리에 앉으니 날 보고 인사를 하는 러시아계 할머니 두 분을 만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할머니 두 분 역시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고 어제 우리 뒷자리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2014년 작곡한 컨템퍼러리 바이올린 협주곡을 자닌 잔센이 연주했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을 연주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미국에서 역사 깊고 명성 높고 인기 많아 카네기 홀은 청중으로 꽉 찼고 바이올린 악장은 한인 음악가 데이비드 김이다. 그는 작년에도 카네기 홀에서 봤는데 1년 사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수년 전 필라델피아에 메가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갔는데 낯선 지역이라 걸어서 여기저기 찾느라 고생도 한 기억도 나고 낯선 거리거리 걸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필라델피아 거리"노래도 떠오르고 대학 시절 내가 뉴욕에 살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인생은 알 수 없는 부분이 참 많은 듯.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면 집에는 거의 자정 가까운 시각이 되어 돌아오고 블로그 이웃분이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맨해튼에서 만난다고 어디 가 좋은지 문의를 하셔 어제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답변을 드렸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맨해튼에서 잠깐 머물다 간 분을 위한 글을 작성할까 생각 중이다.

지난달에 사용한 신용 카드 값도 갚았다. 신용 카드 내역서에 카네기 홀 공연 티켓값이 적혀 있고 아들과 난 지난달 꽤 많은 공연을 봤고 콜롬비아 대학 K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스타벅스 카드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멋진 공연을 봐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린다. 학문 연구로 너무 바쁘게 지내신 분. 부족한 내 즉석 메모를 읽고 감사하다고 보내주신 스타벅스 카드.

어제 맨해튼에 가려고 플러싱 지하철역 앞에 도착했을 때 작년 자주 보던 젊은 홈리스 얼굴이 20년 이상 늙어버린 거 같아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온몸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눈빛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리 슬픈 홈리스로 변했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은 홈리스 얼굴. 며칠 전 맨해튼 이스트 리버에서 헬기가 추락해 저세상으로 떠난 젊은이들 슬픈 소식을 들었다.

또 하나 슬픈 소식 영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 학자 스티븐 호킹이 향년 76세로 별세했다고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인류 역사에 큰 공헌을 한 학자. 불굴의 의지로 감동적인 삶을 살다 간 학자. 누구는 운명을 탓하지만 누구는 불굴의 의지로 운명을 극복한다. 하나의 별이 떨어졌으니 또 하나의 별이 탄생할까.

수요일 저녁 트라이베카 지역에 가 봐야 할 거 같으니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맨해튼 트라이베카 지역은 자주 방문하지 않아 지리도 낯설고 도로가 반듯반듯하지 않아 오래오래 산 뉴요커들도 길을 잃기 헤매기 쉬운 곳. 오늘 밤도 집에 돌아오면 늦은 시각이 될 듯.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는 미리 예약한 스케줄을 알려오고 여행사에서 크루즈 여행하라고 소식을 전하고 수많은 이메일이 쏟아지지만 점점 나의 에너지는 소멸해가는지 점점 단순하게 살고 싶고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거나 링컨 센터에서 오페라 보고, 책 읽고, 가끔 갤러리 가서 전시회 보고, 날씨 좋은 봄날이면 산책하는 것도 충분할 듯.



2018. 3. 14
수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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