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

St. Patrick's Day Parade

by 김지수
St. Patrick's Day Parade 구글 두들



맨해튼은 축제의 도시.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는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5번가 44th Street and 79th Street에서 열리는 축제. 초록색 물결로 가득 메우고 백파이프와 북소리를 울리며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며 수많은 관중들이 축제를 보러 맨해튼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오래전부터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 이날을 기리기 위해 초록색 클로버 모양의 장식이 보였고, 뉴요커가 사랑하는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도 초록색 케이크가 등장하고, 줄리아드 학교 스타벅스 카페에도 작은 초록색 컵케이크가 보이고 초록색 장식이 눈에 띈다. 거리에는 초록색 모자, 초록색 안경, 초록색 양말, 초록색 상의를 입고 활보를 하고 뉴욕 학교에서도 이날 학생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오는 학생들이 많고 과거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에도 초록색 옷을 입고 오란 것을 보면 이 축제가 얼마나 특별한지 짐작이 된다. 작년에도 이 축제를 맨해튼에서 봤는데 벌써 한 해가 흘러갔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월은 빨리 지나간다. 맨해튼 라커 펠러 센터 맞은편에 있는 성 패트릭 성당 주변은 또 얼마나 복잡할지.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만난 아일랜드에서 이민 오신 교수님도 떠오르고 영화배우처럼 멋쟁이 교수님 지금도 잘 계시겠지. 대개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편. 그 교수님은 토요일 주말 수업을 하고 보드카를 마신다고 하셨는데 따님은 런던과 뉴욕을 왕래하며 일을 하고 내게도 언젠가 집에 오라고 초대하셨지만 방문하지 않았다. 양로원에서 만난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할머니도 정말 멋쟁이. 또 매주 주말에 뉴욕시에 가서 공연을 보는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강사. 역시 멋쟁이. 뉴욕 롱아일랜드는 부촌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맨해튼까지 거리가 아주 가깝지 않아 맨해튼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기만 하나 주말마다 공연을 보러 가는 특별한 부부도 있으니 놀라웠다. 당시 난 죽음 같은 공부를 하니 맨해튼은 저 멀리 존재했다. 지금이야 매일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지만. 요즘은 냉장고에 맥주도 없지만 힘든 공부 하면서 가끔 기네스 맥주도 마시고 허스키한 목소리 브루스 스프링 스턴의 노래와 달콤한 조시 그로반의 노래를 듣곤 했다. 벌써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갔다.



토요일 오후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클래식 기타 공연이 열리는데 과연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 반에서 활동하며 선후배랑 행복했는데 지금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뉴욕 생활이 워낙 터프하니 모두 연락이 끊기고 말았지. 뉴욕에 오면 다른 나라에서 탄생하는 거니 이민 온 해가 1세니 거꾸로 가는 인생. 말할 것도 없이 힘들고 힘든 이민. 능력 많고 돈 많은 분에게 뉴욕은 멋진 도시지만 보통 이민자는 고국과 다른 차원의 삶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야 한다.

며칠 몸 상태가 아주 안 좋아한 줄의 메모 작성하는 것도 힘들었다. 단 한 줄의 글인데 그리 힘들다니 믿을 수 없어. 토요일 눈 뜨자마자 김치찌개를 끓이고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몸은 상당히 안 좋으나 맨해튼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고 싶어서. 무사히 하루 일정을 마칠 수 있을까. 2월 한 달 내내 몸이 좋지 않아서 시름시름하며 세월을 보냈고 냉동고와 냉장고는 텅텅 비어가니 어제는 아들 혼자 중국인 마트와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 삼치와 소파와 두부와 찌게용 돼지고기와 오렌지를 구입해서 손에 들고 걸어왔다. 매일매일 먹는 식사 준비는 수 십 년을 해도 왜 그리 간단하지 않은지.

어제 종일 몸이 불덩이라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늦은 오후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복잡한 마음도 세탁물처럼 하얗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한다. 안 좋은 몸으로 세탁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공연은 딱 그날 하루 열리고 항상 기회가 오는 게 아니라서.

그제 안 좋은 몸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고 집 근처 버스가 스케줄대로 나타나지 않아 할 수 없이 몇 정거장 걸으며 오랜만에 비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참새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비브라토가 보통이 아니어 혹시 결혼 축제나 짐작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새소리 듣는 게 일상이 아니나 뉴욕은 매일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대개 새벽 3시경 새들의 비브라토가 아주 크게 들려서 새들과 인간의 리듬이 다르나 보나 생각한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서 도착해 아름다운 센트럴파크를 보며 걸었고 마차들의 행렬도 보고 얼른 은행에 가서 세탁하기 위해 30불어치 동전도 교환하고 링컨 스퀘어 근처 단테 파크 있는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와 아보카도를 구입했는데 바나나 가격도 새해 인상이 되어 기분이 안 좋았다. 거긴 1불에 5개 주었는데 어제 4개라고 하고. 맨해튼 거리거리마다 노란 바나나 가격도 다르고 여기저기 움직이니 어디 가 더 싼지도 아는 나. 돈 많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은 세상을 난 보고 느끼고 있나. 얼른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오후 4시 대학원생 첼로 리사이틀 보고 저녁 6시 테너 리사이틀 보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니 천상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고 카네기 홀에서 자주 공연을 본 후로 줄리아드 학교에 자주 가지 않은 편. 1년 약 700여 개 공연이 열리고 상당수 무료라 언제든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맨해튼. 테너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우니 오페라도 보고 싶으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꾹 참았다.

IMG_3361.jpg?type=w966 메트 오페라


그날 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일본계 음악가 공연이 열렸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일본계 음악을 들었다. 전자 음악. 하얀색 의상을 입은 젊은 남자는 자신이 만든 곡에 심취해서 전자 피아노를 연주하고 난 그의 음악을 잠시 들었다. 그날 그곳에서 서베이를 부탁해 작성해주었다. 성별, 나이, 수입,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에 대해 묻고 얼마나 자주 링컨 센터에서 공연을 보는지. 매주 목요일 저녁 무료 공연이 열리는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 말고 다른 링컨 센터에 갔는지 묻고. 난 그날 줄리아드 학교에서 첼로와 테너 공연 보고 그 후 도서관에서 가서 아주 잠깐 특별 이벤트 보았으니 맨해튼 문화가 많이 다르고 열정만큼 삶이 다르게 변하는 도시.

지난 수요일 트라이베카에서 특별 아트 행사가 열렸다. 늦은 오후 지하철을 타고 달리는데 졸음이 쏟아져 난리가 났다. 잘못하단 폴 오스터가 사는 브루클린까지 갈 거 같아서 걱정이 됐다. 지하철을 타고 달리며 어디서 내려 커피를 마셔야 할 거 같아서 고민 고민하다 소호 프린스 스트리트에 내렸다. 스타벅스 커피값도 인상되어 북 카페는 거의 3불에 가까우니 좀 부담스럽고 하우징 웍스 북 카페는 작은 사이즈 커피가 1.5불 정도라 더 좋다. 지난주 보스턴에서 온 딸이 소호에서 어릴 적 친구 만나고 그때 아들과 난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서 기다렸는데 1주일 후 방문한 셈. 역시 손님이 많으나 운 좋게 테이블 하나 발견해 자리에 앉고 얼른 커피 주문해 마셨다. 요즘 홈리스가 많아서인지 화장실 문도 잠가버리는데 1주일 전 화장실 문을 어찌 여는지 몰랐는데 지난주 목요일 마법처럼 화장실 문을 열고 말았다. 화장실 손잡이에 키보드가 달렸는데 그곳에 손을 대자 스르르 하면서 문이 열려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이 말하는 번호 4747*을 누르니 화장실 문이 열렸다. 점점 기억력이 안 좋다고 불평하는데 1주일 전 직원이 말한 번호를 기억하니 아주 기억력이 나쁜 건 아니나 보다. 그날 저녁 카페에서 영화 관계자 이벤트가 열리고 맨해튼은 정말 많은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고 참석자도 많고 문화가 다르다. 난 알지도 못한 영화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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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셨으나 잠은 깨지 않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달리다 차이나타운 카날 스트리트에 내려 트라이베카로 걸어갔다. 소호 포토 갤러리에 가니 장미꽃 한 다발이 놓여 있는데 장미 향기가 얼마나 좋던지 브롱스 뉴욕 식물원 장미 축제도 생각이 나고 브루클린 식물원 장미 정원도 떠오르고 장미의 계절은 언제 오려나. 사진전을 잠깐 보고 다른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를 보았다. 트라이베카 지역 특별 이벤트에 가려고 미리 예약도 했으나 몸 상태가 안 좋아 낯선 갤러리 찾기도 힘들어 몇몇 갤러리만 보고 집에 돌아오려고 지하철역 찾는 순간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렸다. 3월인데 왜 자꾸 눈이 내린담. 너무 추워.

얼른 식사하고 맨해튼에 가야겠다.
축제라도 좀 보면 에너지가 솟을까. 신나게 신나게 행진을 할 텐데.


2018. 3. 17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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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 일본계 음악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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