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카네기 홀
길 샤함 & 다닐 트리포노프

by 김지수


늦가을 11월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 지나 작년과 다르게 단풍빛은 곱지 않아. 아파트 뜰에는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고 아파트 근처에 있는 호수에 간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바빠져 가며 난 종일 집에 처박혀 눈이 아프도록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배가 고파 아들이 혼자 걸어가 한인 마트에서 사 온 고구마를 냄비에 삶아 먹었다. 고구마가 아무리 맛이 좋아도 식사는 아닌가 봐. 아들은 "고구마는 고구마"라고 하니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쫄깃쫄깃한 스파게티를 먹고 쓰레기를 버리려고 아파트 지하에 내려갔는데 하필 아래층 할머니를 만났다. 이층에 사는 우리가 소음을 낸다고 가끔 찾아오셔서 불평을 하고 심지어 할아버지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악을 썼고 새해 첫날 마침내 6대의 경찰차가 집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경찰은 문을 두드려 무슨 일이 있니? 라 물었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이래저래 사이가 안 좋은 1층 노인네 부부. 아들은 종일 집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난 집에서 지낸 시간이 많지도 않아. 맨해튼에 가면 밤늦게 집에 돌아오고 식사하고 글쓰기 하고 그렇게 지내는데 불평을 하면 어쩌란 말이니. 평일 집에서 지낼 경우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하거나 아닌 경우 가사를 한다. 어린아이가 종일 우는 것도 아닌 성인 두 명이 조용히 지내는데 불평을 하고 얼굴에 오만 인상 다 쓰니 마음이 불편해.

어제 그제 맨해튼에서 종일 17시간씩 보내고 자정 무렵에 돌아왔다. 카네기 홀에서 어제와 그제 저녁 공연 보고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의 아름다운 선율도 감상하고 정말 꿈같은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도 다닐 트리포노프 공연이 열리면 꼭 보러 갈 테다. 지난봄 카네기 홀에서 뮌헨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고 그때 같은 지휘자가 지휘를 했다. 지휘봉이 아니라 손가락이 파도처럼 흘러가는 느낌으로 지휘를 하고 내가 본 지휘자 가운데 최고. 얼마 전 카네기 홀에서 길 샤함 공연 볼 때 주빈 메타 지휘자 봤는데 난 발레리가 더 좋아. 책에서만 본 주빈 메타를 지난번 두 번 카네기 홀에서 만났지.


사진 중앙 길 샤함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빈 메타 지휘자/ 카네기 홀 공연)


보스턴 여행 가기 전 마무리 지어야 할 프로젝트로 너무너무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보스턴에서 지낸 딸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음 주 당스 기빙 데이 휴가 시 무얼 할지 물어봐. 너무 바빠 미처 생각도 못하고 지냈다. 잘 지내는 딸아이 보는 것과 아름다운 찰스 강과 가을빛에 물든 하버드 대학 교정을 보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기뻐할 일이다. 종일 랩톱으로 글쓰기 하는데 정말 눈이 너무 아파.

오늘 저녁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과 줄리아드 학교와 링컨 센터 공연예술 도서관 등 수많은 곳에서 공연이 열리나 전부 포기하고 집에서 지내고 시간은 흐른 채 생각만큼 일은 진행되지 않고. 줄리아드 학교 공연 티켓은 어렵게 구했는데 집에서 지내니 답답해. 종일 맨해튼에 가서 노는 게 최고 같아. 글쓰기 다 포기하고 종일 놀고 싶은데 오늘 종일 집에서 머물며 글쓰기를 하고 있어. 아, 힘든 글쓰기. 사진 작업은 엄두도 나지 않아.

2017년 11월 16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홀리데이 시즌이 가까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