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by 김지수


가을비 내리는 토요일 종일 집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보낼 레터를 쓰고 있었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 오래오래 걸려. 빗소리가 창문에 들려오고 밤 9시가 지나자 칠흑처럼 깜깜한 밤으로 변해버려. 산타 할아버지에게 레터 쓰느라 기타 음악 축제도 못 보고 댄스 공연도 못 보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 학생들 공연도 못 보고. 토요일 샌드위치 하나 가방에 담고 종일 음악을 들으며 신선처럼 지낼 수 있는데. 산타 할아버지에게 레터 보내면 내게 어떤 선물 보내줄까. 눈이 아프도록 긴긴 편지를 쓰는데 할아버지는 내가 보낸 편지를 읽을까. 올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할 멋진 선물을 받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내 마음을 알지 궁금해.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면 최고로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해야지. 장 조지 레스토랑에 가 볼까. 크리스마스 휴가 때 보스턴에 사는 딸이 뉴욕에 오고 가족 모두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싶어. 땡스 기빙 데이 퍼레이드를 주최한 메이시스 백화점 쇼윈도도 멋지게 장식을 했을 텐데 언제 구경하러 가니.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마지막 사과 한 개도 먹어버렸어. 종일 눈이 아프게 작업을 하는 엄마 보고 아들은 언제 "빨래할 거예요? 언제 장 보러 갈 거예요?" 하고. 보스턴에 사는 딸에게 줄 티를 구입하러 소호에도 다녀와야 하는데. 와, 정말 바빠. 진즉 할 걸 그랬어.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낼 레터를 내년부터 일찍 준비해야지. 난 상당히 게으른가 봐. 늦가을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그리운데 토요일 오전에 브루클린 식물원이 무척 그리웠다.


브루클린 식물원 노란 은행 나무 숲


마음만 보내고 난 집에 처박혀 지내고. 왜 이리 늦가을 날씨가 스산해. 요즘 너무 바빠.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도 그리워. 스트랜드도 그리워. 간지 오래되어가.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에서 오페라 보러 오라고 자주 연락을 하는데 올가을 오페라를 안 보고 지나가네. 세계적인 셰프 장 조지와 다니엘이 레스토랑에 오라고 자주자주 연락을 하네. 슬프게. 레스토랑 위크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어. 토요일 메트 뮤지엄에 방문객 많았을 텐데. 장미향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리고 자야지.꼭 선물 보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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