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파란 가을 하늘이 '안녕' 하고 인사를 해. 가을빛으로 물든 아파트 뜰 고목나무도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이웃집 정원에 핀 장미꽃은 내게 작별 인사도 안 하고 저 멀리 사라졌어. 1년 뒤 다시 볼 텐데 아쉽기만 해.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올 텐데 장미의 계절 여름이 지나면 왠지 마음이 서글퍼져. 11월의 빛도 얼마 남지 않아 서운해. 가을바람 가을 햇살 가을 향기를 진하게 느끼며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부자들 잔치를 여는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이 첫 목적지. 7호선은 달리는데 마음이 무거운지 딴생각 가득해 환승할 지하철역을 놓쳐 다른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고 미드 타운에 도착. 맨해튼 거리거리는 황금빛으로 장식된 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도 보여. 홀리데이 시즌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들도 가득하고 밤이 되면 더 반짝반짝 빛날 테고 난 그림 향기 커피 향기 사람들 향기 가득한 갤러리로 갔는데 일요일 평일보다 더 조용해 좋았지. 라틴 아메리카 그림과 아메리칸 아트 그림도 보고 카푸치노 커피 마시고 잠시 쉬고. 누군가는 카탈로그 보며 작품을 자세히 보고 짐작에 그림을 구매할 분이라 생각이 되고.
갤러리를 나와 근처에 있는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들려 아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구입해 가방에 담고 지하철을 타려고 빨리 걸었다.
애플비 앞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슬프게 1호선이 운행을 안 해. 어쩔 수 없이 타임 스퀘어 역으로 걸어갔지. 관광객이 많은 타임 스퀘어. 단체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는 관광객도 많고 뮤지컬 '시카고'와 '뷰티플' 할인 티켓을 나눠주고 할인 뮤지컬 티켓 판매하는 TKTS에도 사람들이 많고 홈리스도 보이고 LG와 삼성 광고도 보이는 타임 스퀘어 역. 난 빨리 지하철역으로 가서 1호선에 탑승.
제 2 목적지는 어퍼 웨스트사이드 작은 교회. 쇼팽,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브람스 곡 등을 연주했지. 2011년 차이콥스키 인터내셔널 바이올린 대회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Itamar Zorman(위 사진 중앙)가 연주를 하고 낯선 첼리스트 음색도 정말 아름다워 숨을 죽이고 감상했다.
The Omega Ensemble Concert (사진 왼쪽 바이올리니스트 Itamar Zorman)
정말 감사한 마음이지. 무료 공연인데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연주를 감상하고.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 곡과 브람스 곡으로 황홀한 가을날 오후를 보내고. 브람스 곡은 아들 바이올린 선생님이 녹음해 주셔서 더 자주 들었는데 지금은 미국 서부에서 교수로 재직하지. 오래전 아들이 레슨 받던 때도 생각이 나고. 사랑하는 나의 첼로가 거실에 바삭바삭 부서진 슬픈 가을도 떠오르고. 그해 가을 정말 슬펐지. 내 슬픈 운명을 알아버렸지. 그 후 뉴욕에 올 결심을 했지.
오후 5시 무렵 맨해튼 차이나 타운 근처에서 특별 댄스 공연을 보려 했는데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이 너무 늦게 막을 내려 결국 포기했다. 만약 공연이 보통이라면 빨리 떠났을 텐데 너무 좋아 마지막까지 다 들었다. 맨해튼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 수준이 아주 높고 유료 공연도 많으나 가끔 무료 공연이 열려.
교회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달리고 차이나 타운 카날 스트리트에 내려 마음은 댄스 공연을 보고 싶으나 포기.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고 딸이 부탁한 티를 구입하러 소호 Harney and Sons Shop에 갔다. 일요일 저녁 6시 반까지 매장 오픈. 티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했는데 대학 시절 사랑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 들려와. 클래식 기타 반에서 활동할 시 정말 사랑했던 아름다운 곡.
플러싱에 도착했는데 슬프게 내 앞에서 버스가 떠나버려.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아. 놀랍게 맨해튼 시내버스 기사가 더 친절하고 좋은 듯. 플러싱 시내버스 서비스 정말 안 좋아. 레스토랑도 맨해튼이 더 서비스가 좋고.
맨해튼에 가면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지. 세상 천재들도 보고 지하철에서는 수많은 홈리스들을 보고 극과 극의 세상을 보여주는 뉴욕. 눈이 아프게 글을 쓰다 일요일 맨해튼에 가서 차이콥스키 인터내셔널 바이올린 대회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연주도 보고 대학 시절 생각나게 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도 듣고 오랜만에 소호에 찾아가고. 홈리스가 박스 종이에 적은 슬픈 글을 읽었다.
"이제 거의 포기하고 싶어요. 기적을 바라고 기적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기적이 존재 하나요? 기적이 이뤄질까요? 신이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