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힘든 세탁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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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메디슨 애비뉴 갤러리 전시회



토요일 맨해튼에 가려다 마음이 변해 집에서 조용히 지냈다. 사랑하는 커피를 여러 차례 마시며. 이웃집 뜰에 핀 창백한 벚꽃 나무를 멀리서 바라보고 아름다운 석양도 바라보았고 아파트 뜰에 핀 하얀색 제비꽃도 보았으니 행복이 밀려왔다. 사랑하는 바닷가에 가서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싶으니 바다도 그리워지는 계절. 며칠 전보다 기온이 조금 올라가고 있다. 그러니 푸른 바다가 그리워져. 하얀 갈매기가 하늘을 날고 있을 텐데.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도 5월에 오픈하고 페리를 타고 아름다운 섬에 찾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구나.

집에서 머무니 세탁이라도 해야 갈 거 같아 늦은 오후 세탁을 하려고 빨래 가방에 세탁물을 담고 지하에 내려가서 세탁기에 담고 아파트로 돌아왔는데 30분 후 가니 물세탁이 끝나 건조기에 옮겨두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후로 4차례 더 지하에 내려가야 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정전이 되어 건조기가 멈춰 이웃이 슈퍼를 불렀다고 하고 그 후 4차례인가 더 찾아갔으니 열정 없이 세탁도 불가능하나. 1시간마다 지하에 내려갔으나 계속 정전이 되었고 그때마다 난 다시 정전이 될 거라 미처 생각을 못했고 그러다 보니 자주자주 지하에 내려갔고 건조기에 든 이불은 마르지 않았으니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한마디로 오후 내내 빨래 사건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한국이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말이다. 집에 차가 없으니 아파트 지하에 있는 오래된 공동 세탁기를 사용하지만 정전이 되어 기기가 멈출 정도면 혈압이 푹푹 올라간다. 힘들지만 세탁을 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또 우체부가 소포를 우체국으로 찾으러 오라고 쪽지를 남기고 갔으니 다음 주 월요일 우체국에 가서 열정을 쏟아야 하나. 우체국에 늘 손님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갈 때마다 마음 무겁게 하는데.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열리는 특별 이벤트를 봐야 했을까. 안 보러 가서 하느님이 벌을 준 거나. 첼시에 가지 않아 역시 포기했던 특별 공연 아쉽기만 하다. 맨해튼에서 특별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인데 괜히 집에 머물고 말았어. 백파이프 연주하며 행진할 텐데. 아 조금 후회가 된다.

세탁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니 식사 준비할 에너지도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나의 몫이니 어쩔 수 없이 식사 준비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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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페라도 보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가서 향기로운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특별 전시회도 보고, 가고시안 갤러리에 가서 가고시안 딜러가 사랑하는 사이 톰블리 전도 보고 자정이 지나 집에 돌아왔는데 토요일 종일 집에서 지내니 어제 있었던 일이 수 십 년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다음 주 월요일 우체국에 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토요일 밤도 깊어만 간다.

힘을 내자, 힘을 내자, 힘을 내자.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지 누가 날 위해 무얼 하겠어.


2018. 4. 7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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