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누 갤러리와 가고시안 갤러리

by 김지수
IMG_4143.jpg?type=w966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
IMG_4145.jpg?type=w966 메트 오페라 플라시도 도밍과 피오트르 베찰라 출연


매그놀리아 꽃, 벚꽃, 개나리꽃, 수선화, 튤립이 피는 아름다운 사월. 금요일은 하늘은 흐려서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서 머물다 갑자기 오페라가 보고 싶은 욕망이 날 불태워 정오 무렵 러시 티켓을 구입하고 저녁 7시 반 메트에 가서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를 봤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것만 알고 갔는데 놀랍게 지난 2월 카네기 홀에서 봤던 피오트르 베찰라 테너 가수가 주인공으로 나와 얼마나 기쁘던지. 황홀한 사월의 밤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천민의 딸과 귀족의 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니 신분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요즘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남자가 있나. 유튜브에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슬픈 아리아가 있어서 올려본다. 어제 도밍고는 루이자 연인이 아니라 루이자 아버지 밀러 역할로 나왔지만 수 십 년 전 도밍고(1979)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실러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든 거라 하고 오랜만에 메트에 가서 오페라를 감상하니 좋기만 했다. 폭풍우가 몇 차례 찾아온 지난 3월 몇 번 오페라 볼까 말까 하다 그냥 지나가고 말았고 5월 초가 되면 오페라가 막이 내려 이제 오페라를 볼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 뉴욕에 와서 사랑하게 된 오페라 자주자주 보고 싶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삶.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운명에 맡겨라.



메디슨 애비뉴 가고시안 갤러리

금요일 오후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사이드 헌터 칼리지 부근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 카페에 가서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누 갤러리에 가려고 서점을 나와 명품숍이 즐비한 메디슨 애비뉴를 따라 걸었다. 마음이 급한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거리 화단에 핀 황금빛 수선화와 자목련 꽃이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얼마 즈음 걷다 세계적인 아트 딜러 가고시안이 운영하는 가고시안 갤러리에 가서 사이 톰블리 전시회를 보고 어떤 작품은 초등학생이 그린 거 같고 첼시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도 사이 톰블리 전을 봤으나 이해가 잘 안 오고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붉은 낙서 톰블리 작품을 봤으나 역시 이해가 안 오는 작품들. 아트 딜러 가고시안은 톰블리를 사랑하나 봐. 다시 메디슨 애비뉴를 걷다 누 갤러리에 도착해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IMG_4138.jpg?type=w966 누 갤러리 1층 로비에 철쭉꽃이 보여 / 누 갤러리 특별 전시회 사진 촬영 불가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저녁 6시부터 무료입장이고 인기 많은 곳이라 미리 도착하는 게 좋은 편. 저녁 7시 반에 오페라를 봐야 하니 얼른 전시회를 보고 떠나려는 생각에 4시 반이 지나 누 갤러리 앞에 도착해 기다렸다.

바람이 심하게 부니 춥기도 하고 누 갤러리는 5번가 뮤지엄 마일에 가깝고 근처에 메트 뮤지엄이 있고 근처에 있는 센트럴파크에 핀 노란 개나리꽃과 분홍빛 꽃을 보면서 지나가는 애완견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늦게 온 분이 새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기분이 좀 상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과 지인처럼 보였으나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기다리고 있는데 새치기를 할 수 있는지 간이 상당히 큰 사람인가 보다. 새치기를 한 사람도 눈도 두 개, 귀도 두 개, 입과 코는 하나, 다리는 두 개, 손가락은 10개이던데 심장이 다르나.

1930년대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티스트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누 갤러리. 클림트의 초상화에 그려진 양귀비꽃과 장미꽃과 튤립을 자세히 바라보니 난 꽃을 사랑하나 봐. 하루 종일 노란 개나리꽃, 자목련, 튤립, 수선화 등을 보고도 갤러리에 가서 초상화에 그려진 꽃을 보고 있으니. 평소와 달리 첼리스트가 첼로 연주를 하니 그림을 안 보고 첼로 소리를 들었다. 갤러리에서 첼로 연주를 들으니 아주 좋았다. 에곤 쉴레, 오스카 코코슈카, 막스 베크만 등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금세 사람들이 많이 밀려와 난 얼른 갤러리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어퍼 웨스트사이드로 건너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1호선 지하철 안에는 거리 음악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며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려 화장실에 가려고 링컨 센터 데이비드 게펜 홀에 가니 저녁 식사 시간 무렵이라 아주 많은 손님들이 촛불 아래 식사를 하니 맛있는 냄새가 굶주린 내 배를 채우고 화장실에서 다녀와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 근처 거리에서 노란 바나나 1불어치 구입해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링컨 센터 아름다운 분수대를 보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들어갔다. 얼마 만인지. 꽤 오랜만에 갔다.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오페라 하우스. 저녁 7시 반에 시작 밤 11시 가까워 막이 내리니 수험생이 시험을 보듯 집중하며 오페라를 감상해야 한다. 놀랍게 입석으로 오페라를 감상하는 분도 있는 뉴욕. 언제나 놀랍기만 하다. 운이 좋아 러시 티켓 구입해 오케스트라 좌석에 앉아서 보니 더 좋았다. 꽤 멋진 의상을 입고 온 분도 유난히 눈에 많이 띈 날.

오페라를 감상하고 밖으로 나오니 아름다운 링컨 센터 분수대가 보이고 아들에게 온 메시지가 있어 확인하니 그랜드 센트럴 역에 있다고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내용. 금요일 아들은 친구 생일잔치에 갔고 맨해튼에서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 나랑 비슷한 시각에 끝나 집에 가는 중. 북 카페에 가서 책 읽고, 가고시안 갤러리와 누 갤러리에서 전시회 보고, 오페라 보고, 거리에서 화사한 봄에 피는 꽃을 봤으니 기분이 좋은데 1호선을 타니 악취가 풍기는 홈리스가 앉아 있으니 이를 어쩌나. 한밤중에도 지하철은 만원.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아들과 만나 함께 7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아들은 친구들 사진을 보여줬다. 예쁜 아기 돼지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고등학교 동창생 사진을 보니 마치 영화 속 장면 같고 돼지를 무척 사랑하는 분이 떠올랐다. 히말라야 산맥에 등반도 하는 분. 아직도 싱글로 지낼까. 아들 대학 시절 친구들이 생일잔치에 모였고 그 가운데 한 명은 빅포에 근무하고 사진을 보니 맨해튼의 전형적인 회사원 모습. 근사한 정장을 입은 젊은 청년이었다. 4월 중순까지 세금 보고하는 시즌이라 회계사가 무척 바쁜 시절. 매주 80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하니 얼마나 바쁜지. 개인 생활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러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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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서 사랑하는 매그놀리아 꽃을 보려 했는데 하늘이 너무 흐려 안 가고 대신 플러싱 한마음 선원 담 옆에 핀 매화꽃을 보았다. 화사한 붉은빛이 가슴을 시리게 하고 한국에서 본 복숭아꽃과 배꽃 나무도 그리워지고 아름다운 사월 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어 있을까. 아리랑 노래 가사와 대조적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라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2018. 4. 7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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