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황금 숲으로 물들고
12월 첫 번째 토요일 아침 겨울 햇살이 눈부셔.
어제 줄리어드 학교 피아노 대회 보려고 지하철을 타고 달리다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다. 오후 4시 대회가 열리는데 사랑하는 나의 연인 센트럴파크가 샐쭉 토라져 화를 내서 잠시 토닥토닥하느라 난 지각을 했다. 센트럴파크의 가을 뒷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1년 365일 가운데 그런 풍경은 단 며칠인데 난 무얼 하느라 바쁜지 그만 지나치고 말았지. 어제 날 보고 왜 자주 오지 않냐고 물어. 황금 숲 물결이 내 영혼을 사로잡아 난 잠시 황금빛 물결 따라 가슴이 출렁거렸지. 고독한 남자는 가을빛으로 물든 호수를 바라보고.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보이고. 환상적인 뒷 가을 정경을 공원 근처 호텔의 전망 좋은 방에서 비칠 텐데.
출렁거리는 황금빛 물결을 뒤로하고 달리듯 걸어서 줄리어드 학교로 갔는데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미 피아노 대회가 시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렸다. 프로그램을 나눠주는 학생은 댄스 공부를 한다고. 멋진 왕자님처럼 생겼어. 붉은 카펫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벽에 걸린 TV로 보나 녹화 방송과 라이브 연주는 음색이 달라 난 피아니스트 터치를 느낄 수 없었는데 낯익은 얼굴이야. 전에 아들과 함께 피아노 연주를 봤던 학생이 첫 번째로 연주를 하고 난 두 번째 학생 연주부터 감상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E Flat Major, K, 271. 해마다 대회를 보곤 하나 작년과 다른 것은 피아노 대회 대개 무대에서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는데 올해는 앙상블이 연주를 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오보에와 프렌치 호른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줘 더 좋았어. 피아노 파이널 대회에 5명 학생이 참가했고 난 4명 학생 연주를 감상했고 실력이 비슷비슷해 누가 우승할지 몰랐다. 저녁 7시 반 가까이 막을 내리고 쉬는 시간 피곤이 밀려와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는데 지난번 아들과 함께 본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여.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에도 참가하고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하고 줄리어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는 학생. 졸업 연주회에 정장을 입고 연주를 했는데 카페 소파에 앉아 있는데 넉넉한 분위기가 마치 영화 같아. 무대에 올라 연주할 때와 아닌 경우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어제저녁 7시 반 앨리스 툴리 홀에서 공연이 열려고 보려 했으나 피아노 대회 결과가 궁금해 난 로비에서 기다렸다. 우연히 쿠퍼 유니온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콜럼비아 대학 병원에서 일하는 뉴요커 할아버지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병원 경영을 하고 매일 환자 방에 방문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고 하셔 많이 놀랐다. 아메리칸 정신을 느꼈지. 음악을 사랑한다고. 나보고 자녀가 줄리어드 학교에서 공부하냐고 물어서 '아니오'라고 하고 아들이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니 거기도 자주 가서 공연을 본다고. 뉴요커 노인들 교육 수준이 높고 음악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느껴.
누가 우승할지 가슴이 조마조마. 얼마 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인 여학생이 우승을 했다. 난 줄리어드 학교에서 3시간 이상을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을 감상하느라 좀 지쳐서 저녁 7시 반 공연 표가 있는데 안 가고 지하철을 타고 미드 타운에 갔다. 홀리데이 시즌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싶어서. 그런데 그렇게 사람들이 많을 거라 미처 생각을 못했지. 정말 걷기도 힘들어. 아름다운 황금빛 프로메테우스 동상 뒤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근처에 겨우 진입. 크리스마스트리랑 사진 찍으며 행복한 연인들 표정이 눈에 띄고. 삭스 앤 핍스 백화점 레이저 쇼도 잠깐 봤다. 사랑하는 채널 가든에 천사 인형도 등장해 '안녕'하고 속삭였지. 5번가에는 성조기가 펄럭이고 거리에서 군밤도 팔고 잠시 어릴 적 군밤 먹던 추억도 떠오르고 뉴욕 공립 도서관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밤하늘에 보름달이 비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