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18홀에 비유한다면...

인터뷰, 그 짧은 성패의 순간

by ball in love

선수 인터뷰를 하는 일이 잦다. 제법 많은 인터뷰이를 만나봤지만 선수 인터뷰는 즐겁다. 달변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그들만의 때 묻지 않은(글로 설명하기 제법 어려운) 순수함이 있다. 의외로 승부에 의연한 모습에 놀라는 경우도 많다.


사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인터뷰란 없다. 베이브 루스를 인터뷰하지 않고서야. 더욱이 업계 표현대로 '이야기가 되는 인물'이면 일수록 수십, 아니 수백 번의 인터뷰를 하고도 남을 인물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너무 뻔하거나, 너무 특이한 질문을 던졌다간 순식간에 인터뷰가 '골'로 가는 경우도 많다. 하. 하. 하. 헛웃음만 맴도는 아찔한 순간이여.


그래서 나름 '질문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해 놓는 것이 좋다. 현장의 딱딱한 분위기는 녹이면서 예상 밖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 또한 너무 뻔하지만. 이를테면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롤 모델이 누군지, 백넘버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그렇다. 인터뷰 내내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는 말만 읊어대는 선수들의 긴장을 녹이는 데 제격인 질문이다. 어떤 유형의 플레이어인지, 어떤 플레이를 추구하는지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예상외로 MBTI나, 이름의 한자 뜻풀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등에서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도 있다.


서론이 길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내가 골퍼들을 인터뷰할 때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당신의 골퍼 인생을 18홀에 비유하자면 당신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하는 질문이다. (아직 타율은 반타작에 불과하다.) 골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다. 아니 무궁무진하다. 파 3홀에서 원온에 성공할 수도 있고, 파 5홀에서 평소 잘 쓰지 않는 클럽을 들고 덤볐다가 벌타를 먹는 경우도 많다. 거대한 모래 벙커에 빠진 경우는 또 어떠한가.


이틀 전 만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한 신인 선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1번 홀 티샷 내지 세컨드샷쯤을 대답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그는 "10번 홀 티박스에 서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열 살 때 어머니를 따라 골프를 시작해 프로 투어에 입성하도록 10년 넘게 이어왔던 그의 인생 레이스를 내가 너무 가볍게 여겼단 생각이 들어 뜨끔했다. 심리상담 코치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라"는 조언을 얻는다는 그의 말이 나를 향한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18홀 중 어디쯤 와 있을까. 페어웨이보단 그늘집에 앉아 있진 않을까. 오늘 볼이 왜 이렇게 안 맞냐라고 툴툴 거리면서 그런데 이 아이스크림은 왜 이렇게 맛있냐고 호들갑을 떠는. 후반 9홀에 대해서는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필드 위의 시간은 언제고 다가오니까.


그런 의미에서 앞선 플레이어들을 향해

'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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