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고진영의 삶

"탄산음료도 못 마시면서 골프를 잘 치면 의미가 있을까"

by ball in love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고진영이 우승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2022년 3월 6일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2023년 3월 5일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우승이다. 선수 개인으로선 긴 부진의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여자 선수로서도 18개 대회 연속 무관(이런 건 도대체 누가 세는 걸까)이라는 불명예도 끊었다.


그런 고진영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2021년 부산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이다. 당시 고진영은 그해에만 3승(최종 5승)을 하며 세계랭킹 1위로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던 회견 도중 한 유망주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골퍼로서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답은 이랬다.


"나는 골프선수 고진영의 삶보다 인간 고진영의 삶을 중요시한다. 비율로 따지면 30%와 70% 정도. 골프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삶도 잘 보듬으면서 골프까지 잘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남자친구도 못 만나고, 탄산음료도 못 마시면서 골프를 잘 치면 의미가 있을까.(출처=뉴스 1)"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법한 고민이다. 직업인으로서의 나와 인간(개인)으로서의 나를 구분 짓기란 참으로 어렵다. 나 역시 그렇다. 특성상 난처한 질문을 하거나, 통념상 필요 이상의 꼬치꼬치 질문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현타'가 오는 순간이 많다. (동시에 이런 나약한 생각에 나는 프로가 될 자질이 없다를 되묻게 하기도 한다.) 택일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개인으로서의 나가 우선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동안 부진에 빠져있던 고진영은 이번 우승 뒤 그 원동력으로 명상과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핀란드 오로라 여행을 이야기했다. 앞서 요가를 취미로 배우고 있다며 "처음엔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쉽게 무너졌는데 이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골퍼로서 고진영에게 정작 필요했던 건 인간 고진영으로서의 회복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비율로 따지면 '몇 %의 나'를 살고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의 인생을 18홀에 비유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