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목표보다 목적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동화세상에듀코 상상코칭 권미진

by 별의별짓

무한경쟁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좋은 학군,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는 건 익숙하고 안전하다.

특히, 누군가 미리 정해준 루트를 따르면, 불안은 줄고, 실패의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렇게 모두가 비슷한 길을 걷는 가운데, 아이들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사람이 있다.

바로 상상코칭 권미진님이다.




모두가 명문대를 갈 수는 없잖아요.
저는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동화세상에듀코 상상코칭 권미진님은 티칭이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라면, 코칭은 아이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함께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코칭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공부 스킬이나 시험 대비 학습법 등을 알려주는 학습코칭을 했어요. 그렇게 한 5년 정도, 아이들을 만나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때,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게으르거나 스킬이 부족해서는 아니란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권미진님의 생각은 달라졌다. 목표가 없어서, 내가 뭘 잘하는 몰라서, 혹은 그냥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려니 싫은 아이들에게 공부 스킬보다는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함께 찾아주는 것이 더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성적향상을 위한 코칭을 그만두고,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꿈과 진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금의 코칭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씩 아이들을 만난다.


"교재 중심의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만나는 학생의 관심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매시간 주제가 달라지죠. 처음엔 낯설어 하기도 하지만, 제가 본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을 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의 관심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툭 흘러나온다. 권미진님 기억에 오래 남은 한 학생도 그랬다.


"코칭 초창기에 만난 학생이었는데, 처음 만난 날 '엄마가 하라고 해서 하는 거지, 나는 할 생각이 없다'며 그냥 자겠다고 방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때는 제 멘탈이 좀 약했거든요. 그 친구의 차가운 태도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돌아오는 길 내내 펑펑 울었어요. 앞으로 이 친구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주 뒤,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학생을 다시 찾았다. 다행히 그때처럼 방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까칠한 기운이 분위기를 감쌌다. 긴장 상태에서 가벼운 일상 대화를 몇 번 나누다 권미진님은 용기 내서 '지난주에 왜 나한테 마음을 안 열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고 한다. 그리고 예상밖의 답변에 놀랬다.


"제 앞에 그 친구에게 2명의 과외선생님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 선생님이랑은 꽤 잘 맞았나 봐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셨다는 거예요. 그리고 며칠 뒤 두 번째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도 몇 달 하시다가 갑자기 그만두셨데요. 그렇게 두 분의 선생님이 연달아 갑자기 그만두시니까 자꾸 버려지는 기분이 들면서,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기로 했다는 학생의 말을 듣고, 권미진님은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준 그 친구에게 이렇게 약속했고 한다.


"나는 네가 오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올게."


그날 이후, 학생은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약속은 1년 동안 이어졌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선뜻 '계속 오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왔느냐'는 나의 질문에 권미진님은 "제 스스로가 '나는 뭔가를 오래 할 힘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약속이 나도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무언가 오래 할 힘이 있는 사람'. 이 말은 그동안 권미진님이 살면서 자신을 지켜온 태도이자, 삶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전화상담업무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멘탈이 약했던 터라 전화연결 시도조차도 너무 두려웠거든요. 어렵게 취업한 회사여서 잘해보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어요."

성과급제였던 탓에 급여를 못 받은 때도 많았다. 전화는 어렵고, 급여도 없고, '과연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며 고민하던 그때, 그녀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게 사내교육이었다고 한다.


"회사에 리더십이나 자기 계발 향상을 위한 사내교육 프로그램 많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때 교육을 통해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직무전환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고, 지금의 코칭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덧 입사 20년 차가 된 권미진님. 그녀는 할 수 있다면, 100살까지 코칭을 하고 싶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 저에게 너무 소중해요. 실제로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은 학생들을 만나고 있지만, 제가 더 나이가 들면, 지금의 제 나이 또래들의 후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 후반기의 삶의 방향성을 같이 찾아가고 싶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시종일관 즐겁게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유리멘탈이라 말했지만,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녀 안의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입사 후 그저 적응하며 버티던 시간들,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던 순간들,

잘하지 못해도 해보겠다고 용기를 냈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권미진이라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속도가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 묵묵히 걸어온 권미진님.

그런 그녀였기에,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대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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