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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소장 Dec 01. 2023

의식의 흐름대로

주제도 목적도 의미도 없는 글쓰기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건 오래전 부터이다. 무엇때문에 나는 작가가되고 싶었을까? 


어린 시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기억한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들을 성실히 해내며 살던 때였다. 예쁘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 머리를 단정히 묶고 착하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 반항하지 않고 공부 잘한다던 칭찬을 받고 싶어 공부했던 어느 날, 나는 기억에 남는 칭찬을 받았다. 


일기를 조리있게 잘 썼다는 칭찬이었다. 


모든 일에 성실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던 나였지만 한가지 부족한게 있었다. 손을 들고 내 생각을 발표하는 일이었다. 두려웠다. 나의 말이 틀릴까 두려웠던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 두려워 했던 나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답이 맞을지 틀릴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아 발표를 망설였었다. 


하지만 그날은 이미 써둔 일기를 발표한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칭찬을 받았고 어쩌면 그 한마디 때문에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여행작가를 꿈꾸고 점수에 맞춰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그래도 복수전공으로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업에서 글 잘쓰는 친구들을 만난 덕에 좌절하며 작가가되기를 포기했었다.


그렇게 칭찬에만 길들여져 비난을 받은적이 없었던건 나의 삶에 독이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삶에 필요없는 것은 없었다. 독이 되지 않았으면 각성하지 못했을테니까. 나의 좌절이 나의 가난이 나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으니. 


의식의 흐름대로라는 표현을 좋아하기 시작한건 델러웨이 부인 때문이었다. 도저히 읽기 어려운 그 책이 의식의 흐름대로 되어 있어서 좋았던 것같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멋져보이는게 좋은 20대 초반이었다. 댈러웨이 부인 뿐 아니라 변신, 암퇘지 등 난해하고 세상 심각한 책들을 좋아했었다. 정의내릴 수 없는 정답이 없는 그러나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인지 책은 많이 읽고 생각은 많이 했지만 영양가 없는 대학생활을 한 덕에 취업이 어려웠다. 늘 질문이 많았다. 이건 왜 해야하는가 이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걸 하면 뭐가 달라지나 등 답안나오는 질문을 던지는 나에게 맞는 직업은 없었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돈을 벌어야했다.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도 하고 스펙토 쌓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런게 전혀 없었고 내 전공은 써먹을데가 없었다. 그저 여행 작가가 꿈이었으니 그러려면 여행이라도 갔어야 하는데 그것 마저 못했다. 글이라도 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준비안된 상태로 취업할 수 있는 학습지 강사가 되었는데 거기서도 잘 하지 못했다. 취업은 할 수 있었지만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때문이다. 학원강사가 되었지만 거기서도 잘 하지 못했다. 준비가 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녔기 때문이다. 


간절함도 없고, 의지도 없이 그저 산다는 것 그러면서 질문만 많다는 것 최악의 인간이다. 


이 글을 시작한건 오늘 오전 갑자기 떠오른 노래 제목 때문이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사는대로 사니

가는대로 사니

그냥 되는 대로 사니 를 반복하다가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라는 질문을 하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여전히 진짜로 원하는것도 모른채 

누군가 가고 있는 길을 따라가고 있는건 아닌지,


나에게 묻고 싶었다.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닌

여전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 


그냥 글을 쓰고 싶었다. 내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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