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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리뷰

'권력에 맞선 독립언론 기자들의 분투기'

by 윈디박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야 하는 까닭에 ,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 리영희 <우상과 이성>(1977년)의 서문 중에서 -



오로지 진실을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홉 번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를 가고,

몸담았던 언론사에서 두 차례, 대학에서 두 차례나 쫓겨날 정도로 수많은 고초를 겪었던 '리영희' 선생.

만약 선생이 오늘날 우리 언론의 '작태'를 봤으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기레기'란 멸칭도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 주류 언론들은 이미 주검이 되어 썩은 내가 진동한다.

오히려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아닌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몇몇 독립매체들이 외로운 등불처럼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 권력에 맞선 독립언론의 분투기

2025년 4월 2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이다.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제작한 이 작품은 '족벌―두 신문 이야기', '판문점'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로, 윤석열 정부 하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뉴스타파 기자들의 투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권력과 언론의 7년 전쟁, 그 치열한 기록

영화는 2019년 윤석열의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 말 바꾸기 답변부터 시작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 윤석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태 봐주기 의혹 등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주요 사안들을 되짚어 보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이 영화는 뉴스타파와 윤석열의 7년 전쟁을 그린 '사상 최초 압수수색 르포르타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의 핵심 내용은 2023년 9월, 서울중앙지검이 뉴스타파 사무실과 김용진 대표, 한상진 기자, 봉지욱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건이다. 이 압수수색은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명예훼손 사건의 증거는 이미 공개된 기사 자체인데, 검찰은 강제 압수수색에 이어 기자들의 휴대폰까지 압수하는 극단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내란의 시작점, 언론 탄압의 실체

영화 제목에 '내란의 시작'이라는 강렬한 표현이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작품은 뉴스타파 등 비판언론을 겨냥한 초유의 압수수색과 악랄한 언론탄압이 대통령의 친위쿠데타, 즉 '윤석열 내란'의 시작점이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검찰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본건과 관련된 전자정보'로 제한했음에도, 범죄와 관련 없는 정보들까지 위법하게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다.

봉지욱 기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취재자료 등 윤석열, 김건희 관련 다른 취재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는 명백한 과잉 수사였다.



언론의 사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

영화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뉴스타파 기자들이 겪은 인간적 고뇌와 투쟁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출근을 위해 집 현관문을 열었는데 별안간 장정 네댓이 들이닥쳐 압수수색 영장을 내미는 상황, 검찰 수사관들이 침실에 들어가 수납장을 뒤적거리고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들을 일일이 살펴보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깊은 충격을 준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기자들의 회사와 집을 무차별 압수수색하고 수차례 공소장을 변경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건으로 기소를 남발하는 검찰의 행태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


한상진기자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온몸의 힘이 빠져 비를 맞으며 주저앉았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눈물을 삼킨다. 그러면서 이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영화적 완성도와 현장감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의 가장 큰 강점은 현장의 생생함이다. 실제 압수수색 당시의 영상이 영화 전반에 활용되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급히 찍힌 장면부터, 봉쇄된 사무실 내부의 상황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마치 그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VIP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이 영화가 "극영화를 능가하는 속도감, 긴장감과 함께 이야기 구조가 탄탄해 너무 흥미롭게 봤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 자유언론운동의 상징인 동아투위의 이부영 위원장 등 원로 언론인, 함세웅 신부, 그리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에 의정 활동을 집중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의 중요성을 방증했다.


검찰의 상영 저지 시도, 그 자체가 증거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검찰의 상영 저지 시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영화가 "허위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호도하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한다며 법원에 상영 금지 요청을 제출했다. 이러한 검찰의 반응은 오히려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의 진실성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현주소를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들의 투쟁의 현장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최전선이다.


김용진 감독이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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