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계절
과거의 삶을 자주 돌아보는 시기다.
이제까지의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갈망하는 삶이었다.
고귀한 갈망이든 현세적 갈망이든,
이성의 갈망이나 자유에의 갈망...
가을은 그런 생각을 다듬고 연습하기 좋은 계절이다.
집을 나서 책방까지 창릉천 물속을 걸어갔다.
구름 한 점 없다.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숨었을까
내 마음도 하늘을 닮아간다. 발바닥이 모리와 자갈에 닿는 걸음은
머릿속을 투명한 하늘로 바꾸게 해 준다.
구름이 다 사라진 상태로 가을책 한 장을 기록했다.
책방에 있는데 아래층 원장님이 꽃 사가는 길에 들렀다.
화실 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해서 마침 커피를 마시려고 했던 참이기에 함께 마시려고 갔다.
그러나 듣지 않고 말하려고만 하는 대화.
관계가 아닌 목적을 위한 대화.
이런 질문은 보통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꺼내는 질문들.
잘 듣고 잘 말하기는 일단 상대의 말을 듣는 일부터 시작인데
개인적 호기심을 채우는 무례한 질문, 연관 없는 자기 말만 하는 놀라운 기술
도무지 소통의 길을 깔지 못하는 울퉁불퉁한 엉켜드는 대화에 참여해 버렸다.
이럴 때 나는 왜 침묵하지 못하는가.
질문이라고 다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닌데
왜 주저리주저리 대답하는가.
그 찝찝함을 닫고 돌아온 그 후로 다시 머리에 구름이 끼었다.
인생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무겁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고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서로 돌보자.
내가 나 자신을.
나를 잘 돌보는 것이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제는 깨닫기만 하면 안 된다.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깨어 살자.
매 순간 수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