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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대신해서 보내는 책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오진원/ 오늘산책

by 윈디


지난여름을 털고 일어섰던 날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보채지 않으면서 조용히 날 바라보던 이 책을 오늘 읽었다.

펼치니 쉬지 않고 말을 한다.

그 날 이후 잠재우고 있는 내 마음을 이 책이 대신 종알거렸다.

다 때가 있다. 잠잠해진 후에 위로의 소리도 들리는 법.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침묵대피정이 되는 날인데

이 책을 읽었더니 쉼 없이 말을 한 기분이다.


"지금 내가 후회하는 건 당신을 사랑했다는 게 아니다. 왜 당신을 사랑하면서 나 자신은 사랑하지 못했느냐지. 당신의 발걸음만 보고 따라가느라 벚꽃이 핀 줄도 몰랐다. 그때 나도 한 번쯤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참 예쁘다고 말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게 후회가 된다."


"사랑했으면 그만이지 무엇을 더 바라니. 수많은 외로움 속에서 벚꽃이 되어준 사람들."


"더는 아파할 이유를 헤아리지 않는 것만이 우리에게 남겨진 이별의 숙제일 거라 믿어. 후회와 미련보다는 고마운 기억으로 이별을 살아내볼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온 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고마움을 말할 기회를 주려고

내일이 있는 건 아닐까

소중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라고

과거를 남겨두신 건 아닐까"


"은박을 조심스레 벗겨내면 상피세포처럼 남는 새하얀 종이, 거기 아무도 모르게 내 이름을 쓴다."


"내 아픔을 생각하느라

네 아픔을 잊었어"


"내 무게를 견뎌내느라 기울어진 당신의 마음은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상처도 흘러가기를

그때까지 내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내 인생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서툴렀다.

일도 사랑도 우정도 꿈도..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을 희망의 재료로 삼는다.

이 책 전체가 내가 한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한 통의 편지 대신 이 책을 보내면 대신하는 인사가 될까?


"삶이란 나에게로 돌아가는 선회열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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