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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신 시인을 기리며_바다와 시

by 윈디

학교가 끝나면 저는 대반동 바닷가로 향하곤 했습니다. 그곳은 제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바다 냄새를 맡고, 붉게 물드는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오던 시간이 저의 일상이자 낙이었습니다. 앉아서 바람을 맞고 파도 소리를 듣는 것으로 서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감수성에 도움을 주었던 것이 이생진 시인의 시였습니다. 그의 시는 제게 안보이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세계로 이동시켜 주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 감으면 보일거다. 보고싶은 것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거다”는 구절은 오랫동안 제 마음의 밑바탕에 머물며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제가 운영했던 책방에는 이생진 시인의 시집이 늘 놓여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책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한두 권은 있었습니다. 책방의 선반 위에 놓인 그의 시집은, 저 스스로에게 바다와 이어져 있고 뿌리에 닿는다는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시집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다였습니다.


이제 그 허물어져 사라진 옛 자리의 책방조차, 제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실제 공간은 사라졌으나 마음속에서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목포mbc젊음의 음악캠프 길원득 선생님께 자주 엽서를 보냈습니다.

언니가 사서 보내줬던 만원짜리 라디오로 시도 음악도 들었습니다.

파도 소리 배경으로 시를 낭송하던 그 유명한 성우의 이름이 지금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내 마음의 담요였던 시는 제 마음에 살아있습니다.


이생진 선생님..

만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음을 일찍 배운 것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평화의 안식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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