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주님을 추모하며
작년 10월 31일, 나는 책방을 정리했습니다. 책을 정리한 그날 이후로 11월은 암흑 같았습니다.
어떤 분에게 인생의 바닥인 것 같다고 말할 때 "지하실도 있다" 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웃었지만 진짜 지하가 깊었습니다. 책방 정리 후 몇 개의 행사는 있었지만 부채를 책임지는 일들은 아니었고 마이너스 잔액은 더 깊어졌습니다. 돈이 한 푼도 없던 날들이 이어졌고 어디 하나 일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런 형편 탓에 11월 13일 장례 소식을 들었을 때조차 나는 그 자리에 갈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낙담했던 그때의 무력감과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모든 보험을 깼지만 남는 돈은 없었고 모두 떠나갔습니다.
책방을 정리하고 난 뒤의 절망 속에서도 곁에 있어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나를 둘러싼 인연과 연대에 대한 확인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지난 날의 무력감과 고립감이
지나간 시간 속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연결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음을 조용히 느낍니다.
이제는 이미 떠난 분의 문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방금 한평책방에 한평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박희주 입니다"
"함께 해주시는 마음 고맙습니다. 주소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원시......"
한번 만난 적도 없는 책방 운영자를 위해 문자를 보낸 날은 2023년 3월 29일 오전11시.
세례명 루치오. 세상의 오전10시 미사가 끝난 후 내게 온 선물이 아니었을까 상상했던 시간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 이제서야 수원연화장에 다녀왔습니다.
한 번의 방문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삶의 작은 연결들, 그 소중한 마음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픈 마음이었습니다.
작고 큰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의 연결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헛되지 않게 살겠습니다.
박희주 루치오 형제님...내어주신 마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