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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전화

by 윈디

내게 언니는 늘 엄마 같은 존재였다. 속옷 하나, 화장품 하나도 내가 직접 살 기회조차 없게 미리미리 챙겨주던 사람. 그때는 고마움보다 답답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마흔 무렵, 결국 나는 언니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언니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어. 물건 하나 사는 것도 무섭고, 백화점 정가표 붙은 것만 사게 돼.”

그 말이 언니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다. 그 후로 언니는 나에게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언니는 재작년 큰 사기를 당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건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 일로 50평대 아파트에서 30평 전월세 집으로 옮겼고,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을 시작하며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는 듯하다.

며칠 전, 언니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내가 집을 내놨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고 카톡으로 털어놓은 뒤였다. 내 이야기를 조목조목 묻고 듣더니 언니는 특유의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내놓으면 안 팔려. 가격을 올려서 내놓고 깎아주고 팔아야지. 팔가격으로 내놓으면 살 사람은 없어.”

그리고는 내가 거래하는 부동산을 묻더니 직접 전화를 해서, 과거 내역 전부 거두고 다시 올리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줬다. 나는 이런 세상이 좀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전화를 끊고 한참 마음에 여운이 남았다. 언니가 내 일을 대신해준 것이 얼마만인가. 여전히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고마웠다.

언니의 전화가 오랜만에 행복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256872?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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