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던 순례의 기록
1939년에 개봉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L. Frank Baum이 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The Wonderful Wizards of Oz>를 극화한 것으로 대사 중에는 인생에 깨우침을 주는 명구들이 많은 것으로도 호평을 받는 고전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구절은 “It’s not where you go, it‘s who you meet along the way”이다. ‘인생의 길이 각자 다르고 또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싼티아고 순례길은 세상에 몇 안 되는 특별한 길임에 틀림없다.
내가 사는 지경 내에서는 결코 만나지 못 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연과 동기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내 간접경험의 외연이 엄청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수많은(1년에 약 3-40만명) 사람들의 발자취와 사연 많은 얘기들이 성 디에고 사도가 써놓은 수천년 전의 역사를 현재화하고 다시 미래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까미노 이후에 나는 어떤 인생의 길을 걷고 또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 가게 될 것인가?
내가 백년을 산다 해도 나의 미래는 항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 끝은 결코 모르는 것. 미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니까.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지든 다만 그 길 위에서 새롭고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들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아님, 프로스트의 선택을 따를까?
“... 아주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 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고, 나는 그중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고, 그 것으로 인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R. Frost, The Road not taken).
여기서 시인이 택하지 않은 길은 바로 사람들이 많이 간 ‘보다 예측 가능한’ 길이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다는 것인가? 시인은 이를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두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