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그냥 Oct 24. 2017

[잡담]요리와 기획의 공통점

나의 환경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


 난 요리를 좋아한다. 결혼 전에 몰랐지만 요리를 하는 것이 재밌고 너무 어렵지만 않는다면 나름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


 요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요리를 '잘 학습하고 제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요리를 조금이라도 해보면 요리는 '임기응변'과 '문제해결력'의 결정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가끔 큰맘먹고서만 요리하는 '요리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레시피대로 집에 없는 재료도 다 사야만 요리를 한다. 한꼬집 들어가는 '오레가노'같은 것조차 레시피에 있다면 사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요리하나 해먹는 비용이 사먹느니만 못해지고 집에는 잘 쓰지도 않는 재료가 남아돌아 버리는 경우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의 주방에는 어려운 재료가 거의없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쉐프들은 가장 단순하고 익숙한 재료에서 훌륭한 요리를 탄생시킨다. 소위 '냉장고 파먹기'란 생활 요리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요리의 일련의 과정은 '기획' 또는 '린UX'의 과정과 거의 흡사하다. 주어진 재료와 환경에서 최소화된 형태로 마음먹은 음식의 핵심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건이 너무나 거대해서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을 목적만 동일하게 충족하고 구현할 수 있는 형태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레가노'를 사는 대신 집에 있던 '허브솔트'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조각 들어가는 '레몬'을 사지 않고 집에 원래있던 '홍초'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


  대기업에서는 꼭 완벽히 갖춰진 모습으로만 서비스를 구현해야만 하는 착각을 갖는다. 그래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획을 만나면 지레 포기해 버리고 만다. 이것저것 못하는 이유부터 대고 완벽할 수 없는 점만 생각해내면서 말이다.

 요리가 '냉장고 파먹기'를 잘하는 사람이 진정 실력자인 것처럼 기획자도 개발자도 자신의 조건에서 해내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꼭 환상적인 완성이 아니라고 무시부터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된장국'을 '고추장국'으로 끓여서야 안되겠지만.



 오늘도 텅텅 빈 회사의 '자원 냉장고'를 파먹고 있는 모두에게 박수의 응원을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번외) UX에 대한 짧은 술자리 담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