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그냥 Apr 22. 2018

커머스 기획자 직업병.

버*킹 딜리버리 시키려다가 화난 기획자 이야기


주말에 버*킹에서 딜리버리를 자주 시켜먹는 편이다. 

특히 일요일 저녁은 이래저래 밀린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밥을 해먹기 보다 사먹는게 편하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는 앱에서 주문을 하다가 몹시 화가났다.


결제가 무려 7번의 시도 후에야 성공했기 때문!!



1. Annoying : 처음 2번의 실패 - 카카오페이 결제 처리 불가

 첫번째 선택한 메뉴는 기간한정메뉴에서 '몬스터팩2'. 

  메뉴가 가장 앞에 있어서 별 고민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 수단에서 가볍게 카카오페이를 선택하고 순조롭게 카카오페이 결제를 진행했다. 

  

  API를 통해 호출된 iframe 페이지에서 카카오톡의 결제 페이지를 호출했고, 나는 지문을 인식했다. 

  지문인식이 완료되면 카카오톡에서는 결제 완료 페이지로 보내고, 최후로는 원래 호출했던 앱에 결제완료 api를 보내도록 된다.  그게 자동으로 안넘어가면 누르라고 친절하게 버튼도 나온다. 여기서 넘어간 데이터는 주문번호가 생성되면 각자 API를 넘겨서 카카오페이의 돈은 사용처리가 되는 것...  


 그런데 어이쿠, 앱으로 넘어가는 지는데, 왠 흰바탕!!!!

 카카오톡이라는 앱에서 버거킹이라는 앱으로 넘겨서 결제완료 페이지로 딥링크를 시키는데 문제가 일어나는 것.  카카오페이 결제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주문번호는 생겨나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버거킹 문제인 것 같은데-_- ...

  

 나도 주문 기획할 때 이런 문제를 겪어봤던 터라 조금 짜증나지만 back을 눌러서 다시 주문서로 넘어갔다. 

  버거킹 앱은 secure만료가 안되는 건지 그래도 주문서로 다시 넘어가 지길래 그냥 다시 결제버튼에서 카카오페이를 선택하고 다시 해봤다. 

 역시나 실패..  이렇게 처음 2번의 실패가 발생. 


2. Upset : 4번의 몬스터딜에 대한 결제 오류

   주문서로 다시 돌아와서 깔끔하게 삼성페이를 선택했다. 

   역시나 삼성페이의 게이트 페이지가 불러와지고 앱을 호출했다. 지문을 인식하고 완료 버튼을 눌렀다. 

    순조로워보였는데, 갑자기 alert이 발생! 


    잉? 하는 사이에 alert을 눌러버렸고, 내용은 제대로 못 읽었다. 

    카드사에서 결제완료와 결제취소 문자가 동시에 날아왔다. 


     뭐지?? 3번째 실패. 

    어쨌거나 주문이 안됐다는 이야기 같은데??

    

     내가 back으로만 주문서로 이동해서 secure라 만료됐나 싶어서 아예 메인으로 갔다가 장바구니로 갔다. 

     없다. 내가 주문했는데 지들이 alert을 내놓았는데 담았던 상품들이 안보인다. 


     다시 천천히 순서대로 준비하고 똑같이 했는데 alert 내용이 이랬다. 

     '몬스터딜2는 지금 OO점에서 주문하실 수 없습니다'

      엥? 뭐지?

       

    4번째 실패에 약간 짜증지수가 올라왔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서 주문 끝냈냐며 다가온다.  

    그러니까 alert 내용인 즉슨, 몬스터딜2가 지금 주문이 안된다니까 남편은 몬스터딜1이나 3을 시켜보잰다. 

    열받지만, 정말 무엇때문에 주문이 안되는 건지 모르니까, 1과 3 모두 해봤다. 


    결론은 둘다 실패. 6번째 실패.

    아악. 화가 났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계속 상품을 찾아서 장바구니에 새로 담아야했다. 

    나는 주문도 못했는데 장바구니는 왜 자꾸 없애는거지?  주문 안되는 상품은 왜 보여주는거지??

    어느 새 씩씩대고 있었다.   


 3. Angry, but! :  다른 상품으로 주문.


    눈치가 생겼다. 결국에 저 놈의 신메뉴만 있으면 안된다는 거구만?

    그냥 평범한 와퍼세트 두개를 담고 결제를 다시 해봤다. 

    아주 평범하게 주문이 됐다. 


    와퍼세트 두개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 나는 소리쳤다. 

    "아오 짜증나서 이제 먹고 싶지도 않아!!!" 

    그러나 나는 결제를 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해?


  남편이 물었다. 주문을 마치고도 씩씩대는 나에게 빙긋이 웃는다. 

  평범한 오류일 뿐이다. 

   난 UX에 대한 고려가 엉망이라며 화를 냈다. 


 UX가 엉망이잖아!
어차피 내 ID에 지점이 찍혀있는데 지금 주문불가한 상품이면
전시화면에서 품절이나 주문불가 표시를 해주든가
그게 아니면 주문서 넘어가는 버튼누를 때 걸러주든가
그것도 아니면, 실패한 후에 장바구니에 상품이라도 되살려주든가!

난 결제쪽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너무 화가 나!



내 말을 들은 남편이 빙긋이 웃는다. 

그냥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며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결국 주문했잖아 ~ ㅎ 


그래.. 나는 주문했다.  

6번의 결제 실패를 했음에도 다른 햄버거 대안이 없었기에 주문을 했다.


남편의 말은 너무나 옳다. 

product의 구성요소는 UX만 포함하지 않는다.  상품이 특별하다면 고객은 화를 내고 기분이 상해도 끝끝내 구매를 한다. 물론 UX가 좋아서 좀 더 화나지 않게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 역시 다음에도 또 버*킹을 시켜먹을 것이 뻔하다. 


물론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낸 것은 고객으로서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잘 알고 있는 UX기획자라서 더 화가 난 것일까?


우리 나라의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처럼 영어 속담 중에 'put one's shoe'라는 단어가 있다. 

내가 믿는 모든 것들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배경지식이 무의식적으로 혼합되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온전히 고객의 시각과 고객의 감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아마도 계속 날이 갈수록 더더욱 이 격차는 심해질 것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제를 일으키는 것과 고객이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Product managing에 포함되겠지만, 고객이라는 이름을 핑계로 기획자로서 팔짱끼고 비판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저 정도가 참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버거킹 먹으려고 주문을 하다가 맥도날드 주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까. UX라는 기술도 결국은 공급자 입장에서 딱 필요한 수준만큼만 활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홧병도 그냥 직업병일 뿐. 

조금 불편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챘다고 해서 나의 예민함이 자랑이 아니게 되길 바래본다. 

개선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분노를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