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그냥 Aug 14. 2019

사람 바꿔서 쓰는 것 아니란다, UX도 그렇다

서비스 운영자와 이용자 그리고 기획자


 서비스를 기획할 때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의 목표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기획자가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내부에 있는 운영자가 많다. 운영자 입장에서 고객의 이용 패턴을 바꾸고 싶은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더 많이 보게 해주세요'
 '더 많이 사게 해주세요'
 '눈에 더 띄게 해주세요'

 

 운영하는 실무자들은 고객이 그들의 목적에 맞게 동작하길 바라고 그 미션을 UX(라 쓰고 UI만 말하는)가 바뀌면 해결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날이갈수록 요청은 구체적이고, 좀 더 UI적이다.


 최근 CS조직과 어긋난 부분도 그랬다.

 고객센터가 고객에게 원하는 것은 CS를 고객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상담글도 남기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고 취소도 반품도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고객이 되어주면 비용절감이 가능하니까.

 그런 관점에서 고객센터비용에 유리한 CS 전략의 우선순위는 이렇다.


1순위 ) 한 눈에 파악하기 쉬운 마이페이지내 취소,교환,반품 신청화면

2순위) FAQ를 통한 학습으로 이해 및 해소

3순위) 챗봇 시나리오의 자주하는 질문

4순위) 텍스트 메시지 또는 게시판방식의 1:1고객상담

5순위) 고객센터 전화를 통한 해결


 그런데 고객은 이 순서로 CS를 처리하지 않는다. 특히 2순위로 생각하는 FAQ는 사실상 거의 마지막에나 떠올린다. 실제 이용의 양상은 이렇다.

  

 마이페이지 > 1:1상담( 챗봇 )> 콜센터 전화 > FAQ보기


 챗봇이 괄호안에 있는 경우는 기존의 챗봇들이 거의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예 경험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운영조직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인다. 이제 기획자는 애써서 고객 동선을 바꿔줄 수 있을까?


 그런다고 안바껴요


  UX설계 업무에 대한 큰 착각은 고객의 행동을 계도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UX설계라는 것이 없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만들거나 있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해주는 것이라면 '자연스럽게'의 기준은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가 되어야한다.

 우리가 조회할 의지가 전혀 없는 Faq를 여기저기 넣어봐야 과연 원하는대로 변화가 될까?? 자연스럽게는 고객이 의례 예상할 수 있는 인지의 방향으로 UX를 설계해야한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어포던스(affordance)'와 '멘탈모델(Mental model)'의 개념이 나타난다.

 포던스는 UI가 다음일어날 일을 적절하게 예상 수 있도록해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 않을 일을 유도해서 하게 만드는 마케팅의 넛지(Nudge)와는 다소 개념이 다르다. 어포던스는 사용자 머리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그 다음번에 일어날 것이 무엇이라고 추측하는 근거가 바로 '멘탈모델'이다. 과거 경험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기억된 프로세스를 멘탈모델이라는 기준으로 삼고 어포던스를 인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문취소'라는 버튼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주문 취소를 신청하는 프로세스가 나온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어포던스에 해당한다. 만약 '주문취소'를 눌렀는데 '주문취소하면서 장바구니에 다시 담기'가 나온다면 기대한 것과 다소 달라지게 된다. 그러면 이용자의 감성도 취소기능의 사용성도 최악이 되어버린다.

  반면에 주문옆에서 '주문취소'버튼이 반짝반짝이며 '취소 시 즉시 환불!'같은 말주머니가 붙어있으면 생각지도 않던 일을 유도하는 넛지가 된다. 운영자 입장에서 취소하지 않을 주문을 취소로 유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만큼 넛지와 어포던스가 쓰이는 영역은 다르다.

 소위 누울자리보고 다리 뻗으라는 말처럼 행동을 유도해야할 것과 하지 않아야할 것이 있다. 민감하고 예민한 기능일수록 고객의 멘탈모델에서 어긋나서는 안된다.


그럼 운영자의 상황은 누가 생각해주지?

 나는 평소에 서비스기획은 비즈니스모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가령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편의가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비즈니스모델부터 지키고 고객편의를 생각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상품추천을 위해 꼭 추가적인 회원정보를 수집해야된다면 고객은 불편하겠지만 수집정보를 꼭 넣게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서비스의 본질이니까.  


 하지만 운영자의 관점와 고객의 관점이 상충될 때는 무조건 고객편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이렇다.

비즈니스모델 > 고객편의 > 운영자편의


 앞서 예시로 든 취소CS도 그렇다. 고객이 의도하는 것은 취소니까 취소가 안되서는 안된다. 하지만 비즈니스모델상 주문취소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취소되기 직전에 취소시 불이익을 보여주며 은근히 한번 붙잡는 것이 비즈니스모델에는 타당하다.

 반면 고객센터 운영자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휘딱 처리되서 연락 안오는게 좋겠지만 나의 우선순위에는 적합하지 않다. (고객센터 비용이 천문학적 차이가 나타난다면 그건 비즈니스모델 관점에서 보겠지만,)

 


 UI만으로 멘탈모델은 고치기 힘들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UI로 의도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멘탈모델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FAQ로 진입정보를 크게 보여준다고한들 진짜 문제해결을 FAQ로 하는 고객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1:1 상담이 안보인다고 불편하다고 하는 고객은 늘겠지만!


 사람은 쉽게 안바뀐다. 이용자도 그렇다.

 UI는 일시적인 동작을 유도할수는 있어도 이용자의 멘탈모델까지 바꾸기는 쉽지 않다. 기획자는 그렇게 마법사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링크]나는 어떻게 집을 '온라인 충동구매'하게 됐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