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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23. 2019

날이 아니면 학교에 가지 않았었다

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야 한다.


엄마,나 오늘 학교 안갈래
학교에 전화 좀 해줘


 고등학생 때였다.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교복치마를 반쯤 걸치고 아직 지퍼는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밖에는 비가 오고 집안 전체는 이미 모두 나가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 때 나는 오늘은 학교를 갈 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떤 날은 이런 적도 있다. 집에서 5정거장 정도되는 학교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릴 역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일산에서 강남에 삼성역까지 갔다. 당시 그날 개교기념일이라는 다른 학교 친구를 만나러 코엑스몰로 가버렸다.


 난 개근상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개근상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특히 학교는 더더욱 그렇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또래친구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학생때 좀 놀았었냐고 묻는다.

 나는 범생이 중에 범생이였다. 하지만 일찍이 이 사실을 알았다. 중요한건 출석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학교 하루 빠진다고
인생에 큰일나지 않는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죽어라 학점을 잘 받는다고해도 약간 못받은 친구와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4년장학생으로 입학한 나에게는 4.5나 3.5나 마찬가지였다. 잘 해야하는 순간에는 잘했고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것은 정신적으로 달릴 때와 달리지 않을 때를 기가 막히게 구분시켜주는 연습기간이었다.


 날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 성향은 모든 기준을 나에게 맞추고 있기에 가능하다. 사실상 규칙이나 규정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기 위해선 호흡이 중요하다. 내가 일하는 스타일은 느리더라도 근본적으로 잡아가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도 정해진 것이 없을 때도 어설프게 UI화면은 그려둘 수는 있지만 이런 그림은 기획으로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 난 느리더라도 호흡을 늦추고 정해야할 것들을 찾아내고 정리한다. 그 정리가 누군가의 눈에는 잡동사니처럼 보일지라도. 늘어놓은 마인드맵의 가지를 정리하듯 한번에 잡고 후루룩 정리하면서 기획을 다잡는다.

 이런 기준은 오로지 본인의 생각과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번주 월요일은 텐션이 바닥을 쳤었다. 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디가 정확히 아픈 건 아닌데 아프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난 쉬어야할 타이밍이었다.

 짐을 싸고 집에 갔다. 넷플릭스에서 고전 로맨스 영화를 보며 숨을 고르는 하루가 필요했다. 이것은 나만의 텐션 조절이다.

 모든 것은 책임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책임지는 것이고, 그 중에는 분명 자신의 체력과

멘탈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일 것이다.

 

 난 내 페이스로 간다. 그리고

 이 페이스는 책임감있게 내가 정하고 꼭 해낼 것이다.

 난 이래서 긴 호흡에서 장기전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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