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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04. 2020

내가 이커머스 도메인 지식을 배운 3가지 방법

기존 시스템 파악하기 + 이커머스 역사 공부하기 + 직접 구축하기


 얼마 전에 코로나(Covid19) 이후에 개인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리부트’라는 책을 내신 김미경 강사님을 직접 만나 뵐 일이 생겼다. 책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단순히 콘텐츠 회사가 아닌 ‘언택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시면서 현장에서 직접 온라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하셨고 플라잉웨일 백영선대표님의 소개로 자리가 주선되었다. 대학 시절 그 분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엄청나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는 것을 설명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미준씨는 뭔가 새로운 앱을 보면,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눈에 보이니까, 재밌죠?”

평소 강의에서 설명하던 이커머스 시스템의 기본 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김미경 강사님의 통찰력에 정말 놀랐다.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단박에 나를 간파하고 계셨다. 사실 그랬다. 나는 새로 나온 서비스나 유행하는 앱을 보면 비즈니스뿐 아니라 앱의 구조나 설계에 대해서도 내 지식을 기반해서 유추해보는데, 그 과정이 너무너무 재밌다. 습관적인 ‘역기획’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해지진 않았다.  


‘이커머스 프레임 시스템’과 ‘서비스 기능’

10년을 이커머스에서 일하면서 이 도메인을 배워왔고, 또 계속 이커머스 내에서 구축과 리뉴얼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틀이 만들어졌는데 이커머스 뼈대가 되는 시스템과 그 안의 데이터의 흐름에 대한 틀이 생겼다. 그래서 이커머스 시스템에서 ‘뼈대가 되는 시스템’과 단순히 ‘추가적인 서비스’로 만들어진 기능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 


 흔히 ‘메가 프로세스’(Mega process)라고 부르는 각각의 기능을 아우르는 뼈대의 역할을 하는 기능을 나는 ‘이커머스 프레임 시스템(e-commerce frame system)’이라고 부른다. 딱히 부르는 명칭이 없어서 명명해보았다. 이커머스 프레임 시스템에 포함되는 부분들만 있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판매자가 입점해서 상품을 등록하고, 상품이 전시되고 또 구매자가 주문, 결제를 하는 핵심적인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

 

 이 기반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서비스들이 올라간다. 나는 ‘서비스 기능(Service feature)’이라고 명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추가적으로 고객센터와 대신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었다거나, 아니면 검색 내에 ‘이미지로 검색’ 기능을 넣었다면 이 부분은 이커머스 사이트의 기본적인 골격과는 상관이 없다. 저 기능이 없어도 물건을 찾아서 주문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포함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집’처럼 개개인이 올린 인테리어 서비스가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워서 매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이 부분은 ‘오늘의 집’의 물건을 구매하는 부분과는 구분이 가능하다. 고객 동선상 개인이 올린 인테리어 소품 사진에서 상품상세로 연결되어 와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연결되어 있는 것뿐이지 이 동선이 없더라도 이커머스 시스템에는 지장이 없다. 

 

 여기서 눈치 챘겠지만 이 구분은 특정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주요한 동선과 UX에 대한 기준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포유류가 유사한 내장기관을 가졌듯이 ‘뼈와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시스템이 이커머스를 구현한 서비스에는 모두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들이 모두 ‘서비스 기능’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서비스기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코끼리의 코에는 ‘숨쉬는 기본 기능’외에 ‘코가 손이 되는 기능’이 추가로 있기 때문에 ‘코끼리’가 되는 것처럼 온라인 서비스도 기본 기능만 있어서는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갖추지 못한다. 


이커머스 프레임 시스템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이 도식화해볼 수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뒤에서 아래로 흐르는 흐름이 정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순으로 데이터가 흘러가는 순서다. 판매자가 입점을 하고 상품을 등록하면, 이 상품이 전시매장과 검색을 통해서 진입한 고객에게 노출이 되고, 이 상품에는 추가적으로 할인이나 쿠폰이 적용된 상태로 로그인한 회원의 장바구니에 담기게 된다. 그리고 이 정보는 주문서로 넘어가서 주문에 필요한 정보들을 적고 결제를 하게 된다. 결제된 주문은 정상적인 경우 판매자에게 주문정보가 전달되어 배송이 시작되고 최종적으로 판매자와의 금액 정산이 일어난다. 문제가 있는 경우 취소/교환/반품이라는 클레임 처리가 되어서 배송이 취소되거나 추가의 배송처리가 필요해지고, 필요시 환불이나 보상이 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 금액정보도 쌓여서 판매자와의 금액 정산이 일어난다. 

 이 큰 흐름을 기반으로 그 위에는 다양한 추가적인 ‘서비스 기능’이 얹혀지게 된다. 이 서비스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기능들로는 마케팅 활동과 부차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있다. 예를 들어, push메시지, 이메일, SMS 등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셀러들이 지면의 영역에 광고를 실을 수 있는 광고시스템, 마케팅 활동을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 페이지를 관리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시스템, 고객들의 이동이나 주문정보를 데이터화하여 비주얼라이징하는 통계시스템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서는 챗봇이나 고객센터도 있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부가적인 서비스 기능들은 프레임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핵심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원 정보에 이메일 주소가 없다면 우리는 회원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없다. 그리고 전시매장이 없다면 광고를 노출시킬 지면이 없고, 광고를 등록할 때는 기존에 등록된 상품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화 추천을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회원정보를 통해서 개인을 식별하고 지금까지 구매한 주문데이터내의 상품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준다. 

 즉, 이커머스 시스템은 시간적으로 앞에서 발생한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터가 연결되어 있다.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 예시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상품 등록 시 입력된 금액정보나 입점시 계약한 수수료 정보 등은 최종적으로 정산까지 흘러와서 정산금액을 만든다. 앞에서 생성된 정보가 없으면 뒤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반대로 말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모른다면, 정말 잘 굴러가는 이커머스 시스템을 설계할 수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고정화된 것에도 다 역사가 있었겠지.

 사람들이 어떠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떠오르는 프로세스를 ‘멘탈모델’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서, 은행 송금을 온라인에서 한다고 하면 출금할 통장을 선택하고, 송금할 대상이 되는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등 인증절차를 통해서 발송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프로세스다. 이커머스도 이미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멘탈모델이 정립되어 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은행송금보다도 전세계적으로 더 명확한 멘탈모델이 만들어져 있다. 상품상세의 최상단에는 상품 이미지가 나오고 아래쪽에서는 주문하기나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는 점 등은 만국 공통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서비스의 형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적인 서비스 정책들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서비스 정책들을 달달 외우고, 현업과 선배들에게 정책의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커머스의 진화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역사학과 출신 기획자로서 ‘역사’를 통한 맥락적인 이해가 있다면 이커머스 시스템이 왜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유’에 대해서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기회는 찾아왔다. 2016년쯤 회사는 모든 기업이 그렇듯 넥스트 모델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고 있던 시점에 승기를 놓쳤던 터라 모바일 이후의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하는 미션이 기획팀에 떨어졌다. 사원때부터 쭈욱 함께 해온 이종봉 팀장님과 다시 함께 팀을 하고 있을 때였다. 팀장님은 팀원들을 모아서 몇 가지 미션을 주셨다. 누구는 해외 사례에 대해서 조사하게 했고, 누구는 타사 분석을 하게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가 항상 바라왔던 미션을 주셨다.

 “미준아, 아무리 PC와 모바일이 바뀌어 왔어도 잘 된 서비스들에는 고객들이 바랬던 뭔가 항상 뭔가 이유가 있었지 않았을까? 해외 말고 국내의 이커머스 서비스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한번 조사해보면 앞으로 어떤 이커머스가 성장할 지 볼 수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미션을 받았지만, 프로젝트는 곧 중지되면서 팀장님께 보고할 기회는 없었다. 오히려 회사일로 시작한 일이 내 개인의 일이 되면서 내 기획자 인생에서 두 번째로 의미있는 성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물론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를 모아 놓은 자료를 찾으려고 했다. 없었다. 공급자 중심의 해석과 시장에 확장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고, 고객에 대한 이야기는 부차적이었다. 해외 이커머스에 대한 자료는 꽤나 아티클이 많았는데 어쩐지 국내의 서비스들의 역사를 정리한 아티클은 딱히 없었다. 직접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역사학과의 전공을 살려서 직접 사료를 모았다. 년도별로 이커머스나 온라인 쇼핑몰의 키워드들을 분석하고 연관되서 나오는 항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토대로 연표를 만들어 나갔다. 어느 순간 뭔가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 때부터 이런 서비스가 나와서 이때부터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구나’

연표를 바탕으로 특징을 모아서 시기를 구분하고 기사들을 모아서 글로 정리를 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처음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A4 용지 60장 가까이 정리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던 점은 내 머리 속에서 이커머스 시스템에서 ‘서비스 기능’들의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메가 프로세스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자,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시간의 축’이 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과 상황이 달라져서 좋아진 서비스, 그리고 기존에 굉장히 잘 나갔으나 현재는 의미가 없어진 서비스 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과거 PC 쇼핑몰 시절에 굉장히 중요한 네비게이터였던 ‘카테고리’ 목록 서비스는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검색’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카테고리의 트리(tree)구조를 세세하게 펼치면서 상품을 찾지 않는다. ‘의류 > 상의 > 티셔츠 > 반팔티’를 찾기 위해 4번을 클릭하느니 모바일의 접속한 쇼핑몰 메인에서 ‘반팔티’를 검색한다. 이는 엄청나게 늘어난 상품수의 영향도 있고, 정교화된 검색기능의 발전도 있지만 넓은 면적을 모두 둘러보거나 세밀하게 트리구조를 펼쳐보기 어려운 모바일의 환경에서도 영향이 있다. 물론 지금도 카테고리를 보는 메뉴는 남아있다. 다만 그 중요도는 시간에 따라서 굉장히 약해져버린 것이다. 


빈 공간을 메우는 진짜 공부 : 지식의 활용

 이렇게 직접 구축해보면서 시스템과 운영적인 부분을 맞추기 위한 정책과 역사적으로 보편화되어온 서비스 기능들을 공부하면서 내 머리 속에 이커머스라는 도메인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본기가 많이 잡혀있었다. 그럼에도 빈 공간은 있었다. 

 바로 법적인 규정들이었다. 정책에서 뭔가를 외우기는 했지만 이유를 어설프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주문 내역은 5년간 보관해야한다’라는 내용은 정책을 통해서 달달달 외우고 있었지만 이유를 몰랐다. 사실 이유는 전자상거래법 제6조에 명시된 내용에 대한 대통령령의 시행령에 5년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이런 부분은 법적인 부분이었고, 내가 일부러 찾아서 확인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법령을 검색하거나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이미 그동안 일하면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관련 법령들도 많았기에 몇 권의 관련 법률서적을 읽어보면서 빈공간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법령을 책이나 지식이 아니라 진짜 뼈에 새길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맨 바닥에서 정책과 프로세스부터 정리하는 구축기획을 해보는 경험을 하면서였다. 8년차부터 약 2년가까이 진행한 오픈마켓 및 계열사 통합 프로젝트는 나에게는 지식을 체계화하고 내재화하는 기회였다. 그저 달달 외우고 구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법령들과 고객들의 특징, 운영 프로세스 등을 놓고 선택가능한 정책들을 정리하고 의사결정했다.(물론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은 의사결정을 받아서 진행했다.) 사원 때 단순히 암기하던 입장에서 직접 정책을 만드는 입장이 되어 보니까, 머리 속의 지금까지 쌓아 놓은 이커머스 지식들이 모두 각각의 진짜 의미를 보여주었다. 사원 때 마주해야 했던 수십장의 정책서를 내가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큰 시스템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커머스 도메인의 지식이 끝이 없다.  

 꾸준히 익혀진 이커머스 시스템의 프레임 시스템과 서비스 기능의 시간적 변화의 흐름, 그리고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법적인 이슈들을 직접 적용해오는 과정은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10년이나 어떻게 하나의 도메인에서 일하냐고 묻지만, 나에게 지난 10년은 이커머스 도메인 하나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바빴다. 물론 내가 이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하기 위한 수준이다. 각 분야를 깊게 파고든 전문가들과 비교해선 안된다. 하지만 딱 나정도의 이해만으로도 이커머스 도메인의 넘쳐나는 지식들을 받아들일 큰 틀을 만들 수 있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밖에서 이커머스를 사용해 보는 것으로 이런 도메인 지식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을 이해하는 것과 이커머스 도메인 지식을 갖는 것은 굉장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객이 이용하는 UI와 고객의 사용성에 대한 마음만으로는 구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결제가 포함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고 한다면, 감각이 아닌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마음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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