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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20. 2020

이커머스 기획자의 현실로의 온보딩을 위한 노력

선배가 될 때부터 고민해 온 이야기지만 어쩌면 인트로인 이야기.

이커머스 기획자에게 온라인 비즈니스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매년 시즌이 되면 트렌드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언젠가부터 온라인 비즈니스를 대표하게 된 이커머스도 이 중심에 서게 되었다. 컨설팅사와 트렌드 분석가의 말들은 정말 그럴싸하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실행하려고 보면 뭔가 부족하다.

 몇 년 전에 우리 회사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큰 컨설팅사가 들어와서 앞으로 만들어야 할 이커머스에 대해서 2개월에 걸쳐서 조사 후 발표를 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 지금 엄청나게 성장한 <무신사>처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해서 고객들이 계속 자발적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이커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참을 듣고 있다가, 뭔가 빠진 부분을 느끼고 질문을 했다.

 “근데, 왜 고객들이 여기서 커뮤니티에 참여를 하는 거죠? 무슨 커뮤니티를 기획해야하는거죠?”

 “그건, 내부에서 찾으셔야죠.”

 컨설턴트의 대답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그의 말이 틀린 소리가 아니었다. 외부에서 잠시 들른 외부인들이 내부에서 어떤 강점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기존의 요청한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는 있지만,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고 계속 고객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을 할 것이냐는 그들에게 요구된 범위가 아니었다고 한다.

 컨설턴트들도 요즘 많이 답답하다고 한다. 컨설팅사로 유명한 맥킨지는 2019년 9월에 미네소타에 ‘몰 오프 아메리카’에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라는 700평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1]


유통 신사업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비자 조사를 직접하지 않고 컨설팅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과거처럼 고객들과 트렌드가 기업중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를 컨설팅하기 시작하면서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보지 않은 컨설팅사의 경우는 성공한 서비스들의 방정식을 따라하나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되어 있다. 문제는 내용은 적절하지만 정말 상세한 기획까지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교수님들과의 자문에서도 종종 마주했다. 이커머스에 대한 유통을 이야기할 때, 고객들의 데이터로 고객을 분석하고 온오프라인의 재고를 통합하고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모두가 정말 맞는 이야기다. 얼마 전 참여했던 한 세미나에서 한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이커머스는 LTV(Life time value)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도세미나장을 떠나오면서 그래서 내가 뭘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정말 현장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실무자는 철저하게 이원화된 사고를 한다. 이상적인 방향성과 트렌디한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시스템의 한계와 비용적인 한계 그리고 우리 고객이라는 실제 주어진 조건들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하고 측정가능한 업무를 찾아야 한다. ‘현실’이다. 현실적 제약을 제대로 모른다면 어차피 기획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의미있는 이커머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지식이 충분한 상태에서 실행을 해봐야 나의 역량으로 체화된다. 그제서야 어떤 서비스를 눈 앞에 가져다 놓아도 정책과 구조가 모두 분석되기 시작한다. 예상과 추론이 가능해지면 이커머스 서비스들을 보는 것이 더 재밌어진다. 내가 성장한 과정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확신하는 부분이다.

[1]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9471



이커머스 기획자의 온보딩을 위해 필요한 것.


“서비스 기획자를 키우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요?”

 최근 외부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정말 많은 회사들이 요즘 비대면 서비스인 온라인으로 비즈니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호로만 외치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코로나 시대라는 악재를 만나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책에서도 말했지만 서비스 기획자를 키우려면 기획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용자로서의 경험이 많다고 해도 기획자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이디어로 하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각 사에서 필요한 서비스 기획자는 외부에서 데려올 수 없다. 각 분야에서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재밌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걸 왜 나에게 묻느냐는 점이다. 나에게 묻는 이유는 서비스기획자로 성장해서 직접 직무 교육에 대한 책을 내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인 것 같다만, 우연이지만 나름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새로운 이커머스 기획자의 온보딩에 대해서 관심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직접 직무교육을 하고 강의를 하게 되기 앞서서 나는 고민이 있었다. 사원 3년차쯤 되었을 때, 회사가 정책을 바꾸면서 경력자 대신에 신입사원만 뽑겠다고 선언을 했다. 나도 겨우 내 업무를 적응하며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중이었는데 후배들까지 키워야 했다. 나도 현장에 치여가면서 일을 배우긴 했지만 선배들도 많았기 때문에 위로받을 곳도 많았다. 그런데 선배가 별로 없는데 계속 들어오는 주니어들을 보고 있자니 암담했다. 헤쳐나가는 것이야 그들의 몫이겠지만, 나는 너무 힘들게 배웠으니 그들이라도 일을 좀 쉽게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주니어 기획자의 온보딩 프로그램’을 고민했었다. 서비스 기획도 가르쳐야 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인 이커머스에 대한 시스템적 이해가 중요했다. 나는 선배가 된 이후부터 어떤 것을 하면 후배가 빨리 이커머스 기획자로 성장하는지 여러가지 실험을 해봤다. 후배들이 빨리 성장해야 내 일을 덜 수 있었으니까.

 

 첫번째 실험은 ‘책 무더기’였다. 후배 2명을 불러서 배우고 싶은 의지를 물어봤다. 다들 엄청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음날 지금까지 읽은 이 책, 저 책을 다 모아서 책 무더기를 주었다. 결론은 ‘폭망’이었다. 읽지도 않았지만 후배들은 분명 나에게 치를 떨었던 것 같다. 하기사 열 댓권의 책을 바로 위의 선배가 읽으라고 줬으니 얼마나 싫었을까.

 두번째 실험으로 입사 OJT에 ‘이커머스 시스템의 이해’라는 강의를 만들었다. 첫번째 실험에서 너무 개인적으로 다가가니까 부담을 느낀 것 같아서 좀 더 공권력이 강한 HR팀의 힘을 빌려보았다. HR팀을 통해서 신입사원 OJT에 강의를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직무를 받기 전이니까 우리 회사의 이커머스 시스템을 쪼개서 각각 어떤 팀에서 사용하는지 설명해주면서 전체 이커머스의 프로세스에서 각각의 직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준다고 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다들 직무 선택용으로만 들었지, 내가 바란대로 주니어 기획자들이 마음에 담아 놓지 않았다.

 세 번째 실험은 ‘용어 사전 정리’였다. 우리 회사의 이커머스 시스템의 구석구석에 쓰여있는 용어들을 모아서 설명집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이었다. 실제 업무에서 용례로 쓸 수 있는 짧은 대화 예시도 넣어보았다. (이 문서가 이 전의 책이었던 ‘서비스 기획 스쿨’의 부록에도 들어있는 그 용어집의 전신이다.) 이 문서는 분명 유용했다. 그런데 갓 입사시점보다는 나중에 일하다가 들여다봐야 더 도움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네 번째 실험은 내가 성장한 방식을 모두 집어넣어보기로 했다. 먼저 내가 서비스의 변천사를 공부할 수 있었던 ‘이커머스의 역사’를 4시간짜리 세미나로 만들었다. 고객으로만 바라보던 이커머스의 서비스를 제공자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역사적으로 나타나고 변해왔는지 승자의 역사를 다시 보게 함으로써 이커머스 기획자로서의 시각을 갖게 했다. 이 세미나는 사내에 강의하기 전에 먼저 외부에 개별 세미나를 열어서 강의를 해보고 반응을 본 뒤에 HR팀을 통해서 신입사원 OJT 교육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가 정책서를 달달 외웠던 시간에서 착안해서, 각 모듈별 핵심 정책을 서비스기획자로 입사한 친구 4명을 불러서 하루 1시간씩 8일동안 리뷰를 진행했다. 빼곡히 노트를 필기해서 가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는 3개월 뒤를 체크했다.

 

 책무더기를 뺀 나머지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해오다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어보였다. 내가 이커머스를 넓게 이해할 수 있었던 방정식은 후배들에게도 통했다. 물론 운이 좋게도 후배들이 똑똑한 탓이 물론 컸겠지만 그들의 업무를 염탐해보니 다들 빠른 성장속도를 보였다.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머리 속에 안정적인 이커머스 도메인에 대한 프레임과 서비스 정책을 알고 있는 상태로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일들도 그 일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 실험에서 배운 점은 이렇다. 정말 이커머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획자를 키우기 위해서 공부해야할 것을 산처럼 쌓아준다고 해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가 그러했듯이 머리 속에 프레임을 만들어주고 그 다음에 직접 기획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지식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도록 해준다면 좀 더 빠르게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자로서 적응을 하는 것이 보였다. 

 2020년이 되면서 나는 이런 과정을 외부 강의로도 확대해보기로 했다. 픗픗아카데미와 손을 잡고, 아예 지망생 보다는 서비스기획자 일은 해봤지만 머리 속에서 이커머스 기획이 정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서 두 가지를 교육해보기로 했다. 9시간에 걸쳐 ‘이커머스의 역사’를 통해서 국내 이커머스 서비스와 고객들이 이용양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서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을 둘러싼 산업 구조와 문제점들을 짚었다. 그리고 또 9시간에 걸쳐 ‘이커머스 시스템의 표준적인 설계 정책’을 이야기했다. ‘이커머스 프레임 시스템’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하는 점들과 옵션들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이커머스 기획자로서 일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커머스를 기획하기 위한 지식들은 내가 지금까지 10년동안 배우고 공부하고 분석해온 것들이자, 동시에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이커머스 기획자들로 온보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들이다. 학문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닌 실무로 이커머스를 다뤄야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들을 다루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규칙이 아니라, 앞으로 혁신시켜야할 올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상상의 나래'만 있고 정작 만들기 위해서 뭘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이면 이 글의 시리즈를 마지막까지 머리 속에 넣고 나면 확실히 고민해야할 포인트들이 명확히 보일 것이고, 매번 작은 부분만을 봐서 큰 그림을 만들어오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제 전체 숲을 보고 자신의 나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부디 나처럼 개발자에게 비즈니스를 설명하지 못해서 화장실에서 울게 되거나, 달달 외운 이커머스 정책이 왜 생겼는지는 몰라서 답답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힘들지만 이 과정을 로 제대로 옮겨보고 싶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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