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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01. 2020

독한 눈빛의 이커머스의 이용자들

왜 우리나라의 이커머스의 역사를 왜 알아야 할까

 신기술이 넘쳐나는 시기에 왜 다 지나간 역사부터 봐야할까요?


 강의를 시작하면 나는 꼭 질문을 한다. 듣는 사람들의 마음속 한군데 있는 가장 큰 의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신기술 정보에 압도되어 살아가고 있다. AI나 빅데이터, 챗봇, 블록체인, AR/VR 등등 신기술들은 당장 선점하지 않으면 이 세계에서 뒤쳐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기술을 가져오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SK그룹에서 AI 전략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의 저자 정도희님은 책에는 일관된 메시지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수차례에 걸쳐서 AI를 현업에 적용시키기 위한 현장의 이야기를 알려주시는데, AI를 적용하기 위한 제언으로 기존 비지니스 실무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갑자기 외부에서 AI만 연구한 인재가 영입된다고 해서 기존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갑자기 메인 스트림에 적합한 기능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커머스에서도 그랬다. 나는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신기술이 검토되고 또 적용되지 못해서 바스러지는 것을 보았다. 또한, 이커머스 현장에 적용시키겠다고 멋진 솔루션을 제시한 스타트업들이 실무에 적용시키지 못해서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도 많이 보았다.


 이커머스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네이버를 쓰고, 전세계 어디에서도 안쓰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며,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G마켓으로 쇼핑하는 이 곳을 해외의 자료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우리 나라의 이커머스와 이커머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왔고, 결론적으로 해외와 다르게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려면 우리의 이커머스 역사를 통해서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온라인 갈라파고스’에서의 이커머스 역사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첫 강의때부터 계속 사용해온 이미지


 강의에서는 한 가지 사진을 보여준다. 갈라파고스 섬에서만 서식한다는 ‘푸른발부비새’다. 사실 ‘푸른발부비새’는 우리나라에서는 ‘푸른발얼가니새’라고도 부르는데, 육지에서는 걸음걸이가 서툴러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때문에 ‘bubi’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직역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새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못된 눈빛’ 때문이었다. 절대로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는 고객들의 행동패턴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 갈라파고스에서만 서식하는 이 새의 눈빛이 온라인 갈라파고스인 우리나라 온라인 사용자들처럼 보였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고객들에게 혼쭐이 나온 나의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선택이다. 한국의 이용자들은 예민하고 또 약삭빨라서 나 같이 정작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얄밉다. 하지만 막상 고객들의 모습을 지켜보다보면은 부른발부비새의 뒤뚱거리는 모습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흐름에 여러모로 휘청거린다. 한 쪽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커머스를 만드는 역할을 해온  나 역시 이커머스의 이용자일 때 별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10원이라도 더 아끼기위해서 끊임없이 이커머스사를 비교하고, 조금만 뭔가 문제가 생겨도 억울하다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악다구니를 쓰면서도, 사실은 그 거래 자체가 상술에 의해서 의도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푸른발부비새의 진화가 그러했듯,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즉, 기나긴 역사와 환경은 그들이 순한 비둘기와 같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 지나간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은 이커머스를 이해하는 것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Amazon의 역사나 Alibaba의 역사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진짜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역사를 현장의 있는 사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정리하려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였고, 이 과정에서 가장 성장한 사람은 단연코 '나'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진화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이커머스 사용에 대해서 학습되어온 양상을 설명하고 쉽게 몰입하게 하기 위한 상징적 도구로 사용했다. 이제부터 왜 우리나라의 온라인 이용자들이 ‘저런 눈빛’을 가진 특이한 동물로 나에게 느껴지게 되었는지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만나볼 차례다. 마치 소리꾼의 이야기를 듣듯이 듣다보면 과거의 사용자로서의 나 자신이 떠올라 웃음을 씨익 웃는 사람도 있고,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듣듯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는 사람도 보인다. 하지만 이 역사안에서 형성되는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비즈니스 환경과 반복되는 역사의 교훈을 깨닫는 사람은 많은 인사이트가 보인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해석에는 전체 역사에서 약 반 정도를 함께해온 나의 해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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