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절,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형성
국내 최초 이커머스사의 오픈 : 인터파크와 롯데인터넷 백화점
1994년은 Amazon과 eBay가 각각 책 온라인판매와 온라인 경매 사이트로서 이커머스의 역사가 시작된 기념비적인 해였다. 국내에서도 이를 주의깊게 본 몇 명의 선각자들이 있었고, 얼른 이커머스 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 1996년에 6월에 두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같은 날에 오픈하였다.
롯데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에서 사내 벤쳐 형태로 만들어진 ‘롯데인터넷백화점’과 데이콤의 ‘인터파크’는 서로 다른 전략을 가지고 오픈했다. 롯데인터넷백화점은 오프라인 백화점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판매채널의 선점효과를 노렸다. 반면 데이콤 인터파크는 ‘카테고리 킬러’를 목표로 세우고 기획되었으나 초기 벤처사업으로서 자체 유통망과 브랜드파워 부족으로 인해 EC컨설팅 사업부분을 강화하는 Mall&Mall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 당시 계셨던 분들의 말로는 서로 이커머스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류도 하고 견제도 했었다고 한다. 특히 오픈 당일날은 서로 먼저 오픈을 하고 싶어서 눈치 싸움도 엄청했다고 한다. 인터파크가 2시간 먼저 오픈하면서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의 타이틀은 인터파크가 가져가게 되었다.
가격정책적인 면에 있어서 롯데인터넷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의 등가정책으로 인해 가격적 혜택이 최소화되었던 반면 데이콤의 인터파크의 경우 온라인 세일과 원가조절을 통해 소비자가를 낮춰서 제공할 수 있었다. 애초에 롯데인터넷백화점은 백화점의 판매방식을 오라인에 등록하는 것에 포커싱이 되어 있었고, 구현과정에서도 백화점과 상품정보 생성 및 등록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롯데 백화점의 상품이 주요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상품 구색에 있어서는 1998년 조사시 롯데인터넷백화점이 백화점 상품 80%와 직접 소싱한 상품 20%로 약 1800여종을 전시하고 있었던 반면, 인터파크는 소규모 상점들을 많이 끌어들여 약 6000여종 이상을 전시하였고 Mall과 판매자 입점을 통한 초기 오픈마켓의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오픈마켓 이라는 것은 입점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 오프라인과 같이 사전 브랜드 검토가 까다로웠던 롯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입점시키는 것에서 오픈적이었다는 뜻이다.
판매상품은 인터파크의 경우 서적, 컴퓨터주변기기, 생활용품 등의 상품군이 주요 판매되었으나 롯데인터넷백화점의 경우 선물용품이나 소형가전이 주를 이루었다. 이 시점에는 물류망이 미성숙했고, 온라인을 통한 고객 경험 수준이 낮아 주요 상품은 눈으로 직접 보거나 만져보지 않아도 품질 확신할 수 있는 제품이 판매되었다. 작은 택배 상자에 쏙 들어가도 되며 상자 째로 집어던져도 크게 망가지지 않을 소형 제품들이 선호되었다. 또한 품질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굳이 고객이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들을 판매했다. 이런 상품들을 유통에서는 ‘고객 관여도가 낮은 상품’라고 표현한다.
사이트 구성에서 특이한 점도 있다. 이 시점의 인터넷은 종량제였고, 쓰는 만큼 돈이 나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고객은 사이트의 접속정보를 정확히 알고 직접 URL을 입력해서 접속하는 것이 가장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때문에 롯데인터넷백화점은 쇼핑몰임에도 ‘정보서비스’라고 하여 외부검색서비스와 디렉토리 링크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내심 당시의 핫한 서비스였던 ‘야후’처럼 시작페이지가 되길 바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1]
초기 두 이커머스는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매장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이트 오픈 직후 파급력은 지금 생각해보면 ‘귀여운 수준’이다. 알다시피 나는 롯데에서 10년간 일을 해왔는데, 운이 좋게도 저 당시 오픈 멤버였던 분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구전하여 들어봤었다. 롯데인터넷쇼핑몰을 처음 만들 때 사원으로 참여했고, 나중에 ‘인도네시아 롯데’에서 이커머스 사업의 대표를 역임했던 이제관 대표님은 내가 갓 입사했던 신입사우너 시절 나의 팀장님으로 계실 때 초창기 운영에 대해서 생생하게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당시에는 처음으로 월 24만원 매출이 나왔을 때 뛸 듯이 기뻐했었고, 주문 시스템 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이메일로 주문이 들어오면, 계좌이체 방식으로 입금을 받고 직접 상품을 상자에 담고 손수 송장에 주소를 적었다고 했었다. 초창기부터 경리와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조수현 책임님에게서 그 시절에 신용카드 결제를 받기 위해서 카드번호를 받아서 카드 단말을 일일이 찍고 매입전표를 손수 모았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급진적인 확장이 있었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커머스 시스템이라고 할 것도 없이 단순했다. 지금과 같은 결제나 클레임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이트를 만들 때도 대학교와 협업하여 HTML을 할 수 있던 대학생들을 고용하여 시작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았다. 그럼에도 이커머스를 성립하기 위해서 2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첫째, 판매하는 대상을 디지털화하여 전시하는 매장이 있었다.
둘째, 고객이 주문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있었다. 주문은 단순히 이메일 링크(ex. mailto:XXX@XXX.com)로 주문에 필요한 정보를 적어서 보내는 것이었고, 결제는 카드번호를 전달하거나 계좌이체를 받는 방식이었지만 어쨌거나 주문정보라는 것이 있었다.
가장 빠른 인기를 얻은 쪽은 "옥션"
이렇게 아마존을 모방한 이커머스들과 다른 축으로 이베이를 모방한 서비스들이 출현했다. 닷컴 버블이 본격화된 1998년과 1999년에는 각각 종합경매 사이트인 ㈜인터넷경매의 ‘옥션’과 인터파크 자회사였던 ‘G마켓’의 전신인 온라인 경매사이트 ‘구스닥’이 오픈했다.
이 둘은 본격적인 TV광고 마케팅 등을 내세우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두 쇼핑몰 중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옥션이었다. 온라인 경매사이트는 개인간 거래를 중개하는 것으로 판매자들을 모아서 대량의 상품을 보유하는 지금의 오픈마켓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옥션은 1999년 당시 단기간에 6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하루 평균 10만여개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당시의 기사들은 인터넷 경매사이트가 온라인 사용자들에게 아주 싼 값에 물건은 구입하면서 동시에 경매과정의 즐거움과 낙찰의 기쁨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2]
이러한 옥션의 성장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가적인 금융위기 상황속에서 빛을 발했던 후킹 상품이 광고하기 좋았다는 점이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의 시기였다.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소비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었고 사람들은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0원 경매’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물건을 자신의 노력으로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서비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TV광고에서도 그런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 절대 1000원정도로 살 수 없는 노트북을 1000원 경매로 낙찰하는 것을 코스프레한 연기자들을 통해서 코믹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신문선 해설위원은 대전 게임의 캐릭터로 1000원씩을 더 외치면 결국 값비싼 노트북을 얻어낸다.
둘째, 통신망의 변화로 이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었던 환경 탓도 있다.
1997년에는 개인 사용자들의 통신망에 큰 변화가 생겼다. 하나로통신 전용통신망이 빠르게 보급되고 인터넷 사용이 ‘정액제’로 바뀌었다. 또한 다음(Daum)의 전신인 한메일넷(hanmail.net)이 오픈했다. 오픈 1년만에 98년에 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면서 해외 사이트와 PC통신 사이에 잔류해있던 사용자들을 국내 웹 환경으로 끌어냈다.[3]
당시 초등생이던 나는 한메일 주소를 만들어서 반 전체에 뿌리고 다녔다. 나 뿐만 아니라 반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PC방이나 집에서 한메일을 만들고 서로 주고받았다. 회원가입이 자랑스러울 시절이었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옥션 회원가입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주었을 것이다. 심지어 몇 분 안들이고 오로지 노력으로 노트북조차 싸게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았다고 봐야했다.
[1]변대호,1998, <전자상거래의최근 동향과 전자쇼핑몰 구축 가이드라인>, 조사내용 참고
[2]이정내기자,연합뉴스,<인터넷경매사이트가 뜬다>, 1999.11.3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4558112
[3] 연합뉴스, <무료 E-메일 서비스 `한메일넷'가입자 1백만명 돌파>,1998.12.1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4343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