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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01. 2020

커뮤니티, 중소 쇼핑몰의 증가(2000-2003)

PC 시절,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형성

 커뮤니티 기반의 공동구매의 등장과 이익의 문제


 이제 본격적으로 아재들의 시간여행을 해보자. 이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빙긋이 미소가 지어지고 과거가 회상된다면, 당신은 아재다. 

 2000년은 다양한 커뮤니티가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이러브스쿨과 다모임 등의 학연을 연계한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공통 관심사로 연결된 프리챌과 다음 포털의 카페 서비스가 핵심 서비스로 떠올랐다. 모름지기 진짜 아재라면 저 사이트들 중에서 한번이라도 접속을 안해봤을 리가 없다. 동창을 찾는 아이러브스쿨과 다모임이었는데, 이상하게 어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반창회를 만들어서 서로를 찾아댔다. 물론 그 시절 뉴스에는 이런 곳들을 통해서 나타난 수많은 불륜 문제가 계속 등장했었다. 


 이런 서비스들은 아주 야생적인 공동구매들을 많이 탄생시켰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조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리챌 카페에서는 누군가 용산의 업자와 협의를 해서 사람을 모아오면 얼마까지 낮춰준다고 해오면, 사람들은 입금도 하고 댓글로 전화번호나 이름을 적는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전혀 없던 비둘기 시절의 고객들이나 할 법한 일이었다. 

 이커머스 중에서는 '옥션'이 여전히 이용자가 가장 많은 선두에 진출해 있었고, 이러한 공동구매를 시스템화시켰다. 경매보다 공동구매가 사이트의 확장에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경매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도 결국에는 1명만 결제가 일어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커머스사의 이익 증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에 공동구매란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어 더 많은 참여자들을 결제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기존에 형성된 다음 카페와 프리챌 등 이미 활발한 커뮤니티는 이러한 시스템화된 공동구매의 성장에 기폭제가 되었다.[4]


 그러나 2001년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하면서 이보다 더 큰 이익을 바랬다. 인수 후 핵심 서비스는 참여자중심의 공동구매, 경매에서 판매자 중심의 오픈마켓으로 좀 더 수익률이 보장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유통으로서의 이커머스의 이익창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커머스의 기본 성립조건은 1)온라인 매장과 상품 2)주문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이익을 계산하기 위한 기본적인 공식은 아래와 같이 계산한다. 

수익 = 방문수 X 구매전환율 X 객단가 – 비용

 이커머스의 마케팅부문에서 일해봤다면 각인될 정도로 많이 보던 지표다. UV나 PV등 트래픽으로 상징되는 방문수가 얼마만큼 구매로 전환되고, 1번의 구매에 어느 정도 금액을 사용하였느냐가 핵심 수익을 산출하는 지표가 된다. 이 공식을 나는 ‘이커머스 수익공식’이라고 부른다. 

 경매와 공동구매만 하는 시절 옥션은 이 공식으로 계산해보면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높은 회원수와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경매라고 하는 것은 구매전환율이 0으로 수렴할 정도로 작은 구조였고, 공동구매는 구매전환율은 높여주었지만 객단가를 낮춰야만 의미가 있는 박리다매 방식의 구조였고 공동구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구매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전환율이 또다시 0으로 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이베이가 인수하면서 오픈마켓으로 구조를 바꾼 것은 더 많은 상품을 유입시켜서 이미 보유한 방문수를 더 많은 구매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비용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이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소규모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증가

 

 한편,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의 보급을 바탕으로 국내의 쇼핑몰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Cafe24, 메이크샵, 고도몰 3형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회사들은 이커머스 시스템 솔루션과 서버를 동시에 임대해주는 솔루션 형태를 통해 수천 수백개의 이커머스 사이트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2003년에 메이크샵에서만 2만6천여개의 몰이 운영되고 월매출이 200억원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 만들어진 이커머스 브랜드도 상당히 많은데 로레알그룹으로 인수되어 화제를 모은 <스타일난다>도 이 시점에 카페24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2020년 현재까지도 카페24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들의 시작에는 이 3개의 회사가 있었다. [5]

 Yes24와 같은 중견사이즈의 전문쇼핑몰도 대거 등장하였다. 이밖에 기존 유통망에서도 온라인진출이 시작됐다. 1995년 국가 지원 하에 개국하여 고정 소비자층을 가지고 있던 홈쇼핑채널(LG홈쇼핑, CJ39)들도 신규 채널인 우리홈쇼핑(현,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의 2001년 개국을 기점으로 온라인쇼핑몰 사업으로도 진출을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물론 단지 서브채널로서의 역할이 강했다.[6]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몰과 소호몰에 따른 온라인 판매 제품군의 확대였다.

 기존에는 공급자의 제약성과 규격화된 UI로 인해 전자제품과 공산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시기에 쇼핑몰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서비스와 전문 카테고리에 맞춰 맞춤화된 UI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특히 다양한 개인쇼핑몰들은 판매자 개인의 코디 능력을 앞세워 의류 쇼핑몰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이렇게 다양한 쇼핑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


 

폭발적인 성장 속의 답보하는 기술력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성장과 다르게 시스템적인 상태에서는 답보 상태였다. 강력한 쇼핑몰 솔루션 업체의 기술력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회사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기술력과 기획력을 내재화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쇼핑몰의 개발과 운영은 아웃소싱과 솔루션 업체에 맞춰 진행되었고, 오프라인 판매자들의 하나의 판매채널로만 간주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때 내재화 되지 않은 기술력의 갭은 2005년 이후 해외의 쇼핑몰에 대비하여 국내 쇼핑몰의 인적, 네트워크적 기술력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7]


   또한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커머스간 경쟁을 ‘상품’과 ‘가격’ 경쟁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솔루션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이커머스뿐 아니라 기업이 직접 구축한 곳들도 ‘외주 개발’형태로 만들어지면서 시스템간 차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왜 외주개발이 시스템간 차별성을 없애는가에 대해서는 외주업체는 선정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외주업체 선정 시에는 RFP라고 해서 만들려고 하는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정리한 문서가 여러 개의 업체에 전달된다. 그러면 외주사는 경쟁PT를 통해서 비용과 실력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선정되면 일을 수주를 받게 된다. IT 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큰 경쟁력의 요소라면 단연코 인력이다. 외주사가 보유하고 인력들이 얼마나 프로젝트를 운영해본 경험이 많은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 평가에 가장 많이 반영된다. 결국 동일한 인력풀과 업체가 한번 이커머스를 구축하고 나면 이에 대한 레퍼런스로 다른 곳에서도 구축을 하게 되고, 시스템의 구성이 유사하게 되었다. 


 이미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은 대기업에서도 시스템에 더 큰 비용 투자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소호 판매가 많아지고 B2C 사업에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하자, 마케팅과 저가경쟁에 지친 대기업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복사하여 수익성이 높고 거래규모가 큰 B2B 사업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었다. 이커머스에서 B2B 사업이란 특정 업체와 계약하고 그 업체의 임직원들과 같은 특정 대상에게 상품을 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별도로 열어주는 사업을 말한다. 수익적인 면에서 앞서 거론했던 수익공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이 왜 돈이 되는지 이해가 가능하다. B2B 사이트의 고객들은 이미 확보된 고객들로 모기업에서 복지포인트 형태로 결제금까지 주는 경우가 많아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즉, 방문자수도 보장되고, 그들의 구매전환율도 굉장히 높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객단가에 해당하는 상품의 가격이 조금 낮아진다고 해도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본다면 기존 시스템을 더 발전시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인프라를 소모하는 방식이었다고 봐야 한다. [8]

 대기업 유통은 오히려 이 시기에 물류창고와 고객센터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당시 대부분의 대기업은 오픈마켓이 아닌 자사 유통에 집중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물류창고는 현재 2020년의 개념의 물류창고와는 사뭇 다르다. 말 그대로 매입한 상품재고를 적재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잔뼈 굵은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의 핵심 서비스인 접객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고객센터 역시 전문 업체에 운영대행 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이커머스 시스템은 고객센터용 별도 프로그램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 운영하는 MD나 마케터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도 고객이 원하면 고객센터에서 처리해줄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하면서 시스템적으로 복잡도가 높은 상담사용 지원 시스템을 고려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인프라적 발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시점에 해외에서 페이팔과 같은 에스크로 서비스와 Zapos와 IT시스템 중심의 발전이 이루었으나 대기업 중심의 국내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의 하나의 채널 정도로 소모되는 상황이었다. 


          



          

[4]매일경제, <공동구매 매출, 수익 급증>,2000.11.2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9&aid=0000069442

[5] 한국일보,<[벤처파일]솔루션 공급업체로 선정 >,2003.4.2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8&aid=0000179880

[6] 한국경제, <[CEO의 주가진단]조영철 CJ39 쇼핑 대표이사 >,2002.4.2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0501076

[7] 김문성, CLO매거진 , <소호몰의 어벤저스 ‘쇼핑몰 솔루션’이 나쁜 놈이 된 이유> 2016.08.08 http://sclplus.com/review/view.asp?idx=8634&schCate=AAA

[8]한국경제, <인터넷쇼핑몰 업체들, 잇따라 B2B 시장 진출, 2000.4.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020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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