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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10. 2020

브런치팁-직무 관련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노하우 3

<빌라선샤인> 특강에서 발췌해서.

얼마 전 밀레니얼 여성 모임인 <빌라선샤인>에서 '나의 경험을 잘 발신하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어요.

서비스 기획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직업인으로서 지속적으로 계속 직무에 대한 글을 쓰고

이러한 저의 경험이 모두를 위한 레퍼런스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강을 요청받은 것이었죠.

https://villasunshine.kr/morning-club/?idx=4521195&bmode=view


저는 브런치 외에도 강의와 책도 쓰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가장 주된 활동은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에요. 그래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시작하기'과 '지속하기', '나에게 남은 것'이라는 3꼭지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말 브런치의 많은 글들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브런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도 글을 써야지' '나도 작가가 되어야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날 강연한 내용 중 두번째 파트인 '지속'에 대해서 공개하려고 합니다.




 



내가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


회사 경력이 좀 쌓이고나서부터는 직무에 관한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일을, 내 경험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죠.

 4, 5년차 정도 됐을 때 일 관련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한 후배가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선배가 가는 길이 내가 그다음에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주는 선발대 같은 역할을 한다고요. 그 말을 듣고 알았어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특히 주니어들에게는 선발대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러다 보니 제가 아는 걸 후배들에게 빨리 전달하고 싶은 거예요. 저에게 도움이 됐던 책 10권을 후배들에게 막 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너 이거 안 궁금하니?” 하는 식으로 질문도 해봤어요. 그런데 후배들에게는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생각해보세요. 일만 해도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선배가 공부하라고 짐을 가져다주는 거예요. 후배 입장에서는 짜증나지만 앞에서는 웃을 수밖에 없죠. 반대로 제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알려준다고 알려줬는데 후배에게 물어보면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은 것 같으니 실망하게 되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하나를 알게 됐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제대로 누군가의 선발대가 되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배움을 강요할 게 아니라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방법을 바꿔서, 온라인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찾고 싶은 사람이 찾고, 보고 싶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기로 했어요.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노하우 3


1) 거창한 장인정신으로 글을 쓰려고 하지 마세요.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성실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기도 합니다. 영어 공부든 글쓰기든 독서든,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는 계획부터 짜잖아요. 하루에 한 챕터씩 읽겠어, 하루에 글을 하나씩 쓰겠어, 하는 식이지요. 이렇게 계획을 짤 때의 문제는, 하루라도 이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다음날 몰아서 해야 되기 때문에 금세 흥미를 잃게 돼요. 나 스스로 나에게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 그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이걸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면 너무 웅장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때그때 해야 해요. 글도 두세 개 쓰고 자꾸 맘추게 되는 이유는, 계획을 과대하게 세웠기 때문이거든요. 그것 때문에 첫 번째 글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서 윤문을 네 다섯 번씩 하고, 글 하나를 한 달 동안 보고, 그럼에도 ‘이건 아직도 공개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계속 도자기 깨는 장인 정신을 가진다면 두 번째 글부터는 아예 쓸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타트를 잘 끊었어요. 그러면 글쓰기를 지속해야 하는데,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동력이 됩니다. 제가 글쓰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글을 쓰게 된 계기 때문이에요. 나도 누군가의 선배일 수 있다는 것이 제 글에 계속 깔려있는 맥락입니다. 나를 위한 것이라면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는게 더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의 평범한 하루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하다가, 혹은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성찰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글감을 얻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대부분의 글을 휴대폰으로 써요. 출퇴근에 각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성찰을 가장 잘 할 수 있거든요.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오늘 출근하면서 떠올리는 거죠. 그러면 지하철에 서서 그냥 글을 쓰는 거예요.


다 쓰고 나면 브런치에도 휴대폰으로 업로드합니다. 이건 제가 서비스기획자라서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요, 휴대폰으로 글을 읽는 방법과 PC로 읽는 방법, 책으로 읽는 방법이 모두 달라요. 모바일에 적합한 글이 있고 PC에 적합한 글이 있을텐데, 제가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은 브런치잖아요. 사람들이 브런치는 거의 모바일로 보거든요. 그러면 글도 모바일로 쓰는 게 적합한 거죠. 흐름이 짧아지거든요. 모바일에서 읽기가 훨씬 좋아지는 거예요.


2) 글을 쓰기가 어려워진다는 건, 글 속에 '나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이 어려워진다면, 한 가지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커머스의 역사’라고 하는 강의안을 매년 업데이트해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자료를 만들기 위해 뉴스를 엄청나게 스크랩해요. 이걸 스크랩해서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손글씨 형태로 다시 한번 싹 정리한 다음, 제 생각을 계속 적습니다. 이 생각들을 가지고 글을 쓰는 거예요. 자료를 복사&붙여넣기 한 다음 글을 쓰면 재미도 없어지고, 문장이 이어지지도 않거든요. 내가 충분히 소화한 다음 글을 써야 글도 쉬워집니다. 그래야 나의 언어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게 되니까요.


하지만 매번 이렇게 힘들게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일 자체나 상황에 관한 글들은 오히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글이 재미있으려면 그 안에 주관이 있어야 하는데요, 저는 두 가지를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평소 화가 나는 일에 관해 글을 쓰세요. 일하다가 ‘왜 이딴 식으로 일하는지 모르겠어!’ 하고 화가 났다면, 내 가치관에 거슬리는 경우였던 거잖아요. 필연적으로 나의 주관이 드러나는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업계에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막 웅성웅성할 텐데, 그 현상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글을 쓰시는 거예요. 원인을 내가 해석해보는 것이죠. 이 두 가지 방법을 습관화한다면 각자의 주관을 다듬어갈 수 있을 거예요.


3) 글로 개인 브랜딩 하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쓰지 마세요.


그리고 지속을 위한 방법으로 또 하나, 개인 브랜딩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전문가로 보이고 싶어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전문가인 척 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밑천이 드러나요. 재미없는 글을 쓰게 되고요. 글을 쓰는 나 또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죠.


글을 개인 브랜딩의 수단으로만 여기게 되면, 결과와 피드백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지속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산출해내고 나면 그 글은 그냥 잊으세요. 우리가 마케팅을 하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잖아요. 매출을 내려고 글 쓰는 게 아닌데 계속 결과와 피드백만 신경 쓴다면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이건 계속 말씀 드리고 있는 부분인데요, 나의 노하우가 절대적 노하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야 정말 의미 있는 글이 나올 수 있어요. 나와 다른 생각을 무시하면서 쓰는 글은 공격만 받게 되죠. 그냥 나는 나고, 나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거예요.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이 날 강연도 요즘 시기에 맞게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요. 온라인의 단점은 듣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 등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인 것 같아요. 소통에서 그런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배운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기획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아주 인상깊은 시간이었어요.

'나의 경험이 모두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너무 멋진 것 같지 않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글쓰기를 지속하실 수 있길 바래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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