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항상 일어나고 있었는데 일을 많이 하신 어르신들은 굳은살이 많아서 터치 시에 아무래도 디테일이 잘 컨트롤이 안되시는데 대표적인게 터치와 스와이프, 그리고 길게 누르는 프레스 등 차이다. 스마트폰 바탕 화면에 동일한 앱 아이콘이 최대 6개도 나와있었는데 엄마 말로는 나는 터치하는데 자꾸 바탕화면으로 빠져나왔다고 하신다. (그리고 앱 아이콘 삭제는 못하신 것.)
그런 엄마에게 삼성페이를 실행시키는 드래그를 익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를 위해 바탕 화면을 다 정리하고 삼성페이 앱 실행 아이콘을 따로 빼서 보이도록 해놨다.
젊은 사람들은 드래그,스와이프 이런 것들이 편리하겠지만 이미 지문도 닳아서 입력이 잘 안되는 분들에게 지문인식도 드래그도 딱딱 떨어지지 않아서 불편할 뿐이었다.
우리에게 편한 것이 노년 유저에게 편하지 않을 수 있다!
2. 쓱배송 알려드리기
엄마에게 배송받고 싶은 쇼핑몰들을 주욱 알려드리고 선택권을 주었다. 첨에 고른 익숙한 곳은 곧 인터페이스가 바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쿠팡과 이마트 중에서 고르도록 말씀드렸고, 아직 사용량을 모르는데 쿠팡 멤버십 가입은 좀 오바인 것 같아서 이마트 쓱배송을 알려드리기로 했다.
앱을 설치하면서 엄마에게는 이마트몰 앱의 런쳐가 분리되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도 잘 안보이는데 메인에서 장보기 찾아서 들어가라고 하기는 어불성설이니까.
"엄마 생수 한번 찾아봐요"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었다.
내 폰에서 SSG앱을 통해 장보기 진입시
이마트몰앱에서 엄마의 왕땅시 설정에서 앱을 볼 때
엄마가 편하라고 이마트몰앱을 선택했더니 익숙하지 않은 가로형 상품 유닛이 나와버린것. 위의 캡쳐는 내 폰에서 최대한 화면설정 엄마에 맞추고 찍은건데 훨 작은 엄마 폰에서는 상품이 2개도 채 안보였다.
게다가 텍스트크기 설정 탓에 장바구니 담기 버튼이 상대적으로 어찌나 작던지..
둔한 엄마가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누르려는데 상품상세로 링크타고 넘어가 버렸다. 어쨌든 장바구니에 담는 것까지 겨우 알려드리고 다음 단계 진입!
장바구니로 찾아가려고 하는데..어딨지?
나는 익숙하니까 액션바와 헤더를 보고 화면을 올려서 헤더의 장바구니버튼을 바로 찾았지만
스와이프만 하면 터치가 실행되는 엄마 손에서는 헤더를 다시 튀어나오게 하기 어려웠다.
보통 커머스에서는 1개 담고 바로 장바구니로 넘어가게 하지만 장보기몰은 리스트에서 바로 담고 원할 때 장바구니로 찾아가서 주문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한번 주문에 사는 물건수가 많고 객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헤더에 장바구니 버튼이 있는 것은 아마도 SSG가 통합된 사이트라 통합정책일 것인데,
그런데 장보기로만 알려드리려니 불편했다.
나도 해봐서 알지만 이것이 종합 카테고리와 통합의 저주 같은 거다. 서비스가 분리될수록 특징을 잘 살릴 수 있고 통합 되어 다루는게 많아질수록 디테일이 떨어진다.
여튼 장만 보려는 우리 엄마에게는 액션바에 장바구니 버튼이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이동이었다. 엄마가 어려울까봐 살짝 진땀이 났다.
어찌어찌 주문서로 넘어가면서 배송지와 결제수단은 한반 결제햄더 고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70대에게 쓰라는건 내가 생각해도 막막했다. 그래서 1번 시범삼아 주문하는걸 보이면서 디폴트 주문 정보를 생성했다.
그런데..
디폴트 결제수단 보여주면 안되겠니???
카드 등록해놓고 다음에 결제할 때 그냥 결제하기만 누르라고 설명해주려는데 저놈의 카드 PLCC카 광고가 너무 졸라 커서 우리 엄마가 보고 넘어갔으면 좋겠는 등록카드정보가 안보이는 거다ㅜㅜ
호기롭게 시작한 나는 이미 약간 당황하고 있었고, 엄마는 머리 속에 ???가 많아져 보였다.
"결제하기 누르고 비번 누르면 끝나"
난 엄마 회원정보의 이메일을 내 주소로 바꾸고, 내가 받을테니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메일로 더블체크 하겠다고 엄마는 심심할 때 한번씩 이거 해보시라면 2번 더 반복했다.
(혹시 몰라 찾아본 쿠팡프레시는 카테고리부터 플리킹이라 가르쳐드릴 생각도 못했다)
시니어 사용자의 입장이 되기 전에는 UI를 절대 평가할 수 없다.
사실 큰 문제랄 거는 하나도 없었다. 익숙한 고객들에게는 정말 아무 문제도 없을텐데. 그리고 이런 UI는 어딜가나 요즘 그럴거긴 한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익숙하게 쇼핑을 해왔는지를 한번 더 느꼈다. 70대 유튜브와 카톡 능숙자인 엄마에게 어색하다면 엄마가 쓸 수 없는 서비스라면 타겟이 60대~ 70대여서는 안될 것 같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은 계속 20대에서 40대고, 스마트폰만 죽도록 만지며 사는 나같은 사람인데 과연 70대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할수 있을까?
그리고 Mass타겟의 서비스에서 노년 유저에 대한 배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솔직히 이마트몰은 20대의 젊은 층이 사용하는 1등은 아니다. 내가 다녔던 롯데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계속 메인 고객은 30대 후반이고 40대까지 고려해도 그 이상까진 생각지 못했다. 아니 너무 자연스럽게 그럴 생각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코로나 시국에 엄마의 온라인 장보기는 생존의 문제라고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생존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나같은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소외된 노인들이 KTX자리도 예매못해서 입석을 타고 가고, 재난지원금 신청을 못해서 혜택을 받지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잘 적응한다고 생각한 우리 엄마조차도 그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이커머스 기획자로서 마음이 아팠다.
과연 우리 계속해서 핵심타겟만 볼 것인가?
그건 과연 전체 소매시장의 60%를 넘어선지 4년이상 된 온라인 시장이 가져야할 에티튜드일까?
유색인종 차별과 성별차별뿐 아니라 연령대의 차별은 윤리적 문제는 아닌 것일까??
디자인이 이미 차별을 만들고 있다면 이것은 사회적 문제에 해당한다.
마음이 복잡해지는 시간이었다.
덪. 다음날 동네 꽈배기가게에서 엄마가 삼성페이로 결제한 꽈배기를 먹으며 엄마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도 사용자들에 대해 더 나아가는 기획자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