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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22. 2016

아침인데 참 회사가기가 싫다

육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의 두 가지 레이블

그냥 쉬고 싶어요
놀고싶다
집에 가고 싶다


 연말이 다가온다. 출근시간 차이가 있는 신랑에게 이래저래 어설픈 아침밥을 차려주고 침대로 돌아와 버렸다. 잠들 것도 아니지만 꼼지락대며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며 최대한 버티는 중이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 딱히 더 끔찍한 일도 없이 매일 겪는 출퇴근을 잘 해오고 있지만, 어쩐지 이 시간만 되면 출근도 하기 전에 퇴근이 하고 싶어진다.

 이상하게도 몸도 여기저기 쑤시는 것 같다.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이 무겁다. 이게 가기 싫은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컨디션이 안좋은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제대로 논다는 건 뭘까?

  지금 당장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잘 놀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

 기쁜 질문인 것 같지만 경험상 그럴듯한 것도 없을 것만 같다. 지난 나의 여름휴가가 그랬다. 첫 날은 회사를 가지않으니 누워서 늦잠자고 느긋하게 텔레비전이나 봤다.  배가 고프면 밥을 해먹어야하고 밀린 빨래를 쳐다보다 꾸역꾸역 빨래를 돌렸다. 저녁 뭐먹지 하다가 하루하루가 또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하루이틀은 괜찮을 것 같은데 일주일을 다 비슷하게 소비하기에 어쩐지 심장이 다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몸은 분명 쉬고 있었지만 방학숙제 밀린 아이처럼 마지막 날에는 가슴이 가빴다.

 과연 난 제대로 놀았던 걸까?


  신혼부부라고하면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하나라도 더 가라고 종용한다. 나중에 되면 후회한다고 한다.  뭐 살면서 후회할 게 고작 그거 뿐이겠냐만은 그 소리조차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다.

 우리 회사에는 때만 되면 길든 짧든 해외여행을 잘 떠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아마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잘 노는 사람들'이다. 나같은 사람은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 그들은 여행 티켓을 이미 끊어놓고 세부적인 계획을 짠다. 여행 계획만 들여다봐도 놀랍다. 맛집부터 명소까지 구글지도를 통해 이동경로까지 미리 체크한다. 그들의 준비는 완벽하고 실천은 더 놀랍다.

 그런 그들의 행지 사진이 부럽기는 해도 또 그렇게까지 억지로 피곤한 준비를 하는 것은 어쩐지 또 귀찮다.  

 신혼여행을 준비할 때조차 내 마음은 반반이었다. 너무 기대되고 설레였지만 잘 보내려는 마음에 준비하는 내내 불안하기도 했다. 마치 기획 프로젝트처럼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행은 너무 좋았지만 돌아오고 나서 육체적 피로도 정말 상당했다.

  저렇게 여행 잘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반반이다. 난 그냥 여행생각도 못해볼 정도로 하루하루에 충실하다가 휴일을 맞고는 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지 못해 그냥 멍하니 휴일을 보냈다. 내 심장만 아득하지 않다면 난 꽤 잘해온 것 같은데,. 괜히 또 신혼부부의 일을 게을리 하는 거라는 말을 들으니 여행준비도 해보기 전에 벌써 피곤해진다.

 이 생각을 하니 내 이불 속으로 더욱 더 파고들고 싶어진다. 이렇게 아늑해도 되나 싶다.


모두에게 똑같은 정답은 없다

  나는 일과 별개로 9년째 꾸준히 대학생들과 휴학에 대한 고민상담을 해주고 있다. 나이 어린 친구들인데도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나 이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고는 한다.

 얼마전 중앙대 학보지와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냥 쉬기 위한 휴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질문자의 요지는 쉬라고 있는 휴학기간에 학생들이 자격증이다 뭐다해서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는 생각에 나에게 여행이라도 권해보라는 의도였던 것 같다.

 직장인보다 자유로운 휴학생이지만 모든 이들이 여행에 능동적이고 여행준비가 즐거울 수는 없다. 나중에 후회할까봐 숙제하듯이 하는 여행이 되다보니 여러가지 부작용도 많다. 무조건 해외여행 가겠다고 덮어놓고 알바만 하거나 막상 갔다와도 그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명소만 도는 관광에 그치는 여행을 소모해 버리고 또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남들이 추천해준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가슴이 허전하다고 토로하는 친구들도 많다.


 많은 이들의 좋은 경험은 결국 그들의 경험일 뿐이다. 아름다운 사진과 멋진 여행이야기는 눈과 귀를 모두 현혹시키지만 타지에서의 시간이 모든 이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 특히나 그걸 따라하는 것 자체가 숙제처럼 여겨진다면 더더욱 다른 선택도 괜찮다는 인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직장인인 나도 마찬가지다. 매년 찾아오는 휴가와 징검다리휴가에 꼭 해외여행을 해야 그간 모든 피로를 보상받는다는 건 미신에 가깝다. 실제 보상되는 지도 모르겠다. 일하다 지친 마음을 잠시 멈춰 놓을 뿐 돌아오면 또 그대로의 삶을 마주해야한다. 심지어 더 짜증나고 적응안되는 경험까지 하게된다. 나이 많은 이들이 나중에 후회한다며 던지는 젊은 날의 숙제처럼만 느껴진다면 나에게도 다른 선택지를 열어줘야한다.

 여튼 그래서 나같은 사람에게는 여행도 휴식을 취하는 정답은 아니었다. 잘 노는 것이 꼭 완벽한 휴식방법은 아니라는 것. 여행뿐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정답은 없더라는 것.


정신적인 휴식과 육체적인 휴식

 지치고 쉬고 싶은 마음에는 두 가지 레이블이 있다. 육체적인 휴식이 필요한 때와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한 때는 구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도 사무직도 육체보다는 정신을 더 많이 쓴다. 육체는 오히려 너무 쓰지 않아서 문제다. 이런 육체가 그간의 너무나 적은 활동때문에 더더욱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그런 육체적 휴식이 길어질수록 마음에는 부담이 밀려온다니 그건 더 아이러니하다.

 사실 인간의 판단은 완벽하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들어보았겠지만 목마름이나 위장의 컨디션이 나빠져도 그걸 배고픔으로 오인한다고 한다.

 피로도 비슷한게 아닐까? 정신적 스트레스도 육체적 스트레스로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워봤다.

 이 가설로 여행이 모두에게 정답이 아닌 이유도 설명이 가능했다. 여행에서 몸은 피로해도 정신만큼은 한층 여유로워지는 사람은 휴식이 되지만 여행에서 몸은 푹쉬어도 계획한 일정을 꼭 맞춰야하는 사람은 놀면서도 도리어 힘이 빠지는 것.

 나는 후자의 포함되는 사람인 것일 뿐.



그래서 회사는 언제 갈꺼니?

 이 가설대로라면 이 아침에 회사가기 싫다는 내 몸의 반항은 사실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어제도 막상 몸을 일으켜서 갔더니 몸 아픈 것은 순식간에 없어지는 거 보면 확실히 몸이 아팠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마냥 쉬는 것도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라면 지금 나에게는 뭐가 필요할까?


 흔히 과도한 운동으로 근육이 뭉치면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라고 한다. 정신적 근육이 뭉쳤다면 역시나 가벼운 정신운동과 정신 스트레칭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이불 속에서 아주아주 가볍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왔다면 출근하기 싫어서 징징대는 한 여자의 정신 스트레칭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왔다는 걸 알려드리는 바다.

 결론은 나 이제 정말 출근해야 된다. 몸을 일으켜서  머리감고 화장도 해야한다. 거실에는 이미 켜놓았던 TV에서 아침드라마의 소리로 시끄럽다.

 휴식의 완벽한 출구는 사실 없다. 하루하루 잠깐이나마 사색하는 정신 스트레칭만으로도 난 출근까지는 가능하게 회복된 기분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에 대한 요상한 부담감도 치워버리고 내 안을 잘 들여다보니 이상하게 몸도 더 가벼워진다.

   

 여튼 난 이제 침대에서 일어났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이 글을 몇번이나 퇴고했어요. 그러면서 내 삶에서 글만큼 좋은 정신 스트레칭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튼 출근은 상쾌하게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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