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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Dec 10. 2020

이커머스 레드오션의 시작 : 쿠폰행사

트래픽과 쿠폰행사 그 마약같은 관계


이커머스가 대체 언제부터 레드오션이 되기 시작했을까. 난 단연코 '가격비교 시스템'에 순응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가격비교 시스템이 생겨난 것에는 몇 가지 역사적인 배경들이 있는데 요약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딱 2가지다.


이커머스 시스템의 동질화

이커머스 소싱 물품의 동질화


초창기 이커머스가 양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이커머스 솔루션 3형제인 '카페24. 고도몰,  메이크샵'가 대중화된 2002년~2004년 즈음서부터다. 완전히 똑같은 구조의 다양한 쇼핑몰은 오로지 상품과 가격에서만 차이를 줄 수 있었다. 자연히 유통의 본질인 상품쪽으로 집중되었다. 대기업의 쇼핑몰들은 주로 외주 SI에 의해 만들어졌고 동일한 인력이 레퍼런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시스템적 유사성을 갖게 만들었다. 지금도 이커머스 시스템의 뒷단이 복잡도에 비해 구조적 유사성을 띄고 있는 것은 레퍼런스가 쌓인 최고의 베스트 플랙티스거나 아니면 이 자체가 커다란 도메인 레거시다.


비즈니스 환경이 고객의 이용흐름과 컨텍스트를 바꿨다


 여튼 이런 동질성이 강한 이커머스 시스템을 가진 쇼핑몰이 엄청나게 양산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머리로 쇼핑몰을 기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더불어서 지식in서비스를 빵 터뜨리며 검색기반 포털사이트가 머리로 기억하기 어려운 쇼핑몰들을 찾아가는 새로운 방법들을 형성했다.


한편에서는 지마켓을 기점으로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면서 다수의 셀러가 쉽게 오픈마켓과 종합몰에 멀티입점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한 '쇼핑몰 통합 솔루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멀티입점이 가속화됐다. 이 부분에서 여러 카테고리를 다루는 대형 쇼핑몰간 상품의 차별화가 줄어든다. 어떤 쇼핑몰을 가도 거의 비슷한 상품이 걸려있고 한개라도 더 소싱하려는 이른바 롱테일의 시대가 열린다.


이커머스의 서비스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3가지 속성이 있다.

이커머스 시스템 자체의 편의성,유용성,감성(ux)

상품의 독창성(exclusive)

상품의 가격(Price)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시스템과 상품 구색은 거의 동질화되며 가격 또한 복사되어 멀티입점되면서 차별화를 가져가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에 각 쇼핑몰별로 다른 컨텍스트에서 접근하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가격비교는 이렇게 차별화시키기 어려운 시장에서 오로지 가격을 드러내고 고객들의 컨텍스트를 통일시켜버렸다. 이제 싸움은 2가지 양상으로 바뀐다.

셀러가 가격을 싸게 올리도록 협박하거나(갑질)

셀러대신에 이커머스사가 돈을 퍼붓거나(비용)


이커머스 플랫폼 중 압도적인 1위가 없던 한국시장은 첫번째 방법은 쉽지않다. 아마존처럼 압도적인 기업이라면 몇마디 안해도 알아서 가격을 낮추겠지만 정말 귀한 셀러는 플랫폼보다 실질적인 갑이 된다. 결국 마케팅 비용의 싸움으로 흘러간다.



비용싸움이 시작되니 마약이 됐다


누구나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가격비교에 트래픽이 높으니까 그 경로로 쿠폰을 더 붙이거나 대대적인 홍보로 일순간 쿠폰을 확 풀어서 고객트래픽을 끌어오고 락인 시킬 생각을 한다. 근데 락인이 안된다.


모든 시작은 트래픽 때문이다.

아마존의 플라잉휠에서 말하듯이 고객이 많아야 셀러가 더 많이 입점하니까 트래픽을 늘려야하고, 그러려니 가격비교 세상에서는 가격을 다운시키는 것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생각을 모든 플랫폼이 똑같이 했다는 것이다. 11번가는 11절을 만들면서 쿠폰행사에 불을 붙였다. 다른 플랫폼들도 돌아가며 맞불을 놓았다. 전사 쿠폰 행사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행사가 계속해서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은 더이상 정상가로 구매하지 않도록 학습된다. 세일 기간이 돌아가며 찾아올테니 다음 세일까지 기다린다. 연말 블프기간을 기다리거나 올리브영데이만 기다려서 구매하는 모습은 낯설지도 않다.  그래서  행사 기간이 지나면 기존보다도 셀러 매출은 반토막이 난다.


그런데 또 다른 곳에서 행사를 해서 대박이 났다는 소리가 들리면 트래픽을 빼았겼다고 생각한다. 매출과 트래픽에서 불안해진 회사가 또 전사 쿠폰행사를 벌인다. 반짝하고 매출이 오르고 뉴스기사가 나온다. 역대 최고매출을 갱신하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고객은 썰물처럼 그 기간이 지나면 빠져나온다.


연말이 되면 이커머스사들은 실적뻥튀기로 이익 감소시키는 이 마약에 너도나도 손을 댄다.  MD는 셀러를 찾아다니느라 죽어나가고 마케터는 준비하느라 난리가 난다. 하지만 이 마약의 효과는 계속해서 고객을 할인가로 학습시키고 결국 전체 시장의 파이를 낮춰버린다.  엄청난 거래량 속에서도 적자만 커진다.


아웃라이어가 될 것인가 마약중독자가 될 것인가


쿠팡은 그런 의미에서 아웃라이어였다. 쿠팡은 적자의 아이콘이지만 이 적자는 쿠폰 싸움과 결이 다르다. 배송에 대한 투자와 직매입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많이 드는 형태였다. 서비스과 기술에 대한 투자도 비용이 드는 것뿐이다. 결국 가격비교 판에서 승부하지 않고 앱직접 트래픽이 가장 높게 쿠팡은 자리잡았다. 쿠팡의 성공전략은 누가 뭐래도 로켓배송을 통한 인식 개선이었다. 라스트마일이 잡히면서 사람들은 가격비교가 아닌 바로 쿠팡으로 다이렉트로 진입했다. 잘 보면  멤버십으로 잡기전까지 배송무료 주문기준액이 타이트했고 그 가격 또한 시장에서 모두 최저가였던 적은 없다. 

11번가나 지마켓의 매출이 높아도 네이버 가격비교의 트래픽이 압도적인 것과 비교하면 쿠폰전쟁의 효과가 얼마나 단타적인인지 알 수 있다.


 비용을 태우는 것도 이런 전략이 있어야 하는 짓이다. 쿠폰전쟁은 마약이다. 마약에 손을 댈 것이라면 엑시트 전략이 있어야한다. 중개계약형태의 이커머스사가 무조건 모든 상품을 싸게 팔 수 없다. 전략 카테고리가 있어야한다.


최근 살아남는 버티컬 회사들이 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난 기존 이커머스사들이 가격비교에 순응하며 내던졌던 컨텍스트에서 차이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나 팔로우하는 대상과 소통, 독창적인 콘텐츠는 기존의 가격비교가 갖지못한 새로운 컨텍스트다. '오늘의 집'이 재밌고 '마켓컬리'가 성장한건 이런 순환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다. 이걸 매력이라고 1도 없는 '락인효과'라는 단어로 치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쿠폰을 써서 라이벌을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배민'이 정착시킨 '배달팁'을 생각해보자. 이커머스 레드오션은 가격을 깎다못해 배송비까지 깎아내지만 똑같은 개념을  '배달팁'이라는 단어와 '라이더의 고통'을 전면으로 드러내어 가치있는 소비로 인식시키며 정착시켰다.

 비용을 전가하거나 부담하는 쿠폰 마약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시장의 룰을 만들고 컨텍스트를 차지하자. 쿠팡이 가격비교에서 승리한 적은 전략 상품인 유아동 한정이었다. 우리는 비용을 어디에 태울 것인가. 그리고 쿠폰을 보고 들어온 고객은 과연 행사가 지나고 나서도 들어올까?


 이 말에 대답하지 못하면서 전사행사를 하고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 이미 쿠폰발행이라는 마약 중독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을 우린 이미 예상할 수 있다.,




덪. 이번 연간 매출실적때문에 어쩔수 없이 쿠폰행사를 시작했다면 그건 단타성임을 인지하고 투트랙으로 여기서 벗어날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원래 떨이가 창고비용보다 이익이기에 하는 창고대개방 행사로 국내에서는 직매입보다 중개가 흔하기 때문에 물류창고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비교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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