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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Dec 25. 2020

오늘의 아침이 누군가에는 기적일 수 있다


어지러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올해 8월에 웃는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촌 언니가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

그 전날도 엄마와 외숙모는 이제 결혼도 다 시켰다며 웃으며 행복을 이야기했는데 바로 그날 밤 새벽에 언니는 예쁘게 꾸며놓은 신혼집에서 눈을 감았다.


엄마가 전달한 예상치도 못한 부고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의 친언니는 6개월 아기가 있어 장례식장도 가보지 못하고 집에만 있고, 나는 다음날 정신없이 엄마를 모시고 남편과 장례식장을 찾았다.


코로나시대의 장례식장은 처량하다. 젊은 나이에 가장 행복한 시절에 갑자기 죽어버린 슬픔을 나누기엔 코로나라는 장벽은 참으로 높다. 텅빈 장례식장에는 모두 마스크를 낀채 최소 인원만 있고, 식사도 모두 하지 않기에 담소도 시끌벅적한 온기가 없다. 황망함에 모두가 어이없을 뿐이다.

 

2013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꽤 오랜시간 지병을 앓고 거의 두달가량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가신 아빠. 처음 장례식장에 들어갔을 때 텅빈 그곳에서 엄마, 언니, 나 셋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그 외로움을 기억하고 있다. 따뜻한 바닥이었지만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지나갔었다. 그

 정신없는 손님맞이가 너무나 반가웠었다.

그래서 오늘의 텅빈 쓸쓸함에 오래도록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항상 시간이 많다고 착각한다


외숙모는 담담한듯 하다가도 사촌언니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며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고 워낙 어릴때부터 공부잘하고 똑똑한 이 언니가 너무 높게 느껴져서 그렇게 친하게 지내진 못했었다. 그럼에도 내가 더 나이먹으면 더 친구처럼 되고 더더 나이먹으면 더 가까워질 날이 있겠거니 했다. 8월의 결혼식날에 내 손을 잡고 담에 사촌들끼리 밥한번 먹자고 한게 마지막이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입관을 하려고 보면서 그렇게 커보이던 언니가 이렇게 작았나 싶었다. 우린 모두 눈물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죽은 사람이 제일 안된거고 제일 불쌍한 것이라고 했다. 맞다. 우린 울고 있지만 밥도 먹고 또 돌아서서 내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넉넉하다고 믿는다. 내 삶을 오늘 낭비하더라도 내일 시작하면 된다고 믿는다. 연말연시는 새로운 계획이 넘쳐난다. 그리고 모두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2020년의 교훈 : 기회는 오늘밖에 없다


 올해 2020년은 지독하게도 진리를 알려주었다. 다음에 보자고 미루었더니, 식당도 카페도 열지 못해서 다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에 가야지한 헬스장도 문을 닫아 못간지 벌써 몇달째다.

 반면에 귀찮지만 해낸 것들은 어쨌거나 좋은 결과가 됐다. 사촌언니의 결혼식 참석을 약간이라도 망설였다는 것이 지금 너무 미안할 뿐이다. 귀찮아도 나를 푸쉬해서 내가 오늘 챙긴 것들이 나에게는 좋은 결과가 됐다. 완성이라고 생각지 못했지만 참여한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상을 탔고, 나는 자격이 되나 싶으면서 시작한 책쓰기며 강의며 계속 쌓이고 결과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그 결혼식에 간 덕에 언니와 손이라도 잡아봤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오지 앓은 기적의 날이다. 나 역시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있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늘뿐일 수도 있다. 기회는 항상 오늘뿐이다. 실천이 쉽지 않겠지만  이제 오늘 잘하려고 노력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답답한 한해였기에 보상이라도 하듯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꿈꿨었다. 남편에게 집안 장식도 하고 멋진 음식도 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그냥 이대로만 둘이서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내 삶에 소중한 시간들을 꼭 의미있게 이어나가야겠다. 부지런히 사는 것이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오늘의 시간에 가져야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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